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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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이 스마트시티 만든다!

부산 BIBC 등 지자체-기업 협업 눈길… “암호화폐와 거버넌스 결합 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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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2-04-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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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블록체인 비즈니스센터(BIBC) 완공 후 예상 조감도. [사진 제공 · 미디움]

    부산국제블록체인 비즈니스센터(BIBC) 완공 후 예상 조감도. [사진 제공 · 미디움]

    #20XX년, 대한민국 A 시에 사는 B 씨는 디지털자산거래소 직원이다. 한국은행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등 디지털자산 가치가 폭넓게 인정되는 시대다. B 씨가 사는 도시는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시티(smart city). 블록체인 기술 덕에 수십 년 전 회자된 ‘유비쿼터스 시티’보다 훨씬 진보된 편리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B 씨 부모는 보안성 높은 블록체인 기반의 생체인증을 통해 전문의로부터 실시간 진료를 받는다. B 씨는 이따금 서울로 출장을 갈 때면 자율주행차를 이용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교통체증이 덜한 구간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한국 민주주의도 진일보했다. 분산 식별자(DID)를 통해 지역 공동체,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중앙정부에 시민으로서 의사를 투명하고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아파트 동(棟)대표부터 대통령 선출까지, 선거 관리도 블록체인 기술로 공정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레이어2’로 진화하는 블록체인

    3월 2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블록체인 특화 벤처 컨벤션 ‘비 스페이스(b-space)’ 개소식. [사진 제공 · 미디움]

    3월 2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블록체인 특화 벤처 컨벤션 ‘비 스페이스(b-space)’ 개소식. [사진 제공 · 미디움]

    가까운 미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시티 일상을 묘사한 것이다. 앞에 언급한 도시 환경은 그저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암호화폐와 함께 인구에 회자된 블록체인 기술은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 블록체인 기술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스마트도시계획·환경비즈니스 트랙 교수는 “최근 해외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레이어2’로 발전하고 있는데 앞선 ‘레이어1’보다 확장성이 높고 빠르며 수수료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비트코인이 인터넷 머니로 부각됐다면 향후 블록체인은 특유의 분권적 요소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나 거버넌스 측면에까지 새로운 국면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블록체인이 경제적 가치와 거버넌스가 결합된 일종의 새로운 조합(組合)을 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블록체인이 적용된 미래 사회는 스마트시티를 통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시티 건설은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 △모빌리티를 비롯한 도시 인프라 구축 △지역화폐 등 금융시스템 확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앙정부, 지자체가 민간기업과 기술·투자 협력을 통해 블록체인산업 저변을 넓히는 단계다.

    블록체인산업 육성의 대표 거점은 2019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부산이다. 부산시와 미디움, NHN, 테슬라코리아, 판다코리아닷컴 등 15개 기업은 2월 부산국제블록체인비즈니스센터(BIBC) 건립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23년까지 부산에 약 5만㎡(1만5000평) 규모 부지에 비즈니스센터, 컨벤션센터, 연구 및 교육센터를 갖춘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 융복합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뼈대다. 미디움 측 관계자에 따르면 BIBC 완공 후 본사 이전 및 지사·연구소 설립 의사를 타진한 기업은 30개가 넘는다. 여기에 부산 등 인근 지역의 스타트업을 추가 발굴하면 블록체인 관련 기업 100곳 이상이 모인 클러스터가 조성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BIBC 완공에 앞서 만들어진 ‘비 스페이스(b-space)’도 눈길을 끈다. 3월 24일 개소한 비 스페이스는 블록체인 특화 벤처 컨벤션이다. 부산시는 비 스페이스를 2027년까지 블록체인 창업 거점으로 키우는 한편, ‘블록체인 기술혁신 지원센터’ ‘블록체인 융복합 연구혁신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려는 지자체는 부산시만이 아니다. 세종시는 AI(인공지능) 기반의 행정 서비스로 ‘헬스케어 테스트베드’와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지향한다. 먼저 헬스케어 테스트베드를 통해 각 병원의 의료진 현황과 환자 대기시간 등 관련 정보를 관리할 계획이다. 구급차량이 이송 환자 상태를 의료시설에 실시간 전송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적용 분야 다양

    ‘미디움’이 개발한 블록체인 전용 하드웨어 정보처리장치 MBPU. [홍태식]

    ‘미디움’이 개발한 블록체인 전용 하드웨어 정보처리장치 MBPU. [홍태식]

    자율주행차 등 도시 교통체계에 적용될 블록체인 기술도 눈에 띈다. 세종시는 LG CNS, 라온시큐어 등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자율주행차 신뢰 플랫폼을 마련했다. 자율주행차가 도심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V2X(차량·사물 통신) 구축이 핵심 목표다. 무인 자율주행차에 DID를 부여하고 각 차량에 생성된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해킹 우려가 적은 블록체인 기술 덕에 안전한 공공데이터 축적도 가능하다.

    모빌리티 분야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스마트시티 구축의 최일선이다. 전국 도로망 관리부터 물류 체인이나 지능형 교통망 구축, 친환경 에너지 공급까지 블록체인을 도입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한국도로공사는 2020년 ‘상호신뢰 정산시스템’ 구축을 위해 블록체인 플랫폼 개념검증(PoC)을 실시했다. 기존 정산시스템 하에서는 운전자들이 이용하는 하이패스 데이터에 오류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국 고속도로는 크게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관리·운영하는 구간과 민간 투자자가 운영하는 이른바 민자 구간으로 나뉜다. 운영 주체마다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두 도로 구간을 모두 이용할 경우 정산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19년 한국도로공사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18년 8월 전국 고속도로 하이패스 과납·오납 사례는 총 4만2511건에 달했다. 특히 주말, 연휴 등 고속도로 통행량이 늘어나는 기간은 정산시스템 데이터 처리량이 평일보다 4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국도로공사는 고성능 블록체인 프로그램을 토대로 새로운 통행료 정산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하나은행과 블록체인 데이터 연계시스템을 구축해 이용자가 하나은행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에 자기 이름과 차량 번호만 입력하면 미납 통행료를 납부하거나 과납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끔 했다.

