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5

2020.11.20

싸게 내놓아도 안 팔리는 임대주택, ‘세금폭탄’ 앞둔 사업자들 부글부글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0-11-18 18: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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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도세 중과 시행 6개월여를 앞두고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양도세 중과 시행 6개월여를 앞두고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부족한 주택시장에 일정부분 공급망 역할을 해왔던 주택임대사업자(이하 주임사)들이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 탓에 임대주택을 계속 갖고 있기도, 팔아치우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 정부는 재산세 감면과 종부세 합산 배제, 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주임사에게 줬던 혜택을 줄이거나 없앤 반면 새로 만든 의무규정을 소급적용해 부담을 지우고 있다. 

    보유세에 각종 비용까지 떠안게 돼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주임사가 보유한 임대주택을 속속 매물로 내놓고 있지만 팔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주임사가 임대의무기간을 채우기 전 과태료를 물지 않고 임대주택을 처분하는 방법은 ‘포괄양도양수(자신의 임대사업에 대한 일체의 권리와 의무를 주택을 취득한 다른 주임사에게 그대로 넘겨주는 것)’뿐인데 7‧10부동산대책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이 껑충 뛰어 임대주택을 추가 매입하려는 주임사가 선뜻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취득세율은 지역에 상관없이 1~3주택을 가진 경우 주택 가격에 따라 1~3%, 4주택 이상 소유자엔 4%가 적용됐지만 현재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소유자는 매매가의 8%, 3주택 이상을 가진 사람은 매매가의 12%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비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취득세율(3주택 8%, 4주택 이상 12%)도 크게 올랐다. 특히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8년 장기임대로 등록한 경우 처분하기가 더 쉽지 않다. ‘4년 단기임대’ 주택(아파트 포함)이나 ‘8년 장기임대’ 아파트는 8‧4부동산대책에 따라 임대의무기간(4년 또는 8년)을 절반 이상만 채우면 그동안 받은 혜택을 토해내거나 과태료를 물지 않고도 임대등록을 ‘자진 말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파트가 아닌 8년 장기임대주택은 임대의무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자진 말소가 허용되지 않는다. 

    8‧4부동산대책 이후 정부는 모든 등록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전월세 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올해 8월 18일 이후 신규 등록된 임대주택은 임대차계약 체결 후 바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을 들어야 한다. 기존의 등록임대주택도 내년 8월 18일 이후 임대차계약 내용이 바뀌거나 묵시적 갱신이 이뤄질 때부터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주택 소유권등기부에 임대의무기간 등을 표시하는 부기등기 의무도 새롭게 생겨났다. 주임사가 이러한 의무를 다하려면 보증보험료, 주택감정평가비, 부기등기비 등 만만치 않은 부대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되는 내년 6월 1일 이전에 팔 것”

    과세구간별 양도소득세율. [자료 제공 국토교통부]

    과세구간별 양도소득세율. [자료 제공 국토교통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무임대기간을 절반 이상 넘긴 아파트 주임사들 사이에는 “임대등록을 자진 말소하고 내년 5월 31일 전에 팔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6월 1일부터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세가 현재보다 10%씩 중과돼 2주택 소유자는 기본세율 외에 양도차익의 20%, 3주택 이상 소유자는 양도차익의 30%를 양도세로 더 내야 한다. 수도권 부동산중개사들은 “아파트의 경우 현 정부 들어 집값과 보유세가 많이 올라 양도세가 중과되기 전에 빨리 팔려는 사람이 많다”며 “아파트는 임대등록을 자진 말소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줬기에 처분하기도 용이하고, 수요가 꾸준히 있어 잘 팔리는 편”이라고 전했다. 반면 “아파트가 아닌 8년 장기임대 주택은 포괄양도양수를 조건으로 시세보다 싸게 내놔도 취득세율이 터무니없이 높아져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가구주택(등기부등본상 1채이며 한 집에 여러 가구가 세 들어 사는 구조)이나 다세대주택(연립이나 빌라처럼 한 건물이 여러 채로 구분 등기된 구조이며 등기부등본상 각각 1채로 봄)으로 임대업을 하는 주임사들은 팔고 싶어도 팔기 힘든 상황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화가 치밀어 잠이 안 온다”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종부세 합산 과세로 ‘발등에 불’

    대전에 사는 김민정 씨도 집이 안 팔려 노심초사하는 주임사 중 한 명이다. 김씨는 2018년 12월 서울 마포구와 강서구에 있는 소형 원룸, 투룸 빌라 10채를 분양받았다. 빌라가 다 지어진 2019년 7월 소유권 등기를 마치고 10채 모두 전세로 임대했다. 하지만 김씨가 보유한 빌라들처럼 2018년 9‧13부동산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취득해 임대등록을 마친 주택은 종전처럼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정부가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에 이어 7‧10대책에서도 종부세율을 인상하고, 주택 공시가격을 해마다 평균 3%p 이상 인상해 시세의 90%에 맞추겠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최근 내놔 보유세 부담은 날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부세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2020년과 2021년 주택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및 세율 비교. [자료 국토교통부 제공]

