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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의 일상경영

세종대왕은 탁월한 마케터였다

고객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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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탁월한 마케터였다

세종대왕은 탁월한 마케터였다

세종대왕 탄신일을 맞아 시민들이 카네이션으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고맙습니다’라는 대형 꽃 글자를 장식하고 있다. [동아일보]

주말마다 대한민국 전체가 거대한 촛불입니다. 정치의 실종입니다. 제가 보기엔 마케팅의 실종이기도 합니다. 정치가 곧 마케팅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와 마케팅의 연결고리를 세종대왕과 가상 인터뷰를 통해 짚어봅니다.

세종대왕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한글을 창제한 조선 최고 성군입니다. 1997년 10월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글이 세상 빛을 본 건 1446년(세종 28년)이었습니다. 한글 창제 이유에 대해 세종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한자가 너무 어려웠으니까, 그래서 만든 거야. 백성이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데 그 어려운 한자 공부를 어떻게 하겠어? 그러니 자기 뜻을 쉽게 전하지 못하는 거야. 어디 그뿐이야? 나라에서 백성을 위해 좋은 정보를 줘도 그걸 읽지를 못하니 이놈의 정보라는 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게지.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고민하다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든 거야. 누구나 쉽게 익혀 매일 편리하게 쓰라고.”

마케팅은 ‘고객의 고통, 고충, 고민을 해결함으로써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었더니 나 때문에 행복해진 고객이 다시 나를 찾아옵니다. 이익을 좇는 게 아니라 ‘고객행복’을 좇으니 이익이 따라옵니다. 이른바 ‘착한 이익’입니다. 시장이 바뀌고 고객이 달라진 까닭입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는 이런 마케팅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어려운 한자 때문에 고통받는 고객(백성)을 위해 해당 제품(한글)을 출시(창제)함으로써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려 했던 세종대왕의 마음에서 마케팅의 뿌리, 애민정신을 읽게 됩니다. ‘고객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세종대왕은 시대를 앞서간, 실로 탁월한 마케터입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많은 선거캠프에서 앞다퉈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합니다.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어야 하는 선거는 고객의 선택을 받으려는 마케팅 전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차별적 브랜드 콘셉트를 유권자의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시켜야 당선의 영광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 또한 이제 마케팅의 눈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맞아. 정치를 하려면 마케팅을 제대로 공부해야 돼. 그런데 내가 말하는 마케팅은 정치 신인이라는 약점을 희석하려고 백발을 고수한다거나, 소탈하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려고 점퍼를 입는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야. 물론 옷차림도 전략이지. 나라고 ‘브랜드 매니지먼트’ 같은 마케팅 개념을 왜 모르겠나? 하지만 이미지 연출이나 로고 변경, 슬로건 개발 이런 걸 마케팅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야. 본질을 알아야지, 본질을. ‘고객행복’ 말이야.”

세종대왕이 말하는 마케팅은 기술적 차원의 그것이 아닙니다. 세종대왕의 마케팅은 ‘국민행복’이라는, 아니 ‘고객행복’이라는 커다란 화두를 품고 있습니다. 세종대왕과 한 짧은 가상 인터뷰지만 정치가 곧 마케팅임을, 더 나아가 마케팅은 내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삶의 철학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우리 정치판에서 ‘고객행복’ 마인드로 무장한 정치가를 만나는 건 진정 요원한 일일까요. 꺼질 줄 모르는 촛불 속에서 새로운 희망과 짙은 아쉬움이 교차하는 요즘입니다.






주간동아 2016.12.07 1066호 (p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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