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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저력은 공격적 마인드… 원롯데-원리더 후 한일 통합 시너지 효과”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고문 “신동주 경영권 불씨? 전혀 없다”

  • 도쿄=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롯데 저력은 공격적 마인드… 원롯데-원리더 후 한일 통합 시너지 효과”

한국 재계 5위 롯데그룹이 또다시 쇄신의 깃발을 들었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로 시름하는 가운데 혁신 경영으로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롯데그룹은 12월 15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5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뉴롯데(새로운 롯데)’ 행보를 이어나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행사에서 “새로운 롯데를 만들어가는 길에 창업주가 몸소 실천한 도전과 열정의 DNA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혁신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지난 3년간 대대적인 유통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유통 명가’ 지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 거버넌스를 발전시켜달라”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고문이 11월 21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고문이 11월 21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창업주 정신’으로 요약되는 롯데의 혁신 DNA는 무엇일까. 신 명예회장의 혁신 DNA는 신동빈 체제에서도 발현될 수 있을까. ‘주간동아’는 11월 21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롯데그룹의 산증인’ 쓰쿠다 다카유키(79) 롯데홀딩스 고문을 만나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신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 모두로부터 신뢰를 받아온 인물로 일본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신 명예회장과 와세다대 동문인 그는 1968년 스미토모은행(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입행해 2001년 대표이사 전무에 올랐다. 같은 해 로열호텔로 직장을 옮겨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했고, 6년 후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신 명예회장은 오랜 기간 쓰쿠다 고문을 눈여겨봤으며 2009년 그에게 롯데홀딩스를 맡겼다. “롯데그룹의 거버넌스를 발전시켜달라”는 것이 당부였다.

얄궂게도 쓰쿠다 고문이 롯데홀딩스를 이끌던 10여 년은 이른바 ‘형제의 난’이 벌어진 시기였다. 형제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당시 정신이 온전치 못하던 신 명예회장을 이용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쓰쿠다 고문은 당시 상황에 대해 “슬프고 외로웠다”고 회고했다.

신격호 명예회장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과거 스미토모은행 런던지점장 및 유럽본부장으로 일했다. 당시 신 명예회장이 한 테마파크를 시찰하고자 런던을 방문했다. 신 명예회장은 도쿄 니시카사이에 테마파크를 지으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저녁식사 중 각종 자료를 보여주면서 ‘사업에 대한 생각을 기탄없이 말해달라’기에 인근에 ‘도쿄 디즈니랜드’가 있으니 그만두면 어떻겠느냐고 답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당시 신 명예회장은 사업 진행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다만 주변에서 아무도 ‘노(NO)’라고 말하지 않아 누군가 반대해주길 바랐다고 하더라.”

롯데홀딩스 대표를 지내면서 롯데그룹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나.

“신 명예회장은 평소 ‘롯데는 자신이 고생해서, 아주 힘들여서 일군 곳’이라고 했다. ‘본인이 200년을 살 수는 없지 않냐’며 ‘롯데 조직과 사람을 키워주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때까지 하지 않던 경영회의를 시작했고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평가제도도 새롭게 정립했다.”



당시에도 창업주의 장성한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았나. 그런데도 신 명예회장이 당신을 롯데홀딩스 대표에 임명한 까닭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은행에서 임원으로 일할 때 여러 조직을 만들었다. 적자기업이던 로열호텔을 정상 궤도(흑자)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내가 해온 일들을 롯데에도 심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신 명예회장이 나를 대표에 임명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은행권은 거버넌스가 아주 중요하다.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이 일본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도 나를 롯데홀딩스 대표에 앉힌 것은 ‘거버넌스 구조’를 강화하라는 창업주의 뜻이었던 것 같다.”

“신동주, 경영회의 때 말 없었다”

2020년 1월 22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콘서트홀에서 엄수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나란히 헌화한 뒤 먼저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1월 22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콘서트홀에서 엄수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나란히 헌화한 뒤 먼저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쓰쿠다 고문이 보기에 롯데그룹의 정수는 ‘도전 정신’이었다. 그는 “롯데의 저력은 어디에 있나”는 기자 질문에 ‘공격적 마인드(aggressive mind)’를 꼽았다. “기존 산업계의 연장선상에서 기업을 경영하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을 예로 들었다.

“롯데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강점을 많이 느낀다. 최근 기업 경영에서 공격적 마인드와 공부에 대한 의욕이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매우 훌륭하다. 지난해 일본 니케이신문의 보도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 세계 특허기술 보유 국가 순위였다. 1위가 중국이고 2위가 미국이었다. ‘일본이 3위인가’ 생각하면서 봤더니 한국이더라. 일본은 그다음이었다. 일본롯데와 일본은 그런 점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측면에서 신 명예회장의 장남, 차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에 대한 평이 갈렸다. 쓰쿠다 고문은 “신동빈 회장은 활발하고 도전적인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중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고 평가했다. 쓰쿠다 고문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의 이 같은 성격은 경영자로 일할 때도 드러났다. 그는 “롯데그룹에서는 (계열사별) 경영 회의가 매번 열린다. 회의 때마다 신 전 부회장을 존중해 ‘할 말이 있으면 말씀해달라’고 했는데 그때마다 회의석상에서 아무 얘기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신 전 부회장이 임원 신분으로 참여한 경영회의 때마다 줄곧 침묵했다는 것이다. 쓰쿠다 고문만이 느낀 인상은 아니었다. 일본롯데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항상 안정을 추구했고, 뭔가 생각을 하다 이내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안정을 중시하던 장남은 2011년 ‘풀리카(POOLIKA)’라는 몰래카메라 사업을 추진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편의점과 드러그 스토어 등 소매 점포에서 은밀히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마케팅용 정보로 가공해 제3의 회사에 판매하는 풀리카 사업에 대해 “도둑촬영 아니냐”는 지적이 롯데그룹 안에서 이어졌지만 신 전 부회장은 사업을 강행했다. 쓰쿠다 고문은 풀리카 사업에 대해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관련 문제로 신 전 부회장은 2014년 12월을 기점으로 일본롯데 이사직에서 연이어 해임됐다. 쓰쿠다 고문은 “해임을 처음 언급한 사람은 신 명예회장”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국에 있던 신 명예회장이 ‘사업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여러 번 말했으나 (신 전 부회장이)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고, 해명도 없었다. 신 명예회장이 엄청 화를 냈고, 나에게 신 전 부회장을 해임하라고 얘기했다. 신 전 부회장의 해임 결의안이 처리되는 이사회 개최 직전 한국에 있는 신 명예회장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지금부터 이사회를 진행할 건데 (신 전 부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해도 괜찮겠냐’고 다시 물었다. ‘괜찮다. 해임해달라’고 하더라.”

