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4

2001.05.17

스코어 속이고 잘된 사람 있나

  • < 안성찬 / 스포츠투데이 골프 전문기자 golfahn@sportstoday.co.kr >

    입력2005-01-27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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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를 두고 신사 스포츠 운운하지만 내기만 걸리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칼만 들지 않았을 뿐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기 일쑤다. 고스톱을 쳐서 1만원을 잃으면 아깝지 않은 사람도 내기골프에서 잃은 단돈 5000원에 신경질을 내곤 하는 것. 돈이 문제가 아니라 스코어에서 졌기 때문일 게다.

    재미난 사실은 골프처럼 속이기 쉬운 운동이 없다는 것이다. 스코어도 그렇고 남몰래 볼을 옮겨놓는 일도 어렵지가 않다. 자신의 볼을 쳐야 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동반자에게는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한번은 필자와 가까운 지인이 연예인들과 게임을 했다. 파3홀.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이었다. 모두가 티 샷을 잘했다. 그런데 연예인 T씨의 볼이 조금 거리가 난 듯했다. 그린 뒤쪽은 러프 지역으로 내리막 지형이었다. 먼저 그린에 올라간 T씨는 볼이 3개밖에 보이지 않자 그린 너머로 가서 슬쩍 한 개의 볼을 떨어뜨렸고, “어라, 볼이 여기 있네” 하고 소리쳤다. 그러고는 어프로치. 그런데 웬일인가. 처음에 친 볼이 홀컵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홀인원이었던 것. 결국 ‘알까기’로 사람들을 속인 죄로 홀인원을 인정받지 못하고 트로피도 못 받았다나.

    더 웃지 못할 일도 있다. A씨가 티 샷한 볼이 오른쪽으로 꺾이더니 러프로 들어갔다. 동반자들은 그곳으로 몰려갔다. 볼을 찾아주어야 했으므로. 그런데 B씨가 볼을 발견하고는 발로 지긋이 밟아 보이지 않게끔 했다. 그런데 A씨는 한술 더 떠 좋은 위치로 가더니 볼이 여기 있다고 소리지르며 알까기를 한 것. 그러니 B씨는 A씨가 알까기했다는 것을 끝내 말하지 못했다. 자신이 볼을 발로 밟고 있었기에.

    골프는 이렇게 속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해를 끼치면 본인에게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 골프의 속성. 내기골프로 남을 속이다가는 진짜로 자신의 인생을 속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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