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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달고나 왜 쉽게 부서질까

과학으로 본 ‘오징어 게임’… 공유 혼자 가면 쓰지 않은 이유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오징어 게임’ 달고나 왜 쉽게 부서질까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장면.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장면.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중장년층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놀이를 바탕으로 한 ‘배틀로얄’ 식 호러 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놀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등이다. 억만장자 VIP들이 게임을 지켜보며 관음증적인 쾌락을 즐기는 사이 게임 참가자들은 비인간적이고 가혹한 방식으로 죽어나간다.

이렇게 죽임을 당하는 참가자들은 경제적으로 빈곤하거나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이 돈을 놓고 경쟁하는 디스토피아적 스토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끝없는 토론을 양산하며 사회적 논쟁을 낳고 있다. 나아가 많은 시청자의 잠재의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공한 ‘공포 엔터테인먼트’

달고나 뽑기에 도전하는 성기훈 역의 이정재.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달고나 뽑기에 도전하는 성기훈 역의 이정재. [사진 제공 · 넷플릭스]

해외 한 수면의료 사이트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오징어 꿈’이라는 문구의 구글 검색량이 10월 3일 이후 전 세계적으로 1800% 증가했으며, ‘오징어 악몽’이라는 문구 검색량은 4600% 늘어났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연구진은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사람들은 매우 충격적인 드라마로 여기고 있으며, ‘오징어 게임’의 어두운 면이 사람들의 잠재의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오징어 게임’이 흥미로운 이유는 게임 참가자와 VIP 사이에서 자유롭게 태세 전환을 할 수 있어서다. 마치 고대 검투사 경기를 보듯 잔혹한 게임을 즐기는 한편, 자신의 현실을 게임 참가자들과 동일시해 몰입할 수도 있다. 에릭 벤더 미국 정신의학과 박사는 웹진 ‘버슬’을 통해 “코로나19에 오랫동안 시달려온 대중은 자신이 지배 계급이 아닌 약자, 억압받는 존재라는 느낌에 쉽게 동일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놀이’라는 형식을 만나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패멀라 러틀리지 미국 캘리포니아 미디어심리학연구센터 미디어심리학 박사는 “어린 시절 순수한 놀이와 함께 무언가 가학적인 일이 곧 일어날 것이라는 대조적인 인지부조화가 발생함으로써 우리가 드라마를 시청하는 동안 공포감과 무력감이 증폭된다”고 말한다.



벤더 박사는 “어린이의 놀이는 생각보다 잔혹하게 표현될 수 있다”며 “누군가 소외되고, 음악이 멈추면 자리를 뺏기거나 자신이 충분한 일을 하지 못한 것처럼 느끼게 만듦으로써 비즈니스 세계의 축소판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한다.

줄다리기 마찰력 클수록 유리

당기는 힘보다 버티는 힘이 클수록 유리한 줄다리기.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당기는 힘보다 버티는 힘이 클수록 유리한 줄다리기.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다양한 게임이 그럴 듯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실제 과학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먼저 달고나 뽑기는 시청자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게임이다.

달고나에는 설탕과 베이킹소다 두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먼저 설탕을 녹여 캐러멜화한다. 설탕은 150도 이상에서 녹아 액체 상태가 된다. 이 과정에서 분자가 재배열되고 설탕 용액이 농축돼 다양한 풍미가 나온다. 설탕이 녹았을 때 소량의 중탄산나트륨(베이킹소다)을 섞으면 캐러멜화된 설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거품이 생성된다.

완성된 달고나는 거품처럼 고운 설탕 네트워크 안에 공기 주머니가 형성된 상태다. 부드러운 식감을 나타내는 반면, 사탕에 비해 쉽게 부서진다. ‘오징어 게임’을 보고 많은 해외 팬이 SNS상에서 달고나 챌린지를 하고 있지만 성공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줄다리기 게임은 손에 진땀이 나도록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한다. 줄다리기에 작용하는 물리적 힘을 이해한다면 약체였던 성기훈(이정재 분)팀의 필승법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뉴턴의 운동 제3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으로 요약된다.

줄다리기에서는 당기는 힘의 세기보다 버티는 힘, 즉 마찰력이 클수록 유리하다. 마찰력이란 물체가 어떤 면과 접촉한 상태로 운동할 때 그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다. 몸무게가 무겁거나 마찰계수가 클수록 마찰력이 커진다. 또 몸을 최대한 뒤로 젖혀 발과 줄까지 거리를 짧게 하면 큰 힘을 받아도 버틸 수 있다.

결정적으로 한 번에 앞으로 세 발자국 이동함으로써 상대팀으로 하여금 중심을 잃고 쓰러지게 한 데서 필승전략이 엿보인다. 여기에서는 관성의 법칙을 이용한 것이다. 갑작스럽게 줄을 당겨 상대방의 균형을 흐트러뜨린다면 걷잡을 수 없이 균형이 무너지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오징어 게임’ 7화에서는 제한 시간 안에 징검다리를 건너는 게임을 하는데, 강화 유리와 일반 유리 사이에서 목숨을 건 선택을 해야 한다. 실제로 강화 유리는 일반 유리보다 4배 이상 강하기 때문에 2명 이상 올라가도 안전하다. 강화 유리의 강도가 높은 이유는 고열에서 찬 공기를 통과시킨 담금질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제조 과정에서 약간의 오류가 있었다면 강화 유리에 물결 모양이 보이거나, 빛 반사로 강화 유리를 구별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유, 웃는 얼굴이 가면

가면과 유니폼 뒤에 익명으로 가려진 요원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가면과 유니폼 뒤에 익명으로 가려진 요원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초록색 트레이닝복과 가면까지 속속 상품화되고 있다. 요원들이 착용한 가면은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함과 동시에 게임을 진행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가면과 함께 착용하는 붉은 유니폼은 본질적으로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수백 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단하는 냉혹한 행동도 가능하게 만든다.

이는 심리학에서 특히 사회적 정체성의 탈개체화로 알려진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람들이 익명으로 있을 때, 즉 덜 개별화될 때 자신이 속한 그룹과 더 많이 동일시하며 그룹 규범을 개인적 가치보다 우위에 두는 경향이 있다는 과학적 연구다. 미국 로즈헐먼공과대 인지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앨런 제른 교수는 ‘사이콜로지 투데이’에서 “실험을 통해 사람들을 익명으로 가리면 그들의 개인적 가치에 앞서 그룹 규범을 강화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며 “나아가 집단에 대한 과도한 몰입과 익명성은 자아 상실과 행동 통제력 상실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비린내 나는 게임을 보러 온 VIP들도 가면을 쓴 채 신분을 감춘다. 그런데 게임 참가자를 찾는 일종의 모집책 역할을 하는 남자(공유 분)는 왜 가면을 쓰지 않고 민낯을 보여주는 걸까. 모집책에게는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비평매체 ‘스크린랜트’는 “웃는 얼굴이 곧 그의 가면”이라며 “게임이 익명성 뒤에 가려진 기업들의 행태와 자본주의의 덫, 부의 불평등에 대한 비유라면, 모집책이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은 기업의 브랜딩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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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12호 (p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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