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0

2008.08.26

공영방송 만들기 남다른 애착 KBS 사장 누굴 추천할까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8-08-18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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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영방송 만들기 남다른 애착 KBS 사장 누굴 추천할까
    정연주 전 사장 해임제청안을 통과시킨 이사회에 대한 노조의 반발로 한국방송공사(KBS)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유재천(70·사진)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은 8월8일 해임제청안을 통과시키고 14일부터 공모를 받기 시작하는 등 후임 사장 임명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유 이사장과 정 전 사장의 악연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4월 정 전 사장이 KBS 사장으로 임명되자 유 이사장은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공영방송의 위기를 우려했다. 정 전 사장은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인 코드 인사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그 이후 정 전 사장의 KBS 운영방식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그치지 않았다. 2005년 11월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를 결성해 공동대표 의장을 맡은 그는 이듬해 11월 정 전 사장이 시민단체와 노조의 반대에도 연임되자 거세게 비판했다.

    당시 유 이사장은 “정씨의 연임은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결렬 등 그동안의 논란은 ‘정 사장 만들기’를 위한 각본이었고 이사회가 거수기 노릇을 했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이 이처럼 정 전 사장의 임명이나 연임을 비판한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지독한’ 애착과 무관치 않다. 유 이사장은 김영삼 정권 때인 1993년 12월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 위원으로 임명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방송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그의 또 다른 직함은 방송위 산하 공영방송발전연구위원회 위원장. 그때 위원회가 1년간 연구해 마련한 ‘공영방송 발전방안’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15년 남짓한 기간에 유 이사장의 눈에 비친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거듭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새로 임명되고 연임에 성공한 정 전 사장도 그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유 이사장이 올해 5월30일 KBS 신임이사로 임명되고 6월5일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정 전 사장의 해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정 전 사장은 이사회의 해임제청과 이명박 대통령의 해임결정에 대해 해임무효확인 청구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이사회 측은 예정대로 후임 사장 임명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 이사장이 8월25일 이 대통령에게 KBS 신임 사장으로 어떤 인물을 추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연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담보하는 인물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결과가 곧 유 이사장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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