법원 시각도 신 명예회장과 같았다. 도쿄지방법원은 2018년 3월 신 전 부회장에 대해 “소매점포 내 무단촬영을 수반하는 풀리카 사업을 시행하면 위법으로 판단될 리스크가 있다는 점, 소매업자와의 신뢰관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그룹 전체 경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했다고 할 수 있으므로 해임의 정당한 이유와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일본롯데 본사에 트럭이 나타난 까닭

풀리카 사업이 추진된 2011년 10월부터 사업 후 감사가 진행된 2014년 12월까지 신 전 부회장이 임직원 e메일을 동의 없이 본 일도 있었다.

“임직원 e메일을 동의 없이 본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불법적 행위라 소송 대상이었는데, 회사 차원에서 상당히 망신을 사는 일이라 소송을 하지는 않았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특정인이 e메일을 훔쳐볼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2015년 이후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신 명예회장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목적으로 영상과 문서를 공개하는 등 여러 일을 벌였는데.

“일련의 상황을 보고 ‘슬프다’ ‘외롭다’ ‘마음 아프다’고 느꼈다. 신 명예회장은 본인이 창업주로서 롯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많이 얘기했다. 위대한 창업주가 있는데 그런 일을 한 것 자체가 아주 슬펐다.”

‘광윤사 주식 1주 매매 계약’ ‘한국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주식을 담보로 한 2000억 원 금전대차계약’ ‘주주 권리 위임 계약’ 등도 벌어졌다. 당시 “정신건강이 미약한 신 명예회장을 상대로 너무했다”는 여론도 있었다.

“신 전 부회장이 자기주장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서 언급된 여러 행동을 했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 구성원에게 ‘당근’을 제안하기도 했다. 2016년 2월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종업원주주회에서 본인에게 주식을 일정 부분 매매하면 남은 지분에 대해 25억 원 상당의 이익을 보장하는 이른바 ‘베네핏(benefit)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이다. 종업원주주회가 보유한 주식으로 롯데홀딩스의 과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에서 나온 공약이었다.

베네핏 프로그램에 대한 롯데 임직원들 반응은 어땠나.

“직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다. 베네핏 프로그램에 응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가 ◯◯을 잘못했다’는 식의 (롯데 경영진을 비판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큰 트럭이 (롯데) 본사 주변을 돌게도 했다. 이를 본 직원들은 롯데의 명예·신뢰·평판에 흠이 생길까 슬퍼했다.”

“신동빈 체제에서 직원들 안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1년 11월 1일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상전 신격호 기념관’ 개관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1년 11월 1일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상전 신격호 기념관’ 개관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지난하던 경영권 논란을 종결한 사람은 신 명예회장이다. 롯데지주 측은 신 명예회장 타계 약 6개월 후인 2020년 6월 24일 유품을 정리하던 중 그가 2003년 3월 자필로 작성하고 서명한 유서를 도쿄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밀봉된 유서는 일본 법원에서 상속 대리인이 모두 모인 가운데 공개됐다. 유서에는 “롯데그룹 후계자는 신동빈으로 한다. 신동주와 가족은 경영에 참여하지 말고 그룹 발전을 위해 협력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오랜 경영권 분쟁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오랜 기간 신 명예회장과 관계를 이어왔는데 유서 내용이 평소 뜻에 부합한다고 보나.

“언론을 통해 보도된 유서 내용(신동빈 회장이 한국, 일본 등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 등 가족은 경영에 참여하지 말라)은 평소 신 명예회장의 뜻과 완전히 일치한다. 신 명예회장은 신 회장이 롯데 발전의 적임자라고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를 맡은 후 신사업 등에서 활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의 ‘원리더’ 체제 후 롯데의 사업적 변화라든가 임직원의 인식 변화가 있었나.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로 취임하면서 직원들도 안심하고 있다. 롯데라는 그룹은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한국 사업과 일본 사업에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것이 중요하다. 신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런 부분들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직원들은 생각한다. ‘원롯데-원리더’(한국·일본 롯데는 리더 1명이 총괄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 후 한일 통합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 복귀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신 전 부회장의 광윤사 지분을 이유로 ‘경영권 불씨가 남아 있다’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일본에서 볼 때 경영권 불씨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확신한다. 경영진, 주주, 종업원 등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이해관계자)는 현 경영진을 신뢰하고 있고, 이러한 체제가 확립됐다. 법원이 ‘신 전 부회장은 이사로서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스테이크홀더가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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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70호 (p16~19)

도쿄=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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