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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속 회사, 카카오·네이버 CIC 보면 돈이 보인다

대기업이 내부 벤처·스타트업 키우는 이유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회사 속 회사, 카카오·네이버 CIC 보면 돈이 보인다

카카오와 네이버처럼 덩치가 커진 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 및 사업 전개를 위해 CIC(사내독립기업)를 만든다. [GettyImages]

카카오와 네이버처럼 덩치가 커진 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 및 사업 전개를 위해 CIC(사내독립기업)를 만든다. [GettyImages]

#1 카카오가 9월 1일 카카오커머스를 사내독립기업(Company In Company·CIC)으로 다시 품었다. CIC 대표는 홍은택 대표가 그대로 맡는다. 카카오커머스가 2018년 12월 카카오에서 분사한 지 3년여 만에 카카오로 돌아온 것. 업계는 카카오가 카카오커머스를 통해 e커머스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커머스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2 네이버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 음악 서비스 ‘바이브’, 오디오 전용 플랫폼 ‘오디오클립’ 등을 한데 묶은 ‘튠(Tune) CIC’를 신설했다. CIC 대표는 박수만 네이버 뮤직서비스 리더가 맡았다. 튠 CIC는 지난해 네이버가 ‘브이 라이브(V LIVE)’ 서비스를 담당하던 ‘V CIC’를 폐지하고 설립한 CIC다. 자회사 네이버웹툰,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 CIC에서 분사한 걸 보면 이번에는 네이버가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정보기술(IT) 기업 양대 산맥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공통 관심사 중 하나는 ‘CIC 키우기’다. CIC는 문자 그대로 기업 내부에 조직한 벤처,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회사를 말한다. 덩치가 커질 만큼 커진 기업은 계층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해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CIC를 통해 관련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보통은 분사가 가능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조직을 CIC로 운영하기에, 주요 대기업 CIC를 잘 살피면 ‘미래 먹거리’가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CIC로 시작해 CIC 키운다

네이버 첫 CIC로 시작해 성공적으로 분사한 ‘네이버웹툰주식회사’. [사진 제공 · 네이버웹툰주식회사]

네이버 첫 CIC로 시작해 성공적으로 분사한 ‘네이버웹툰주식회사’. [사진 제공 · 네이버웹툰주식회사]

초록 공룡’ 네이버도 한때는 CIC였다. 네이버는 삼성SDS의 사내 벤처에서 출발한 회사다. 모태는 1992년 이해진 당시 삼성SDS 연구원(네이버 창업자)이 입사 5년 차에 동료 3명과 만든 사내 벤처 ‘웹글라이더’. 웹글라이더는 1999년 ‘네이버컴’으로 분사했고, 이듬해인 2000년에는 ‘한게임’ ‘원큐’ 등을 인수했다. 2001년 9월 사명을 '네이버컴'에서 'NHN'으로 변경했고 2013년 8월 사명을 'NHN'에서 지금의 '네이버'로 변경했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 매출액은 5조304억 원, 전체 인력(본사 기준)은 4100여 명이다.

네이버는 2015년부터 CIC 제도를 운용해왔다. 가능성 있는 서비스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기업가 정신을 갖춘 경영자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CIC 리더에게는 대표 호칭과 서비스, 예산, 재무 등 경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조직 전체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감을 느끼도록 했다.



네이버 CIC 1호인 ‘웹툰&웹소설 셀(Cell)’은 2017년 5월 ‘네이버웹툰주식회사’로 분사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인 김준구 대표가 지금까지 CIC 대표를 맡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19년 11월 네이버 간편결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네이버페이 CIC’가 분사한 회사다. 최진우 전 네이버페이 CIC 대표가 현재 네이버파이낸셜 부대표를, 최인혁 네이버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네이버는 CIC의 존재 의의에 대해 “내부에서 새로운 CIC 조직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 CIC 또는 개별 조직의 성장과 성과에 따라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웍스’ ‘스노우’ ‘네이버웹툰’ ‘네이버랩스’ ‘네이버 파이낸셜’ 등이 사업 및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분사해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카카오 CIC에서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내놓은 업무용 플랫폼 카카오워크가 최근 출시 1주년을 맞았다. [사진 제공 ·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 CIC에서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내놓은 업무용 플랫폼 카카오워크가 최근 출시 1주년을 맞았다. [사진 제공 ·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 역시 CIC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는 본사와 자회사 CIC 등을 통해 잠재력 있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 중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주요 성장 전략으로 인수합병(M&A)과 CIC를 꼽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가 2019년 5월부터 운영한 CIC ‘AI Lab’이 분사해 그해 12월 공식 출범한 회사다. 24년간 LG그룹에 몸담았던 백상엽 전 LG CNS 미래전략사업부장 사장이 수장으로 있다.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검색 등 오랜 시간 축적한 카카오의 기술력과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기업 파트너를 위한 맞춤형 데이터와 노하우를 제공한다. ‘업무용 카카오톡’인 ‘카카오워크’도 운영 중이다. 출시 1주년을 맞은 카카오워크는 9월 16일 누적 가입자 수 45만 명을 넘겼다.

잘 되면 분사, 안 되면?

올해 출시 20주년을 맞은 웹툰 플랫폼 ‘다음웹툰’을 운영하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CIC ‘다음웹툰컴퍼니’는 8월 1일부터 ‘카카오웹툰 스튜디오’로 확대 개편됐다. 다음웹툰의 창작진과 제작진 그대로 카카오웹툰 스튜디오로 이동해 카카오웹툰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미디어다음 시절부터 현재까지 다음웹툰의 역사를 함께한 박정서 대표가 카카오웹툰 스튜디오를 총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이 ‘사내 벤처 DNA’를 키우고 CIC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정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CIC 근무 경험이 있는 업계 한 관계자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전략을 수립해 실행할 수 있다는 게 CIC의 장점이다. 다만 기업에서 초창기부터 해당 업무를 해온 이들이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인물화.되기 쉽다는 것과 사업성이 떨어지면 CIC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 고용 불안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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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08호 (p26~27)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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