    친환경 전기차 충전 사업과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도 주목된다. 부산시 블록체인 사업 컨소시엄에는 전기차 충전소 1위 운영사인 대영채비, 국내 최대 보조배터리 공유서비스 ‘충전돼지’, 공유형 전기자전거 카카오T바이크 공급사인 판다코리아닷컴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탈중앙화 전기 충전 기반 유틸리티 토큰인 더리차지 등도 블록체인 생태계 운영 몇 결제에 활용될 예정이다.

    일반인에게 블록체인이 가장 친숙한 분야는 역시 금융이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암호화폐는 더는 낯설지 않다. 스마트시티 조성에서도 블록체인 금융은 핵심 분야로 꼽히며 지역화폐와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2019년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상품권 플랫폼 ‘착(Chak)’을 개발했다. 지자체는 가맹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각 가맹점도 환전 및 매출 정산이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보안 수준이 높은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지역화폐를 현금으로 불법 환전하는 이른바 ‘깡’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가치 전달 네트워크”

    다만 블록체인을 통한 스마트도시 구축에도 보완할 점이 있다. 대표적 문제가 중복 투자와 옥상옥식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에 대해 조재우 교수는 “개별 사업마다 각각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실제 시민들 체감도도 낮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블록체인 플랫폼의 기준을 확립하고 그 밑바탕 위에서 다양한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대개 블록체인을 분산 데이터베이스로 이해하는데, 기술 발전 흐름에서 그 본질은 가치를 전달하는 네트워크라고 봐야 한다. 인터넷이 정보 네트워크라면 블록체인은 가치 네트워크인 셈이다. 이 점을 전제해야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블록체인 기술 적용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최근 지자체가 지역화폐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섰지만 네트워크로 다른 블록체인과 연결하지 않은 점은 한계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달성한 후 블록체인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노릴 필요가 있다.”




    “차별화된 기술로 스마트시티 조성,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기여”
    김판종 미디움 의장

    김판종 미디움 의장. [홍태식]

    김판종 미디움 의장. [홍태식]

    국내 블록체인산업과 스마트시티 현장마다 눈에 띄는 기업이 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미디움’이다. 미디움은 부산국제블록체인비즈니스센터(BIBC) 건립을 위한 부산시와 기업 컨소시엄 간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에 일조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스마트시티 구축에 산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블록체인 전용 하드웨어 정보처리장치 ‘MBPU’를 개발한 미디움은 토털 블록체인 솔루션 ‘MDL’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공기업, 금융기관 등과 활발히 협업하고 있다. 김판종 미디움 의장을 만나 미디움의 블록체인 기술 역량과 사업 구상을 물었다.

    미디움만의 블록체인 기술 특징은 무엇인가.

    “미디움의 블록체인 코어가 세계적 수준의 고성능이라고 자부한다. 지난해 1월 한국시험인증원(KOTCA) 성능 테스트에서 1만4142TPS(초당 트랜잭션 수)를 인증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고성능이란 단위시간 동안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많다는 뜻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TPS, 즉 초당 처리 가능한 트랜잭션(데이터베이스 상태를 변화시키고자 수행하는 작업 단위) 양으로 표현한다. 현재 통용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속도는 7TPS에서 25TPS 수준으로 알려졌으니 미디움 블록체인 코어의 속도가 더 빠르다.”

    코어 성능이 높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이 있나.

    “보통 디지털 서비스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피크타임 때 유입되는 다수의 사람이 지연 없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금융 현장 사례에 대입해보면 고객이 몰리는 월말에 은행 창구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다. 미디움의 코어 기술이 널리 적용되면 누구나 최저 수준 수수료로 안정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서비스 도입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도로공사의 상호 정산 솔루션 구축, 한국조폐공사의 블록체인 도입을 위한 BMT(벤치마크테스트) 환경 구축 프로젝트에 고성능 코어 기술을 납품했다. 부산은행의 메타버스 뱅킹서비스를 비롯해 국내 모 은행에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컨설팅을 하는 등 금융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사업 영역을 확장해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의 블록체인 전용 융복합 비즈니스센터 건립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스마트도시 구축을 위한 지자체와 협력이 눈에 띈다.

    “미디움은 부산시와 국내외 15개 기업이 BIBC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데 기여했다. 미디움이 지향하는 BIBC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콘텐츠, 메타버스, 금융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공간이다. 향후 부산의 지역 특화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개방형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고성능 블록체인 코어를 탑재해 공공 및 민간 비즈니스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특히 동북아시아 물류 허브인 부산은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물류시스템이 필요하다.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물류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논란을 빚은 해외 가상화폐 재단과 미디움의 관계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는데.

    “미디움은 지난해 해당 재단의 요청으로 초고속 블록체인 메인넷을 설계, 개발해 제공하는 계약을 맺고 관련 용역을 수행 중이다. 미디움은 이 재단이 발행하고 보유한 토큰이나 이에 따른 보상정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다.”

    앞으로 포부는 무엇인가.

    “미디움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공공 분야에선 스마트시티 조성, 민간 분야에선 블록체인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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