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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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추적’ …검찰 최첨단 사이버 감시 타당한가

  • 입력2005-03-03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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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검찰에서 IT와 관련한 프로젝트의 입찰이 있었다고 한다. 프로젝트의 제목이 ‘인터넷 이용 범죄 혐의자 추적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로, 취지는 국가 안전보장과 범죄예방 및 원활한 수사를 위한 것이다. 이는 늘 그럴듯한 명분이 된다.

    필요성은 이렇다. 독자적 시스템을 구축해 수사할 때마다 일일이 IT 업체에 협조를 의뢰하지 않고도 범죄 혐의자의 IP와 ID 등 인터넷에서의 활동 정보를 추적하고, 검찰이 지정한 300여개 사이트를 중심으로 e메일을 비롯해 사이트 출입과 활동 정보를 감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내용 역시 간단하다. 검찰이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IP를 통한 위치 파악과 이용 사이트의 로그인, 이용 내역을 종합적으로 감시하는 데 365일 24시간 추적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어떤 사람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그는 온라인 공간에서 모든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노출되고 있는 셈이 된다. 검찰은 사회적 물의를 예상하고 대상을 간첩, 산업 스파이, 인터넷 범죄, 자살 사이트 등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얘기하는 ‘대상’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간첩’에 대한 규정은 극과 극으로 대립해왔고, 또한 정권이 가장 쉽게 이용해온 칼 아니던가. 지금도 ‘이적행위’와 관련해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가 국회의 뜨거운 감자이며, 현직 국회의원이 공공연히 ‘간첩’으로 공격받기도 한다. ‘산업 스파이’가 될 가능성은 기업에 소속된 모든 회사원 아니던가.

    ‘인터넷 범죄’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런 면에서 검찰의 ‘블랙리스트’는 참으로 무서운 권력의 통제를 예견하게 한다. 소시민이 자신도 모르게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는 ‘트루먼쇼’에 출연하게 될 것이며, 음모와 누명으로 인해 영문도 모른 채 쫓기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나 등장하는 통제사회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남용을 막겠다고 한다. 검찰은 가동 중에라도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나타나면 즉각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하는 돌발 사태에 그때그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충분히 종합적 검토를 거치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은 쉽게 고치거나 폐기하기 힘들다. 미국안보국(NSA)의 엄청난 감청과 도청 사례가 몇 해 전 책으로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한 일이 있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나 나올 법한 일이 에피소드처럼 등장한다. 경찰에는 이미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일찍부터 가동돼왔고, 지난해에는 ‘사이버테러대응센터’까지 발족된 바 있다. 검찰은 사이버 감시망의 구축과 활용에 대해 더더욱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런데 벌써 다음달 완성된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 아닌가.

    vincent201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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