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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트럼프 쇼크

반색하는 中, 南에는 핵무장 허용?

경제 분야 美·中 관계 순탄치 않을 듯…南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中엔 경제압박 통해 北 통제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 sjkim@ytn.co.kr

반색하는 中, 南에는 핵무장 허용?

반색하는 中, 南에는 핵무장 허용?

중국 국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립주의를 환영한다. 과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까. [뉴시스]

45대 미국 대통령선거(대선)에서 막말과 성추문의 장본인이자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과 우려 속에서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전망하느라 분주하다. 트럼프 시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외교 지형과 경제상황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먼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대화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 그와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북한과 절대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김정은이 미국을 방문하면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하겠다” 등의 발언을 했다. 김정은이 자신의 목을 걸고 미국에 올 리 만무하기에 미국에서 김정은을 만난다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돼 보인다.

북한 처지에서 보자면 “훨씬 더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하다”던 힐러리 클린턴보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대화하겠다”는 트럼프가 더 마음에 들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은 트럼프 측과 대화하기 위해 탐색하고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있었던 북·미 간 비공식 회담 결과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6년 전 “북핵 시설 정밀타격” 주장

그렇다고 북한이 무작정 트럼프를 반길 것이라는 예측은 오산이다. 트럼프가 과거 “북한 원자로를 정밀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000년 개혁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펴낸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에서 “북한 핵능력은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며 “경험 있는 협상가로서 볼 때 북한이 핵·미사일을 미국에 떨어뜨릴 능력을 갖게 된다면 이처럼 미친 사람들과 협상은 소용이 없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또한 “협상이 실패할 경우 북한 같은 무법자를 겨냥한 정밀타격을 지지한다. 대통령이 된다면 재래식 무기를 이용해 북한 측 목표물을 타격하는 명령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 자문을 맡고 있는 마이클 플린 전 미국국가정보국(DNI) 국장의 최근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린 전 국장은 지난달 일본 도쿄를 방문해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 북한 체제를 앞으로도 오래도록 존속하게 해선 안 된다”며 “북한은 매우 위험한 나라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뭐든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과 경제적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 중국은 북한 문제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역시 선거 유세 기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중국에 대해 경제력이라는 분명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영향력을 활용해 중국이 통제 불가능한 북한을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이 이런 방식으로 중국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이미 벌써 움직였을 터. 다만,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정부 때와 달리 더욱 분명하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중국이 북한을 움직이도록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플린 전 국장은 또한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지 않을 경우 각국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는 트럼프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군 철수’ 계획은 없지만 미군 주둔 비용은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한일 모두 과거 전시 경제상황을 벗어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비용 분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트럼프 고립주의 대환영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배치해 한국을 방어하기보다 한국 스스로 핵무장을 해 자국을 방어하는 것을 선호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 위원은 “트럼프의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 안보와 국익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만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과 관련해 한국 측의 양보를 받아내고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 일본부터 핵무장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독자적인 핵무장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가 아닌 트럼프가 당선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인의 트럼프 선호도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한국과 중국 등 6개 아시아 국가 국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인의 힐러리 지지율은 61%로 6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았고, 트럼프 지지율은 39%로 가장 높았다. ‘트럼프가 한반도 문제를 현 정부보다 더 잘 처리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중국인이 52%나 되는 반면, 나머지 5개 국민은 15%에 불과했다.

사실 중국 정부 처지에서 힐러리는 상대하기 껄끄러운 존재다. 힐러리는 남중국해 분쟁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중국을 강력 비판했을 뿐 아니라, ‘아시아 재균형 정책’(미국 주도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군사, 경제적으로 묶는 전략)의 주요 입안자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인권과 민주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 각종 약점에 대해 원칙을 강조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원리, 원칙을 따지기보다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하며 ‘거래의 달인’으로 불린 만큼 기본적으로 타협이 가능한 인물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대외정책에서 미국을 우선시하고 고립주의 성향을 띠는 트럼프가 남중국해 분쟁 등 미·중 간 문제에서도 상대하기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외정책에 신경 끄고 고립주의를 선택한다면 중국은 각종 영토분쟁에서 더욱 자국 주도적인 행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 김 교수는 “중국은 민주주의와 원리, 원칙을 강조하는 법대 출신의 깐깐한 힐러리보다 비즈니스맨 출신으로 거래를 할 줄 아는 트럼프를 협상 파트너로 선호한다”고 평가했다.



백인 중·하위층 의식, 중국과 경제전쟁?

반색하는 中, 南에는 핵무장 허용?

1월 4차 핵실험 이후 인민무력부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풍계리 핵실험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김정은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지만 “북한 핵시설을 정밀타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사진 출처 · 38노스 홈페이지] [사진 출처 · 노동신문]

그렇다고 미·중 관계를 낙관할 수도 없다. 트럼프는 현재 미국 경제가 어려운 데는 중국의 책임도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전체 무역수지의 48%에 해당하는 3670억 달러(약 422조417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선거 유세 기간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로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중국 수입품에 약 45%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이 불공정무역과 위안화 평가절하 등을 계속한다면 관세 부과와 무역 보복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인이 미국에서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발언도 수차례 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지지층인 백인 중·하위층이 ‘중국인 때문에 못살겠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낸다면 트럼프는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향후 중국을 상대로 매우 강한 경제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으로선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도 향후 미·중 관계가 순탄치 않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11월 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힐러리와 트럼프 가운데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중국을 상대로 강경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대선후보들은 선거 기간이면 신나게 중국을 공격하다가도 막상 집권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중국에 대한 비판을 거둬들이고 기존 중국 정책을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이 갈수록 미국을 위협하는 현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사이버 공격이나 지적재산권 침해 등 중국이 야기하는 각종 이슈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과 함께 나온 것이다.

중국 언론매체도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를 우려하고 있다. 11월 10일 중국 런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승리가 경제정책과 미·중 관계에 불확실성을 가져온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중국은 힐러리와는 익숙하지만 트럼프와는 경험이 없다”며 “트럼프는 유세 기간 중국을 공격하고 미국의 외교·무역정책의 급격한 조정을 언급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일 트럼프가 경제문제로 중국을 압력한다면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들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힐러리의 대중국 전략이 트럼프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트럼프의 승리가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결과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이 일방적으로 미국의 통상무역 압력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외교·안보 영역보다 타협과 절충, 대화 공간이 넓어 미국과의 긴장 완화 차원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이 남중국해 분쟁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북핵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일정 정도 양보하고 타협을 시도한다면 중국 역시 무역 불균형 개선과 위안화 환율조작 중단 등 미국이 요구하는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호협력 위주의 새로운 미·중 관계가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도시 곳곳에서 ‘대통령 트럼프’를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트럼프는 11월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든든한 한미동맹과 한국 방위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방지축, 예측 불가인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이후 예측 가능한 틀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간동아 2016.11.16 1063호 (p34~36)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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