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0

2022.07.29

‘당심’ ‘윤심’ 모두 잃은 이준석, 여론 업고 복귀 가능할까

[이종훈의 政說] 李,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 1위… “내부 총질 당대표” 평가도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2-07-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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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후 문을 나서고 있다. [동아DB]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후 문을 나서고 있다. [동아DB]

    본인도 놀랐을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넥스트위크리서치가 KBC광주방송과 UPI뉴스 의뢰로 7월 12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준석 대표는 22.9%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7월 16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25.2%로 1위를 차지했다.


    윤핵관 향한 국민 거부감↑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쥐려 하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크게 앞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한 앞선 조사에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1%, 장제원 의원은 4.4%,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4.9%를 기록했다. 최근 윤핵관이 되고자 노력하는 안철수 의원이 그나마 18.3%를 얻어 체면을 유지한 정도다. 조사 결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이 대표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둘째, 윤핵관에 대한 거부감이 생각보다 강하다.

    당대표 직무대행이라는 꼬리표가 달렸지만 윤핵관 중 윤핵관인 권 원내대표가 당권 장악에 성공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명실공히 당권을 쥐려면 차기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그조차 여의치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성상납 의혹 관련 수사가 기소로 이뤄져 이 대표에 대한 중징계가 정당성을 잃지 않는 한 여론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윤핵관을 향한 공세적 발언을 중단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이 하나 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이나 경찰국 설치 문제로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연일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당원 가입만 독려하고 다닐 뿐이다. 윤핵관과 정면충돌도 불사하며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 경징계를 유도하려 무던히 애쓰던 그였다. 윤리위 징계 결정이 나오기 전 연일 방송에 출연해 강한 어조로 자기변호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도 표현이 거칠었고 태도가 유치했다는 말이 나왔다. 당내에서도 인심을 많이 잃었다. 고립무원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

    이 대표는 징계 결정 직후 태도가 바뀌었다. 지역을 순회하며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이는 묘수로 보인다. 이 대표에게 중징계가 내려지면 2030세대, 그중에서도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이 국민의힘 지지를 철회하는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징계 결정 이후 2030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 대표는 그들을 향해 “국민의힘 당원이 돼라”고 호소했고 결과적으로 2030 당원들의 줄탈당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새 전략은 당심을 되돌려 고립무원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은 해당 전략이 효과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 직후에도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면 상처는 더 깊어졌을 테고, 6개월 뒤 복귀는 더 요원했을 것이다.



    권성동 리스크 부상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7월 26일 공개돼 논란이다. “우리 당도 잘 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은 국민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뒤에서 몰래 당권 싸움을 진두지휘했다는 말인가”라는 논평을 냈다.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불거지자 권 원내대표는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당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구성에 매진해온 나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해명도 잊지 않았다. 다만 이미 들켜버린 윤 대통령의 속마음을 모두 감추기는 어려운 해명이다. 이 대표 축출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도 정설로 굳어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번 일을 실수라고 말한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의 문자메시지가 보도를 타 논란이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의도적으로 보여준 것이냐, 단순 실수냐 설왕설래하지만 최근에는 전자로 보는 것이 대세다.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노출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윤심’이 내게 있다는 세 과시 차원이 아니었을까. 다만 의도치 않게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의 항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당내에서는 ‘권성동 리스크’에 대한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윤핵관 내부의 권력투쟁 양상까지 더해지면서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역전되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달라진 이 대표를 끝내 몰아낼 수 있을까.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쥐고 ‘윤석열의 국민의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오히려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 대표에게는 기회의 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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