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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게이트 오기준 ‘조폭’ 행적 드러났다

조양은씨 자서전 속 ‘오기철’과 동일인물인 듯…조씨도 선배 대접한 큰형님급 주먹 추정

동방게이트 오기준 ‘조폭’ 행적 드러났다

동방게이트 오기준 ‘조폭’ 행적 드러났다
조양은씨(50)는 ‘명동 사보이호텔 습격사건’을 일으켜 70년대 말 서울 밤거리를 ‘평정’했던 ‘양은이파’의 보스였다. 80년 검거돼 95년 출소한 그는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일대기를 솔직하게 공개한다는 차원에서 95년 ‘청춘을 묻고 돌아온 조양은--어둠 속에 솟구치는 불빛’이란 3권 923쪽 분량의 자서전을 냈다. 이 책에서 조씨는 양은이파 보스시절에서 교도소 수감생활까지 자신의 경험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의 자서전 출판 사실은 세간의 화제가 됐지만 96년 이 책은 절판됐다. 요즘은 전국 주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조씨의 자서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조씨의 책에는 오기준씨로 보이는 인물에 대한 일화가 나와 있어 관심을 끈다. 오씨는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에게 이경자씨의 뇌물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등 정현준-이경자 스캔들의 핵심 인물. 그는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 10월26일 괌으로 출국해 현재 정확한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막연히 ‘조폭계의 큰형님’으로 알려진 오씨 행적의 한 단편이 조씨의 자서전에서 우연찮게 드러난 것일까.

80년 조양은씨와 같은 교도소에서 복역

조씨는 이 책에서 교도소에서 서방파의 보스 김모씨와 조우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형님으로 모시는 다른 보스를 치라고 명령했던 사람이 누구냐고 김씨를 다그쳤다고 한다.

“나는 넘겨짚어 보기로 했다. 내가 짐작하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댔다. ‘오기철. 기철이 맞지?’ 그렇지만 김태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절대 기철이형 선이 아닙니다’….”(2권 112∼113쪽)



조씨는 책 서두에서 “내가 겪은 일을 감추지 않으면서 당사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가명을 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가명에선 ‘김태훈’처럼 이름의 끝자만 바꾼 경우가 눈에 띈다. 오기준씨의 한 측근은 오씨가 괌으로 출국한 이후 “오씨는 옛날 서방파와 친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조씨의 자서전 내용과 일치한다. 조씨는 ‘오기준’씨로 여겨지는 ‘오기철’이라는 인물이 서방파 보스 김 모씨에게 명령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으며 김씨 역시 그 인물을 ‘형님’으로 깍듯이 호칭하고 있다.

조씨와 오씨는 몇 차례 더 만났다. 조씨는 오씨를 경쟁자로 생각하면서도 그를 선배뻘로 대우해준다. “차가 도착한 곳은 장충체육관 옆에 있는 2층의 룸살롱이었다. ‘오랜만이다.’ 오기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 바로 위 선배뻘이었지만 지금은 내 적이었다…결국 말없이 술만 먹고 헤어지는 상황이 되었다.”(2권 140쪽)

이 두 인물은 80년 대전교도소에서 다시 만난다. 조씨가 먼저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곳으로 오씨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미 ‘15년형’을 선고받은 조씨는 오씨에 대해 과거와 같은 적대감을 드러내진 않았다. 그에 대한 기술은 간단하다. “길고 추운 겨울이 계속됐다…그때쯤에는 김태훈도 대전으로 옮겨왔고, 오기철과 대전-목포내기 등 주먹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200여명 가까이 됐다….”(2권 291쪽) 오씨의 한 측근은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폭력배에 대한 일제단속을 벌인 80년 무렵 오씨가 검거돼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된 정치인들과 대전교도소에서 함께 복역한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실명을 거명하며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이렇게 기술했다.

“김홍일 한화갑 함윤식 김옥두… 등이 온다는 소식이었다. 사회에서 이미 김옥두씨 등과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무척 그들이 기다려졌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그들이 떼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반가워 함윤식씨를 향해 소리쳤다. 그들 일행은 모두 고개를 돌려 나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어이, 양은이. 잘 지냈는가?’”

조씨는 자신이 이들 정치인과 격의 없이 나눈 대화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조씨의 자서전에 따르면 시기적으로 오씨 역시 같은 곳에서 이들 정치인과 함께 복역한 듯하다. 그러나 대전교도소에서 오씨를 포함한 다른 ‘주먹’들이 어떤 행적을 벌였는지에 대해선 나와 있지 않다.

오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서방파 보스 김모씨가 나를 깍듯이 형님으로 모셨다. 양은이도 나를 따랐다”고 말해 조직폭력계에서 김-조씨와 잘 아는 사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관련된 금감원-정치인 로비설은 부인했다.

조양은씨는 자서전에서 오기준씨로 여겨지는 인물과의 인연을 자세히 기술했다. 이제 그는 그 인연으로 좋든 싫든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 됐다. 11월6일 국회 정무위의 금감원 국정감사장에서 이경자씨는 “정현준씨의 사설펀드에 (조양은씨의 돈) 1억9200만원이 들어왔다고 해서 웃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많은 매스컴이 조씨의 정씨 펀드 투자를 기정사실화했다. 그가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오기준씨를 통해 차명으로 가입했다는 설이 뒤이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관계자는 “조씨가 정씨 펀드에 투자했는지 여부는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0.11.23 260호 (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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