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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다는데 등 떠미는 당국, 학생들 “민폐 ‘왕따’될라” 걱정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만난 고3들, 등교 개학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 호소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불안하다는데 등 떠미는 당국, 학생들 “민폐 ‘왕따’될라” 걱정

5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오가는 학생들. [이현준 기자]

5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오가는 학생들. [이현준 기자]

“솔직히 개학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코로나19가 아직 사라진 것도 아니잖아요. 학교로부터 ‘방역을 어떻게 하겠다’ ‘방역을 위해 뭘 준비해라’ 같은 안내도 받은 적 없어요.” 

고3 등교 개학을 이틀 앞둔 5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박모(18) 군은 목소리를 높였다. 압구정동에 사는 고3 학생 박군은 “등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학교 특성상, 같은 학급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삽시간에 코로나19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때 초등학생이어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도 ‘괜찮다’는 말만 믿고 학생들이 배 안에 있다 사고가 크게 나지 않았냐”면서 “그게 자꾸 생각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등교 개학을 앞둔 고3 학생들의 걱정이 크지만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5월 14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고3 등교 수업에 대해 연기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17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고3 학생은 20일에 학교에 갈 것”이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 18일 서울시교육청은 “고3은 ‘매일 등교’가 원칙”이라고도 발표했다. 하지만 등교 연기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8일 오후 6시 기준 23만 명이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과 대입 준비 걱정으로 고3의 심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세월호 때도 ‘괜찮다’고 하지 않았냐”

물론 대입을 위해선 등교 개학이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입 수시전형에 고3 1학기 내신과 비교과활동 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강남구 현대고에 재학 중인 고3 이모 군은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해 등교하기 싫지만 수시전형 성적을 위해 억지로 간다”고 했다. 이군은 “등교 개학을 하지 말고 차라리 대입 일정을 좀 더 늦췄으면 좋겠다”고 바람도 피력했다. 같은 학교 동급생 윤모 양도 “수시전형 가운데 내신과 비교과활동 성적만 반영하는 전형이 있다. 이를 생각하면 개학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윤양은 또한 “올해 고3은 재수생보다 불리한 점이 많아 벌써부터 내년에 ‘반수’하겠다고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개학이 대학 진학에 오히려 지장을 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남구 세종고에 다니는 고3 김모 군은 “어른들이 우리의 대학 진학을 위해 마치 개학을 ‘베푸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나는 동의할 수 없다”며 “코로나19에 걸리면 공부고 뭐고 끝이다. 또 확진자가 되는 순간 학교와 친구들 사이에서 ‘민폐’로 찍혀 따돌림당할 게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군은 대입 일정에도 불만을 내비쳤다.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일자를 한 달가량 늦춘다 해도 대입 일정은 여전히 빡빡하다. 학생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대입 일정을 조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구 진선여고 3학년 유모 양은 “2021학년도 입시에서는 고교 2학년 성적까지만 반영하기로 한다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학교에 갈 필요도 없지 않냐”며 “내 주변에서 개학을 반기는 친구는 없다”고 말했다.



“태반이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코로나19 방역으로 뒤숭숭한 교실에서 하는 공부는 도움이 될까. 서울 송파구 한 고교에 다니는 3학년 최모 군은 “어차피 공부는 학원에서 하지 않나. 온라인 개학 이후 오히려 자습시간이 늘어 좋았다. 학교 온라인 수업을 틀어놓고 학원 숙제를 한다”고 했다.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고3 이모 양은 “등교하게 되면 그만큼 혼자 공부할 시간이 줄어 등교 개학이 싫다”며 “나를 포함해 친구 대부분이 학교 온라인 수업을 틀어놓기만 하지 보진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올해 고3은 온라인 개학으로 자습시간이 늘어 예전 고3보다 학업성취에 유리한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군도 “학업성취는 물론 방역 측면에서도 등교 개학이 좋을 게 없어 보이는데 굳이 왜 하나 싶다. 지금이라도 개학을 늦추면 좋겠다”고 의견을 보탰다. 

한편 등교 수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학생도 있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세화고 3학년 이모 군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친구가 종종 있다. 온라인 수업은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을 생각하면 등교 수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런 친구는 몇 되지 않는데, 그런 친구들을 위해 모두가 등교하는 게 옳은가 하는 의문도 든다. 내겐 너무 어려운 문제”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주간동아 1240호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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