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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의 늪’에서 행복을 외치다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착각의 늪’에서 행복을 외치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가미 담겨 있다

착각의 쓸모
샹커 베단텀·빌 메슬러 지음/ 이한이 옮김/ 반니/ 316쪽/ 1만8000원

“그렇게 믿지 않으면 안 됐어. 나도 살아야 하니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대사다. 따옴표 안 상황을 한 번 유추해보자. 먼저 주인공은 이성적 판단과는 거리가 먼 어떤 행동을 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진실이 안길 상처가 두려워 현실을 외면한 채 자기 합리화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착각에 지배당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우리를 누가 욕할 수 있을까. 저자는 착각이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고 위로하는지를 설명한다. 한마디로 착각 혹은 ‘자기기만’이 쓸모 있을 때가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사회적 유대 강화’를 위해서도 착각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의례적 표현들이 대표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가족에게 “잘 잤어?”라고 말하고, 회사에 출근해 동료들에게 “주말 잘 보냈어요?”라고 던지는 친근한 질문들 말이다. 책에는 손님에게 침을 맞고도 연신 사과한 호텔 임원의 경험담도 등장한다.



우리가 이처럼 진심과는 동떨어진 의례적인 말들을 하는 이유는 거기에 담긴 ‘자기기만’이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좋은 관계’라는 가상의 유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는 신입 신고식, 군대의 통과 의례, 종교 의식 등도 그렇다.

착각의 대표적 예로 플라세보를 빼놓을 수 없다. 비싼 가격만 보고 싸구려 와인에 찬사를 보내는 행위 역시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단, 의학실험에 의하면 싸구려 와인을 마신 사람도 비싼 와인을 마신 사람과 동일하게 쾌락을 경험할 때 커지는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처럼 자기기만은 불안을 잠재우고 심리적 안정을 꾀하게끔 한다.

그렇다고 모든 자기기만을 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자기기만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자기 합리화’와 ‘염치없음’은 엄연히 다르니 말이다. 행복에 한 발 더 가까워지고자, 오늘도 우리는 착각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주간동아 1299호 (p64~64)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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