주간동아 656

2008.10.14

엄격한 유대교, 변화의 옷 입는다

9월 새해 시작 신도 수 줄어 위기감 팽배 … ‘랩’으로 규율 부르고 블루스 밴드 예배도

  • 전원경 객원기자 winnejeon@hotmail.com

    입력2008-10-08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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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격한 유대교, 변화의 옷 입는다

    뉴욕시의 한 유대교 전통 예배당.

    뉴욕은 160만명 이상의 유대인이 거주하는 미국 최고의 유대인 도시다. 뉴욕의 유대인들은 대부분 19세기에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에서 이민 온 유대인들의 후손으로, 주로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에 몰려 산다. 그래서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는 유대교 전통의 예배당인 시나고그(Synagogue)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세계의 어느 종교보다 결속력이 강한 유대교의 교세가 영 옛날 같지 않다. 유대교 달력에서는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시나고그들은 신년을 축하하는 로시 하샤나(Rosh Hashana) 예배를 앞두고 곤경에 빠졌다. 예배를 열 수 있는 최소한의 정족수 신자가 모이지 않을 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유대교 랍비들이 무작정 거리에 나가 통행인을 붙들고 “혹시 유대인 아니냐?”고 물어보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한때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는 수백 곳이 넘는 시나고그가 있었지만, 지금은 몇십 곳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시나고그 중에는 명목만 예배당일 뿐, 인도나 태국 음식점을 겸업하는 곳도 있다.

    유대교는 세계 어느 종교 못지않게 규율이 엄격하며, 또 그 규율을 철저하게 지키는 신자들에 의해 명맥을 이어왔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시나고그들은 대부분 이 같은 정통 유대교의 규율을 신봉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젊은 랍비들을 중심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차바드(Chabad)’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개혁세력은 유대교의 규율을 랩으로 만들어 부르기도 한다.

    나이 지긋한 랍비들로서는 펄쩍 뛸 일이지만, 차바드 운동의 일원이며 뉴욕 6번가에서 시나고그를 운영하는 랍비 제이콥슨은 “이제는 시나고그가 ‘영혼을 위한 스타벅스’가 돼야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유대교가 변하지 않으면 교회를 외면하는 젊은 유대인들을 시나고그로 불러모을 수 없습니다. 현재 유대교는 유대인들조차 외면하는 종교가 돼가고 있어요.” 제이콥슨의 지적이다. 제이콥슨은 유대교 규율에 담겨 있는 정신 자체는 존중하되, 지나치게 보수적인 규율은 21세기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유대교 규율은 ‘노동이 금지된’ 안식일에 가족의 휠체어를 미는 것조차 금지하는 등 현대생활에 걸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율 많아

    ‘뉴욕타임스’는 유대교 내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경계와 질시를 보내기보다, 묵시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보도했다. 신도 수가 줄어들면서 랍비의 월급마저 주지 못하는 시나고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시나고그를 운영하는 랍비 찰리 벅홀츠는 운이 좋은 편이다. 그의 시나고그에는 유대교의 주일인 토요일마다 700여 명의 신도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벅홀츠 역시 ‘차바드’ 운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지금은 날씨로 따지자면 유대교의 빙하기인 것 같습니다. 뭔가 새로운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보수파 랍비들의 염려 속에서 제이콥슨은 9월 말, 레게 가수들과 블루스 밴드를 초청해 신년축하 예배를 열었다. 예배는 이례적으로 250명의 신도가 몰려드는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엄격한 종교인 유대교 역시 변화의 물결은 거스르지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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