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의 복심, 1m 측근
문 전 대표 측근 그룹만 봐도 ‘달라진 문재인’이 엿보인다. ‘문재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크게 변화했다. 이념, 계파, 분야를 넘나드는 인맥이 더해졌다.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 측근 그룹은 참여정부 출신 인사가 중심인 ‘친노(친노무현)계 시즌2’ 색채가 짙었다면, 이번 대선은 ‘친문(친문재인)계 시즌1’이라 부를 만하다. 참여정부와 노란 틀을 벗어나 ‘문재인의 정치’를 ‘문재인의 사람’과 열겠다는 고심이 담겼다.노무현 전 대통령을 빼고선 문 전 대표의 삶을 설명하기 어렵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저서에서 노 전 대통령을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회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 긴 시간의 모습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112쪽)
원하든, 원치 않든 문 전 대표의 정치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서 시작했고 이어졌다. 문 전 대표 최측근이 참여정부에 맥이 닿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 법무법인 부산을 중심으로 꾸려진, 소위 ‘부산팀’의 좌장이었다.
정치인의 최측근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운명공동체’다. 상황에 따라 전면에서 물러날 수도, 앞장설 수도 있는 그룹이다. 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빠지지 않는 이들이 이호철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 민주당 전해철 의원, 양정철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 등 이른바 ‘3철’이다. 이번 대선에선 이들은 ‘측근 정치’ 논란을 차단하고자 대부분 후방으로 물러섰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상황에 따라 언제든 지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전 의원은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국회를 떠난 문 전 대표와 당 지도부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 이들 중 공개 활동이 가장 활발한 건 양 전 비서관이다. 그는 지난해 문 전 대표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날 당시에도 동행했다. 이번 대담집 발간에도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문 전 대표의 언론 대변인을 담당하는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당내 경선 룰 논의 과정에서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는 황희 의원도 참여정부 시절부터 문 전 대표와 연을 맺었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자문위원을 맡았던 노영민 전 의원은 문 전 대표 캠프의 조직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 문 전 대표의 지지자 모임 ‘더불어포럼’을 꾸리는 데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지난 총선 당시 ‘시집 판매 논란’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음에도 조직 구축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문 전 대표의 신임이 두텁다고 한다.
문 전 대표와 정치적 명운을 함께하는 복심들과 달리, 현재 그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하는 인물의 면면에는 큰 변화가 보인다. 참여정부 출신인 친노계 인사 외에도 김해영, 김병기 의원 등 ‘문재인 영입인사’를 포함한 친문계, 그리고 계파를 뛰어넘는 화합형 인물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선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행보가 크게 회자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호흡을 맞춰 ‘박원순 라인’으로 꼽히던 그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비서실장을 맡았기 때문. 임 전 부시장은 ‘박원순 캠프’ 합류를 막판까지 검토했으나, 문 전 대표가 중책을 맡기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면서 문 전 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 · 보수 인사로 외연 확장
‘전략통’으로 불리는 전병헌 전 의원도 현재 ‘문재인 캠프’에서 전략기획을 맡고 있다. 전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정무비서관, 대통령 정책기획비서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는 등 동교동계와 인연이 깊다. 이후 정치 행보에서도 정세균 국회의장과 친분이 두터워 ‘정세균계’로 분류됐다. 그는 지난해 말 “정권교체를 위해 문 전 대표를 돕기로 했다”고 합류를 공식 선언했다.전현희 의원은 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인연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손학규계’로 분류되던 정치인이다. 전 의원은 다수 캠프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난 총선에서 보수진영의 철옹성인 ‘강남벨트’ 가운데 핵심인 강남구에서 당선했기에 진보진영이 강남에 입성했다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 전 의원이 문재인 캠프에 합류함으로써 문 전 대표는 진보를 넘어 중도와 보수로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내외 친노·친문계로 분류되는 측근들이 문재인 캠프에 대거 포진해 있다. 원내에선 박범계, 김태년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중진급 인사와 함께 문 전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직접 영입한 10여 명의 ‘문재인 영입인사’가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원외에는 최재성, 진성준, 정청래 전 의원 등이 있다. 최 전 의원은 문 대표 시절 민주당 총무본부장과 사무총장을 지냈다. 진 전 의원은 당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다.
‘문재인 사람들’의 외곽에는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있다. 현재 문 전 대표의 외곽 모임은 크게 학계 인사가 주축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전문가 집단인 ‘더불어포럼’ 등 2가지다.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이끌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을 담당했던 조 교수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출신 경제학자다. 부소장은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연구위원장은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이 맡았다. 한완상 전 통일원 장관 겸 부총리는 상임고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한다. 추가로 최정표, 조흥식, 김현철, 이무원 교수 등 인사 17명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특히 싱크탱크에 포함된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등은 진보진영과는 거리를 둔 학자로 분류된다.
전문가 지지모임인 더불어포럼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상임고문을 맡았다. 1970년대 전국에서 손꼽히는 기업을 보유하던 채 이사장은 유신체제에 반발해 기업을 정리한 뒤 그 자금으로 민주화 인사나 핍박받는 문화예술인을 후원했던 원로다. 그 외에도 프로야구의 대표 원로 김응용 전 감독, 인기 만화가인 원수연 세계웹툰협회 회장, 안도현 시인, 유시춘 소설가, 황교익 맛칼럼리스트를 비롯해 각 분야 23명의 전문가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상임운영위원장은 유정아 아나운서, 사무처장은 안영배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국정홍보비서관이 담당하고 있다.
주간동아 1073호 (p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