    2020년과 2021년 주택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및 세율 비교. [자료 국토교통부 제공]

    현재 임대수입이 없는 김씨도 집을 팔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로 종부세를 꼽았다. 임대주택이 아파트가 아닌 경우는 집값이 많아 오르지 않아 양도세 중과에 민감하지 않다. 김씨가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는 약 15억 원. 여기서 6억 원을 뺀 9억 원이 김씨의 종부세 과세표준이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김씨가 내야하는 종부세는 840만원이며 내년 12월에 부과될 액수는 세율이 1.3%에서 2.2%로 높아져 1500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에 따라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3%p 인상된다는 가정 하에 추산한 종부세는 1600만원으로 올해보다 2배 가까이 오를 전망이다.

    전월세보증금 보증료 등 가중되는 부담

    전세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 의무도 김씨가 잠을 설치는 요인 중 하나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한다. 모든 임대주택이 가입대상이며 올해 6월 기준으로 주임사 53만 명, 등록임대주택 160만7000호가 해당한다.

    전월세 보증금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세부 규정. [자료 제공 국토교통부]

    전월세 보증금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세부 규정. [자료 제공 국토교통부]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65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종부세 외에도 1000만원 가까이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자 김씨는 매매가 아닌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씨는 “집을 포괄양도양수로 내놨는데 4개월째 파리만 날리는 중”이라며 “이대로 있다간 세금과 비용 부담 때문에 빚더미에 오를 것 같아 일부 주택을 친정어머니 등 친지에게 증여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팔릴 가망 없어 연내 신규 장기임대로 등록할 것”

    서울 강동구에 총 9채로 구분 등기된 5층짜리 다세대주택을 보유한 주임사 최금희 씨는 내년 2월 임대등록 자동말소를 앞두고 있지만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연내 자진 말소할 계획이다. 연내 임대등록을 자진말소하고 10년 장기임대주택으로 신규 등록할지, 아니면 자동말소 후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내년 5월 말까지 다세대주택이 통째로 팔리길 기다릴지를 놓고 어느 쪽이 이득인지 계산기를 두드린 끝에 내린 결론이다. 

    최씨는 다세대주택 맨 꼭대기층에 살면서 나머지 층에 있는 원룸과 투룸 총 8채를 2017년 2월 4년 단기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9‧13대책 이전에 취득한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이어서 재산세 감면과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받고 있지만 임대등록이 자동 말소되면 보유세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최씨가 보유한 주택의 내년 공시가격 합계 예상액은 약 18억원. 이를 근거로 추산한 최씨의 재산세는 올해 190만원에서 내년 350만~400만원으로 2배가 오른다. 내년 12월 내야하는 종부세는 약 176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안에 10년 장기임대로 등록할 경우 최씨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쳐 2000만원 이상의 세제 감면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대신 임대등록을 유지하기 위해 주임사로서 해마다 부담할 비용이 있다. 최씨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얻은 예상치에 따르면 8채 전세보증금 16억원에 대한 보증보험료 약 415만원과 주택감정평가비 약 180만원을 합친 595만원 정도다. 최씨는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이 보증보험료와 주택감정평가비를 합친 금액보다 훨씬 크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가장 좋은 방법은 내년 2월 자동 말소된 후 6월 1일 이전에 현재 보유한 다세대주택을 통으로 매도하는 것인데 사는 순간 다주택자가 돼 12%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며 “2억5000만원을 넘는 취득세를 부담하면서 집을 살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임사 이천희 씨가 보유한 다세대주택은 시세가 최씨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임대주택 16채로 등록돼 있고 주택담보대출이 끼어 있어 “1채당 보증보험료가 84만원, 주택감정평가비는 30~50만원 든다”고 한다. 이씨는 “그것만 합쳐도 연간 1824만~2144만원”이라며 “보증보험사들과 감정평가사들을 먹여 살리려고 이런 강제 규정을 만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4년간 임대료를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는 이씨는 “보증보험료와 감정평가비가 너무 많이 들어 앞으로는 2년마다 5%씩 전세보증금을 계속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주택 관련 세금 낮추는 등 퇴로 만들어줘야”

    취재 과정에서 만난 주임사들은 “정부가 주던 혜택을 줄이고 새로운 의무규정까지 소급적용할 줄 알았다면 주임사로 등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망인 주임사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투기꾼처럼 취급할 때마다 몹시 불쾌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또한 “아파트가 아닌 주택도 자진 말소하게 해줘야 한다. 아파트만 자진 말소가 가능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많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월세 보증금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가 전세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인중계사 이영숙 씨는 “기존에 물지 않아도 됐던 보증보험료까지 부담하게 된 주임사들이 기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추세”라며 “전세 공급량이 줄고, 계약갱신청구권이 소급 적용되다 보니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부동산정책 기조로는 뛰는 주택가격은 물론 전세가격도 잡을 수 없다”며 “주택 매매와 임대의 선순환이 계속되려면 취득세, 양도세, 보유세를 낮추고 대출 규제를 완화해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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