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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자 거래’용 의대 외래교수제도

대학병원은 고객 확보 차원에서 외래교수 남발…개원의는 광고 효과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환자 거래’용 의대 외래교수제도

‘환자 거래’용 의대 외래교수제도

[shutterstock]

“의대 외래교수요? 거의 의미 없어요. 실제 외래교수가 대학병원에서 하는 일도 없고요. 그냥 자신의 병원에 붙여놓는 선전 문구죠. ‘나, 이 대학의 교수로 위촉됐다’고 환자에게 자랑하는. 요즘은 환자도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지만요.”

서울 한 내과 개원의 A(53)씨의 말이다. 그는 3년 전까지 모 대학병원 외래교수였다. 하지만 외래교수 직함이 별 의미가 없다고 느껴 “이젠 대학병원에서 위촉 제안이 와도 거절한다”고 했다. 그는 최순실 씨의 성형시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의사 김모 원장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였던 사실을 두고 “허울만 좋은 외래교수제도를 본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김모 원장은 서울대 출신도, 전문의 자격도 없지만 7월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외래교수로 위촉됐다 2주 만에 해촉됐다.



‘환자 보내줄 개원의’ 찾는 대학병원

업계에 따르면 김모 원장이 외래교수로 위촉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7월 한 외국인 VIP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동시에 김 원장에게 미용성형시술도 받고 싶다고 의뢰했고, 개원의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보려면 그 대학 소속 교수여야 해 김 원장을 외래교수로 위촉했다. 하지만 그 VIP가 ‘진료받지 않겠다’고 해 위촉한 지 2주 만에 해촉했다”고 설명했다.

이우용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해당 대학병원 출신도, 전문의도 아닌 의사를 외래교수로 위촉했다 환자의 거절만으로 해촉했다는 설명은 상식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대 외래교수는 어떻게 위촉되는 걸까. 의료법은 외래교수 지정에 딱히 제한을 두지 않고, 각 대학병원은 내부 규정에 따라 외래교수를 위촉한다. 이우용 이사는 “대학병원마다 외래교수제도가 다르다. 보통 대학병원 각 과에서 실력 있는 개원의 가운데 해당 대학병원 출신을 추천하고, 병원 심사를 통과하면 개원의를 1~2년 단위로 위촉한다”고 설명했다.  

원래 의대 외래교수제도의 취지는 ‘현장성을 살린 교육 제공’이다. 김양균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외래교수 중에는 의대에서 정기적으로 강의하거나, 의대 본과 과목인 ‘의료경영실습’에서 개원의를 방문해야 할 때 도움을 주곤 한다. 하지만 꽤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각 대학병원은 한 해 수십~수백명씩 외래교수를 위촉하지만 이들이 교수로서 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본교 대학병원 외래교수 중 강의 등 교수 활동을 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S대 병원 외래교수였던 서울 한 개원의 B(60)씨는 “위촉 기간 그 대학 문턱에도 안 가봤다. 외래교수 모임이나 학술대회에 참가하라는 연락이 왔지만 지인이 별로 없고 일정도 바빠 못 갔다. 위촉장은 그저 1년마다 갱신하는 병원 장식품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의대 외래교수 위촉이 남발되는 이유는 뭘까. 의사들은 ‘환자 거래’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의원급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보내고, 대학병원에서 중대한 치료가 끝난 환자는 다시 의원급으로 돌려보내는 것. 외래교수제도로 연결된 개원의와 대학병원은 서로 환자를 주고받으며 수익 창출을 노린다는 것이 의사들 설명이다. 다음은 B씨의 말이다.

“수련의(레지던트)를 지낸 대학병원에서 외래교수로 위촉되자 위촉장과 함께 ‘환자 진료 의뢰서’ 100여 장이 배달됐다. 그 대학병원의 고유 형식으로 만든 의뢰서였다. ‘3차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보내려면 우리 대학병원으로 보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하지만 같은 서울이라도 내 병원과 대학병원 간 거리가 멀어 환자를 많이 보내지 못했다. 환자는 대부분 이왕이면 가까운 대학병원에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보낸 실적이 별로였는지, 요즘엔 외래교수 제안이 안 온다.”

B씨는 외래교수제도를 통한 의원급과 대학병원 간 관계를 두고 “협력병원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의원이 진료협약을 맺은 협력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면 협력병원이 환자를 더 잘 챙긴다는 것. B씨는 “협력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면 환자로부터 ‘진료가 빠르고 친절했다’는 반응을 듣는다. 즉 협력병원이라는 관계를 통해서도 환자 관리로 수익 창출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교수’라면 믿고 보는 환자들

따라서 ‘환자 거래’를 하기 어려운 일부 의사는 외래교수 위촉을 받지 못한다. 경상도의 한 의대를 졸업하고 경기도에서 페이닥터(봉직의)로 근무하는 C(52)씨는 “의사 경력이 꽤 되지만 출신 대학으로부터 외래교수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 내 의술이 아무리 좋아봤자 경기지역 환자를 경상도로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또 개원의(원장)가 아닌 봉직의에게는 외래교수 직함을 거의 안 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개원의는 환자들로부터 위신을 세우려고 외래교수 직함을 받기도 한다. 자신의 병원에 외래교수 위촉장을 걸어두면 환자들이 의사를 더욱 신뢰한다는 것. 하지만 의사들은 “동네에서 소문난 명의가 외래교수 위촉장만 받은 의사보다 낫다”고 말한다. 다음은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D(60)씨의 말이다.

“환자들은 ‘교수’라고 하면 무조건 믿고 보는 경향이 있다. 교수라는 직함이 남발되는 이유다. 심지어 대학병원에서 1년 계약직으로 진료하는 봉직의도 병원 내에서는 ‘교수님’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공식 직함이 아니다. 다만 ‘교수’라고 부르면 환자가 의사를 우러러보는 경향이 있어 그런 문화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교수가 강의나 연구를 하지는 않는다. 환자들은 교수 직함보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 의술에 대한 주위 평가를 믿어야 한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대 외래교수는 거의 공허한 직함”이라고 지적했다. 개원의와 대학병원 간 상업적 목적을 노린 제도에 불과하다는 것. 노 전 회장의 설명이다.

“환자를 보내는 개원의는 대학병원 처지에선 ‘중요 고객’이다. 즉 대학병원은 고객 관리 차원에서 개원의를 외래교수로 모시고, 개원의는 이를 의원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뿐이다. 다만 예전부터 ‘외래교수 직함이 남발된다’는 지적이 나와 요즘엔 줄고 있긴 하다. 대학병원은 대학에서 실질적 활동을 하지 않는 외래교수제도를 일부 개선하고 환자는 의사의 외래교수 직함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주간동아 2016.11.30 1065호 (p52~53)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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