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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 달랬지만…

SK㈜  · SKT신설투자 합병 시나리오 여전히 남은 ‘불씨’

  •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

SKT,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 달랬지만…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 [동아DB]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 [동아DB]

기업분할과 주주 친화 정책에 힘입어 SK텔레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와 비교해 40% 넘게 올랐다. SK텔레콤은 6월 10일 이사회를 열고, 1984년 설립 이후 37년 만에 업(業)을 새롭게 정의하며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SKT 2.0 시대’ 개막이다. 인적분할로 SK텔레콤은 ‘AI(인공지능)·디지털인프라 회사’와 ‘반도체·ICT(정보통신기술) 혁신기술 투자 전문회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부문은 ‘SKT신설투자’(가칭)다. SK하이닉스, 11번가, 원스토어, ADT캡스, 웨이브, 티맵모빌리티, SK플래닛 등 16개 ICT 계열사가 배치될 예정이다. 하이테크(반도체)·빅테크(라이프 플랫폼)·딥테크(글로벌 ICT)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연간 30% 순자산가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존속 회사인 SK텔레콤에는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피에스앤마케팅 등 7개사가 남아 AI 기반의 구독 마케팅 사업과 메타버스 사업,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인적분할 비율은 존속 회사 약 0.607, 신설 회사 약 0.392다. 분할 관련 주주총회는 10월 12일 열리며 분할 재상장은 11월 29일로 예정됐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 취지는 통신과 반도체, 뉴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인적분할과 관련해 SK텔레콤 내부는 별 동요 없이 조용한 편이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2017년부터 꾸준히 논의가 있었고, 신설 회사로 이동 폭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인적분할을 서두르는 이유는 내년부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규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현재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 보유량은 20.1%로, 만약 분할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지분율 30%를 채우기 위해 10조 원가량이 필요하다.



중간지주사 만들어 SK하이닉스 걸림돌 제거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외관. [사진 제공 · SK텔레콤]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외관. [사진 제공 · SK텔레콤]

‘SKT 2.0 시대’를 맞아 선행돼야 하는 부분은 바로 SK하이닉스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다. 현재 SK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  →  SK㈜  →  SK텔레콤  →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지주사의 증손회사)를 보유하려면 지분을 100% 취득해야 한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다양한 투자 이슈에도 중간에 끼어 있는 SK텔레콤 리스크로 여러 제약을 받아왔다.

그런데 중간지주사(SKT투자회사)를 만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향후 지분 100%를 인수해도 부담이 없는 인수 건은 직접 SK하이닉스가, 큰 규모의 인수는 중간지주사를 통해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임 중인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3년간 최대 5조 원 재원을 확보해 투자하고, 현재 26조 원인 SKT투자회사의 순자산가치를 2025년 75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SKT투자회사의 자회사 중 원스토어(2021), ADT캡스(2022), 웨이브(2023) 등 5개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주목할 부분은 SK텔레콤이 인적분할과 동시에 액면분할도 진행한다는 점이다. 액면분할을 통해 현재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1주는 액면가 100원인 5주가 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주식 20주를 가진 주주라면 5배 늘어난 100주를 갖게 되며, 약 6 대 4로 정한 인적분할 비율에 따라 존속 회사 주식 60주와 신설 회사 주식 39주를 받는다. 소수점 이하로 떨어지는 부분은 현금으로 지급된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액면분할을 통해 소액주주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민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주가와 시가총액 상승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2000년 4월 SK텔레콤이 주당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췄을 때도 2개월여 만에 주가가 약 26% 올랐다.

‘자사주의 마법’ 원천 봉쇄

SK텔레콤 인적분할이 공식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향후 SK㈜와 SKT신설투자 간 2차 합병 시나리오로 이동하고 있다. SK㈜와 SKT신설투자가 합병하지 않는다면 SK하이닉스는 전체 그룹사에서 여전히 ‘손자회사’로 남아 투자 제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SK텔레콤 기존 주주들 중 일부는 합병 시 최대 주주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SK㈜ 주가를 띄우고 신설 회사 주가는 억누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합병설을 불식하고자 5월 발행 주식의 10.8%에 이르는 자사주 869만 주(5월 3일 기준 2조6000억 원 규모)를 소각했다. 이는 SK텔레콤이 보유한 자사주의 92%에 해당해 사실상 전량 소각에 가깝다. 또 6월에는 사외이사 보수 지급을 위해 자사주 500주를 처분했다. 일명 ‘자사주의 마법’ 같은 꼼수를 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인적분할을 하면 분할된 회사 신주에 의결권이 생긴다. 이후 현물 출자나 유상증자를 통하면 SK㈜는 SKT신설투자에 대한 지분율을 기존보다 2배가량 높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상황에서 자사주의 마법을 부리면 비난 여론이 거세지리라는 것을 알기에 미련 없이 자사주를 소각했다”고 평가한다. SK㈜의 낮은 지분율도 ‘합병 불가설’에 힘을 싣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후 SK㈜의 SK텔레콤 존속 회사와 신설 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30.5%가 된다”며 “합병을 추진하기에는 지나치게 낮은 지분율이라 합병 가능성이 아예 없어졌다고 전망할 수 있는 근거”라고 분석했다.

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박정호 CEO가 밝힌 “3년 로드맵”이 끝나고 난 뒤 합병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향후 기업가치를 높인 SK㈜가 현물 출자·주식 교환 등을 통해 신설 회사에 대한 SK㈜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SKT신설투자를 합병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 앞서 ‘최태원 회장  →  SK C&C  →  SK㈜’ 구조에 있었던 SK C&C도 2009년 상장해 6년 후 SK㈜와 합병했다. 통신 분야 전문 애널리스트로 손꼽히는 김홍식 하나투자금융 연구원은 “SK텔레콤 중간지주사의 경우 3년 후 SK㈜와 합병 가능성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다”며 “결국 11번가, ADT캡스, 티맵모빌리티의 가치 부상을 기대해야 하는데 현재 발생 이익 규모나 동업종 이벤트를 감안할 때 그렇게 큰 주가 상승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295호 (p30~31)

윤혜진 객원기자 imyun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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