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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Global Asia-주간동아 특약 | 아시아의 빈부격차

공평한 성장은 옛말 불평등 늪에 빠지다

부패가 소득격차 조장하고, 부의 편중이 체제 위협할 수준

  • 스테판 해거드 미국 UC샌디에이고 국제정책전략대학원 명예교수,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ckkang@keaf.org

공평한 성장은 옛말 불평등 늪에 빠지다

  • 불평등 논쟁에서 아시아는 모순적 위치에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전 세계 빈곤율과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데 일조했지만, 또 한편으론 아시아 노동인구가 선진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비숙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더불어 경제성장 우등생이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도 소득 불평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포괄적 성장’을 주장하고 있다. 영문 계간지 ‘Global Asia’ 최신호에서 ‘아시아의 빈부격차’를 다룬 커버스토리 중 3편을 번역, 소개한다. 〈편집자주〉
과거에는 아시아의 발전을 ‘공평한 성장’이라고 불렀지만 중국, 인도,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는 이것도 이제 옛말이 됐다. 교육과 보건에 대한 투자 부족, 성장세 둔화, 사회 양극화는 이들 국가의 소득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득 불평등의 주요 원인은 부(富) 분배의 불평등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에서는 상위 1%가 국가 전체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세 나라와 러시아, 브라질은 세계 5대 불평등 국가로 꼽힌다.

아시아에서 전쟁이나 사회개혁, 탈식민지화 등이 소득 불평등 해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로 한국, 일본, 대만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꾸준히 감소해왔다. 전쟁을 치르면서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토지개혁이 이뤄져 부의 집중이 완화될 수 있었다. 세계화도 한몫했다.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는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이 부의 평등을 가져왔다. 노동자가 제조업으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실질임금도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선진국으로 꼽히는 이들 국가에서도 다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중국에서 유입된 노동력에 밀려 교육 수준이 낮은 비숙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서비스 경제로의 전환 또한 새로운 불평등을 가져온다. 금융, 법률, 고등교육 부문 등 전문직 종사자는 고임금 혜택을 받고 있지만, 소매업 종사자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다.  

중국과 베트남은 개혁·개방이 소득 증대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평등이란 관점에서는 부정적 결과를 낳았다. 세계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지역은 내륙에 비해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과거에 누리던 사회안전망이 사라졌고, 누구는 새로운 기회를 잘 이용한 반면 누구는 활용할 기회조차 없었던 점 등이 새로운 불평등을 불러왔다.

식민지 시대 이후 동남아 국가와 인도에서는 새로운 민족주의적 리더십이 출현해 전쟁의 영향력이 다소 약화됐다. 말레이시아는 부의 재분배 의지가 강한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화교 사회가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필리핀은 과거 소수 지배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여전히 불평등 현상이 극심한 상태다. 인도는 의회당이 빈곤층을 정치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지만 토지 소유권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고 여전히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 대만, 홍콩의 ‘생산적 복지국가’

아시아의 사회정책에서 눈여겨볼 것은 한국, 대만, 홍콩이 추구하는 ‘생산적 복지국가’ 모델이다. 이들 국가는 국민연금, 사회적 이동, 국민건강보험 같은 혜택은 미미한 대신 교육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다. 이들은 독재개발국가라는 정치적 기반을 공유하며, 민간기업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보이면서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최소화하고 재량권을 최대한 허용했다.

민주주의가 이러한 패턴을 뒤집는 데 중요한 기능을 했다는 증거도 있다. 한국과 대만은 민주주의로 전환, 선거를 통한 경쟁,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확대 사이에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다. 태국은 탁신 정부 당시 대국민 복지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면서 도입한 의료보험 카드의 가격에서 이름을 딴 ‘30바트 정책’ 등을 통해 한국, 대만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역시 주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 성공 여부는 각국 정부가 세계화, 기술 변화, 서비스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려는 노력과 그럴 만한 역량을 갖고 있느냐에 달렸다.

민주주의 하나만으로는 변화하는 사회정책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 한국은 기본 사회보장 시스템을 확대했음에도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 자유화가 이뤄졌다. 본래 취지는 거대 재벌기업 내 귀족노조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려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인력 감축과 노동시장의 비정규화는 사회적 불안을 가중했다. 더욱이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사회복지 지출이 낮은 축에 속한다. 아시아 국가는 평균 소득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사회보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이는 세금 인상과 누진세 도입 같은 불평등을 상쇄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치 또한 이 일련의 과정에서 원인과 결과로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아시아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제도는 좌우, 혹은 인종 간 분열을 잠재우고 아우르는 중립적 성격의 집단을 생산해냈고, 그 결과 사회민주적 대안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아시아 지역 노조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더 많은 사회보장을 이끌어낼 2차적 압박 수단이 부족하다. 노조가 약하다 보니 노동시장이 이분화되고 비정규직이 등장해 결국 이것이 불평등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본래 독재정권일수록 책임감이 부족하고 부패 요소도 많다. 중국 공산당이 보여주는 부패에 대한 우려 또한 이를 잘 반영한다. 결국 부패가 소득 편중을 조장하고 엄청난 부의 축재를 가져오기 때문에 평등 사회를 내세우던 중국 공산당의 기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평등으로 민주사회로 전환이 제약을 받고 오히려 기존 민주주의 국가가 독재체제로 돌아설 수 있다는 데 있다. 2006년 태국 사례를 보면 이러한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탁신 총리는 대중영합적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 결과 사회 양극화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군부가 개입하면서 태국은 지금도 그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흔들 것이라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해도, 불평등이 민주주의적 통치의 질적 부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 사회에서 논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평등 문제가 경제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정치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영어 원문은 www.globalasia.org 참조).






주간동아 2016.10.19 1059호 (p56~57)

스테판 해거드 미국 UC샌디에이고 국제정책전략대학원 명예교수,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ckkang@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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