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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잠(奢箴)

  • 하승현 선임연구원

사잠(奢箴)

사잠(奢箴)    
- 보리밥 억세다 말하지 마라

하늘이 안락(安樂)을 줄 때는 사람 가리지 않고
복록(福祿)을 줄 때도 공평하게 주는데
왜 누구는 추위에 떨고 굶주리며
누구는 비단옷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가?

네가 길쌈하지도 않으면서
어째서 화려한 비단옷을 입으며
네가 사냥하지도 않으면서
어째서 살진 고기를 먹는가?

(중략)

즐거움은 끝까지 다 누리지 않아야
늙어서도 이어지고
복은 모두 다 받지 않아야
후손에게까지 흘러가네



보리밥 억세다 말하지 마라
앞마을엔 양식 없어 밥도 짓지 못한다
삼베옷 거칠다 말하지 마라
그마저 없어 헐벗은 저들 좀 보거라

내 아들들아! 며느리들아!
경건히 나의 말을 들어서
허물이 없게 해라


奢箴   

樂無偏畀 福罔偏篤 孰凍而鋖 孰錦而玉
汝所不績 胡纈以초(黹+盧) 汝所不畋 胡肥盈俎
(중략)
樂不亟享 延及耄昏 福不畢受 或流後昆
毋曰麥硬 前村未炊 毋曰麻麤 視彼赤肌
嗟我諸男 及我諸婦 敬聽台言 毋俾有咎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지은 글입니다. 즐거움은 끝까지 다 누리지 않아야 늙어서도 이어지고, 복은 모두 다 받지 않아야 후손에게까지 흘러간다고 했습니다. 길쌈도 하지 않으면서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사냥도 하지 않으면서 살진 고기를 먹으며 아무런 문제의식도 갖지 못한다면 즐거움이 괴로움이 되고, 복이 화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 하승현 선임연구원


사잠(奢箴)

일러스트 · 미호



직접 써보세요
 
즐거움은 끝까지 다 누리지 않아야
늙어서도 이어지고

樂不亟享 延及耄昏
악불극향연급모혼





주간동아 2016.10.26 1060호 (p80~80)

하승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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