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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 천국’ 프랑스 ‘놀자판’ 벌어졌네

주 35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한달 휴가’는 줄고 3~4일 값싼 주말여행 급증

‘바캉스 천국’ 프랑스 ‘놀자판’ 벌어졌네

‘바캉스 천국’ 프랑스 ‘놀자판’ 벌어졌네
요즘 프랑스의 저녁시간대 텔레비전 광고에는 파리에서 가까운 피카르디, 브르타뉴 지방 등의 관광광고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원래 프랑스에서는 여름철 바캉스 기간이나 크리스마스, 부활절 시즌을 제외하곤 관광 비수기인데도 이런 광고가 등장하는 이유는 올해부터 시작된 주 35시간 노동제 덕택에 여가시간이 늘어난 프랑스인들의 여가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프랑스인들의 바캉스 문화는 이들의 삶에서 절대적 중요성을 가진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오직 여름철 바캉스를 위해 나머지 기간을 열심히 일한다는 얘기를 프랑스에서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올 가을부터 20세기를 기념하기 위해 판매하고 있는 프랑스의 20세기 10대 사건 기념우표에 1936년 유급휴가제를 최초로 입법한 인물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프랑스인들은 휴가를 중요시한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돼 유럽에 밀어닥친 경제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집권한 좌파연합 인민전선 정부가 노사정 합의 아래 채택한 연 2주 유급휴가제는 그 후 점진적으로 늘어나 1982년 이후 5주로까지 늘어났다. 매달 이틀씩의 월차까지 합하면 프랑스 근로자들의 법정휴가는 연간 8주 이상인 셈이다.

별장 형태 ‘지트’ 비수기에도 북적

따라서 여름철 한달씩 집과 일터를 비우는 바캉스 기간엔 파리 곳곳에서 프랑스어보다 외국관광객들이 사용하는 영어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올 여름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예년에 비해 한달씩 바캉스를 떠난 파리지앵의 수는 일부 감소했다.



최근 3년간 유럽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주 35시간 노동제를 채택하며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실업률 하락 등 경제 호황 국면에서 여름철 바캉스 인구가 줄어든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계절에 상관없이 매달 주단위나 사나흘씩 주말단위로 바캉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바캉스 문화는 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덕택이다. 주 35시간 근무로 금요일 점심이면 주말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말을 이용한 바캉스 인파가 늘어나면서 프랑스의 여행사들은 성수기 비수기 상관없이 유럽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주말을 보내는 여행상품을 대거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사전 예약 없이 다른 사람들이 예약했다 취소한 티켓이나 여행사가 조직한 프로그램이 인원 미달일 경우 출발 직전에 헐값에 판매하는 인터넷 여행 서비스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 인터넷 여행 업체의 사이트는 싼 주말여행 코스를 찾는 사람들로 인해 수요일이나 목요일 저녁 시간대엔 접속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말 바캉스족은 외국이나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지중해나 피레네 산맥쪽보다 파리에서 가까운 지역을 선호한다. 이동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기분 전환을 위한 주말여행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3∼4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들이 앞다퉈 관광안내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주말에 가족끼리 충분한 휴식을 취하려는 주말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전국에 골고루 산재해 있는, 지트라고 불리는 농가나 산장, 별장들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것은 다른 체인망들에 비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지트들을 포함하고 있는 지트-드-프랑스(G tes-de-France)라는 연맹체 소속의 지트들이다. 1951년에 상원의원 에밀 오베르에 의해 처음 생겨나 1955년 146개의 농가로 전국연맹이 구성된 이 체인은 주요 도시마다 있는 안내소나 웹사이트, 전화, 팩스를 이용해 현재 5만5000개의 지트를 주나 월 단위로 여행객들에게 임대해 주고 있다.

한적한 산이나 숲속, 호숫가, 농촌에 위치한 이들 지트는 전통적인 옛 건물을 실내만 현대적으로 개조하고 각종 설비들을 설치해 이용자들이 마치 자신들의 별장처럼 이용할 수 있다. 일부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소유주가 직접 사용하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에게 임대하는 것이고 대부분은 현지인들이 부업을 위해 자신들의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의 오래된 빈집을 사 새롭게 단장한 것들이다. 도시의 일류호텔 못지않은 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풀이 있는 곳도 많아 여름철이면 수영을 할 수도 있고 규모가 큰 지트는 테니스 코트나 탁구대를 설치해 놓거나 자전거를 빌려주기도 한다.

이들 지트 가운데는 지어진 지 300∼400년이 지난 고성도 있고, 규모 역시 2∼3인용에서 수십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까지 다양하다. 조그만 농가나 산장의 경우 도시의 일반호텔에서 이틀을 묵을 수 있는 숙박비 정도면 4∼5인 가족이 벽난로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주말 동안 집 한채를 이용할 수 있다. 지트는 일반 농가, 호숫가나 강가 근처의 낚시여행용 별장, 등산객을 위한 산장, 스키여행을 위한 산장, 포도주 순례를 위한 포도밭 농가, 보호자 동행 없이 아이들만 보내 현지 전문가와 함께 자연생태 학습이나 농가체험, 미술교육, 승마학교 등을 체험하게 하는 아동용 지트, 수십명 단체를 위한 지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적한 곳에서 가족과 오붓한 휴식

올해 들어 계절이나 날씨에 상관없이 지트를 이용해 자연 속에서 편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과거 비수기와 달리 1∼2주 전 예약이 힘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성수기가 지나면 문을 닫던 곳들도 비수기없이 운영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연간 지트-드-프랑스 전국체인망 소속 지트들의 전체 수입은 1500억 프랑 정도이며 지트를 이용한 사람들이 해당 지역에서 각종 경비로 사용한 액수는 4500억 프랑에 달한다. 또한 한해 평균 3500여개의 지트가 새로 생겨나고 있으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주말여행의 확대로 올해부터는 더 많은 지트들이 생겨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0월 셋째주, 노르망디 지방 칼바도스 도내 스위스-노르망디의 숲에서 만난 파리의 버스 운전사 알렝씨의 말에서는 프랑스인들이 휴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도시에 사는 중산층 이상 대부분이 자신들의 고향이나 휴양지에 또다른 거주지를 갖고 있다. 나도 고향인 노르망디에 또 하나의 거주지를 갖는 게 희망이지만 아직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여름 바캉스와는 별도로 매년 두세번씩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지트를 빌려 어릴 때 떠난 노르망디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휴식을 취하곤 한다.”

알렝씨처럼 주말을 이용해 가족끼리 한적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프랑스인들은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 같다. 올해부터 노동시간 단축으로 주말이란 개념이 시간적으로 늘어난데다가 경제호황에 따른 성장의 열매를 온 국민이 평등하게 나누어 갖겠다며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90여개에 달하는 각종 세금 감면 계획이 내년부터 2003년까지 실시되기 때문이다. 줄어든 노동시간과 늘어날 수입 덕에 앞으로 프랑스인들의 바캉스 열풍은 연중 계속될 전망이다.



주간동아 2000.11.09 258호 (p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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