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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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북풍인 듯 아닌 듯 新北風

선거 코앞인데 中 닝보의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과 정찰총국 출신 탈북자 전격 공개?

  • 최하영 NK News 서울특파원 hayoung.choi@nknews.org

    입력2016-04-18 08: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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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계속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강경한 대북정책은 ‘북풍’의 시작이었다. 20대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4월 8일 금요일, 평소 브리핑 시간과는 다른 오후 5시에 통일부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해외 북한 음식점에서 일하던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이 7일 서울에 도착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었다.

    간혹 언론들이 탈북 사건을 소개하지만, 통일부 브리핑에서 사실 확인을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10년이 지난 탈북 사건의 결말에 대해 문의해도 답변은 마찬가지다. 탈북자 가족의 신변 문제 때문에 사실 확인을 해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통일부 브리핑이 있고 다음 날 ‘한겨레’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청와대가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실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4월 11일 월요일 아침 ‘연합뉴스’가 단독으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대좌의 탈북 소식을 보도했고, 이어진 국방부 브리핑에서는 다음과 같이 날 선 질문이 오갔다.

    기자 : “국방부에서 지금 확인해주는 이유가 북한 군인이기 때문인가요. 평소 그런 사안이 확인이 잘 안 되거든요. 그런데 구체적으론 확인을 못 해준다고 하지만, 지금 확인해주는 것 자체가 좀 이례적인데, 북한군이기 때문에 확인해주는 건지 아니면 범정부 차원에서….”

    국방부 대변인 : “네, 그렇습니다. 북한 군인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확인해드린 것입니다.”



    기자 : “평소에는 그런 것 확인 안 해주시잖아요. 총선 때문인가요.”

    국방부 대변인 :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의 이례적인 탈북 소식 확인

    선거철마다 북한 변수가 생겨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 정부가 확인해준 탈북 사건들은 발표 시점을 고려할 때 북한의 직접적인 도발에 의한 북풍이 아닌, 국내 정치 내부에서 발생한 북풍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4월 12일 화요일 국방부는 브리핑을 통해 정찰총국 대좌 탈북 사건은 지난해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고위급 탈북자 사건과 관련한 사실 확인이 공교롭게도 총선 이틀 전 이뤄진 것이다.

    장상종 씨가 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사논문으로 쓴 ‘한국의 민주화 이후 북한 변수와 국내 정치 : 1987년~2001년 사례분석을 중심으로’는 선거 전 북한 변수의 양상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확대형 : 돌발적 북한 변수를 정치권이 확대해서 활용

    △조작형 : 북한 변수를 조작함으로써 남북 간 긴장을 유발

    △속죄양형 : 야당이나 저항세력을 친북으로 연결시켜 제압

    △강경정책형 : 대북 강경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남북 간 긴장을 유발

    민주화 이전인 1950년대 진보당 사건이나 64년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67년 동백림 사건 등이 잘 알려진 ‘속죄양형 북풍’이다.  

    ‘확대형 북풍’의 대표적 예로는 1996년 15대 총선 직전 비무장지대(DMZ) 소요 사건이 있다. 그해 4월 4일 북한은 평양방송을 통해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정전협정을 준수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가 경계 태세를 한 단계 높이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정준표 영남대 교수는 논문 ‘북풍의 정치학 : 선거와 북한 변수’에서 당시 새정치국민회의가 수도권에서 입은 피해를 의석으로 환산하면 약 10석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00년 6월 ‘신동아’는 당시 정부 여당과 군 수뇌부가 의도적으로 북한군의 판문점 출몰 사건을 침소봉대함으로써 안보 불안과 위기감을 부추겨 DMZ 소요 사건을 선거에 정략적으로 이용했다고 폭로했다.

    가장 고전적인 ‘조작형 북풍’의 사례를 들자면 1997년 대통령선거(대선) 직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회창 후보 측에서 북한에 판문점 내 총격 시위를 요청한 총풍 사건이 있다. 실제 무력시위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당시 이회창 후보 측 인사들은 북한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관계자를 만나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98년 5월 검찰 조사를 통해 이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북풍이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선거에 때맞춰 반드시 북풍이 부는 것도 아니다. 19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 측이 평양의 김정일과 핫라인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한나라당 측 폭로와 월북인사 오익제가 김대중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설이 퍼졌음에도 김대중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여권분열과 외환위기 등 경제 이슈가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2007년 이명박-정동영 후보 간 대선 정국에서는 별다른 북한 변수가 등장하지 않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007년은 노무현 정부 당시”라며 보수정부가 들어서자 북풍 빈도가 다시 높아졌음을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일어난 천안함 사건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오며 북풍 효용성에 의심을 갖게 했다. 정 연구실장은 “당시 정부가 사건 관련 조사를 제대로 마치기 전 결과를 발표하고 나중에 정정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와 대북제재 강화를 통해 ‘강경정책형’ 북풍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4월 8일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과 정찰총국 대좌(상좌라는 주장도 있음) 탈북에 대한 사실 확인은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유형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북풍몰이가 폭풍이 되려면 북한이 직접 사건을 쳐서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감이 커져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북한 내 불안감이 커져 탈출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실장 역시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직전 국민적 관심과 분노를 일으킨 천안함 사건과 비교하면서 이번 탈북 사건의 여파가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최근 탈북 소식을 “애교스러운 북풍”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의 도발과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통해 보수층의 결집을 이뤄내기보다, 안보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추진력과 북핵 억제를 위한 국제 공조, 통일 외교 등을 부각하려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북한 이슈로 보수층이 결집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안정심리 때문이라고 볼 때 탈북 뉴스가 국민의 불안정을 자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DMZ 소요 사건과 안보 위협이 즉각적인 연관 관계를 갖는 데 비해, 해외 노동자 혹은 고위급 관료의 탈북은 북한 엘리트층의 내부 균열→한반도의 급작스러운 상황 변화→안보 위협, 혹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제재 효과→보수여당의 대북정책 성공이라는 다소 복잡한 논리적 흐름을 요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한 야당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는 것 역시 변수다. 국민의 관심을 안보 문제로 돌리는 것이 ‘2016년 신북풍’이 가진 목표라는 것이 최영일 정치평론가의 분석이다. 한편 연초부터 계속된 북한 핵실험과 거의 매일 들려온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 쌓인 대중의 피로 역시 북풍의 힘을 앗아갔다. 북한 변수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주식시장의 회복력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 끼친 영향은 미미

    장상종 씨는 위에서 언급한 논문에서 민주화 이후에도 북한 변수는 진보 정치세력보다 보수 정치세력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햇볕정책 시기를 거치면서 남북 간 적대감이 다소 완화됐다고 하지만, 상호 불신과 오랜 반공 이데올로기의 구조적인 벽을 넘어설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이슈가 국내 정치에 작용하는 방식을 보면 북한의 도발 같은 대결적 요인이 이산가족 상봉 같은 우호적 요인보다 영향력이 크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북한 변수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접경해 ‘안보 1번지’라 부르는 경기 파주을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강원지역은 새누리당이 의석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역 고유의 정치 성향을 감안한다면 이번 북풍 덕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지역인 대구의 투표율은 가장 낮았다. 보수층 결집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한편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남북 간 커지는 이질성이 북풍의 힘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분단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의 경우 북한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반사적으로 적대감을 가질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선거 직전 북한 변수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경향과 함께 ‘비합리적인 북한관’ 또한 커지고 있다. 과연 북풍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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