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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필승 리더십’ 저자 심동보 전 해군 제독

“정책 유턴하는 용기 내는 것이 진정한 리더”

“정보전으로 김정은 체제 흔들어놔야 비핵화 대화 나설 것”

“정책 유턴하는 용기 내는 것이 진정한 리더”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1년 전 한반도는 손만 뻗으면 금방이라도 비핵화가 잡힐 듯한 평화무드에 빠져 있었다. 4·27 판문점선언과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9·19 남북군사합의서까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장밋빛 약속이 속속 발표됐다. 그러나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대화를 통한 비핵화는 요원해졌다. 남북은 물론 북·미 간에도 넉 달째 대화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북한은 5월 4, 9일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쏘며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빨리 단 쇠가 금방 식듯, 벼락같이 찾아온 한반도 평화무드가 북한의 태도 변화로 다시 긴장 국면으로 빨려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을 통해 다시 한 번 남북대화의 불씨를 되살리려 애쓰고 있다. 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는 과연 가능할까. 군사 전문가로 ‘필승 리더십’을 펴낸 심동보 전 해군 제독으로부터 ‘이기는 비핵화의 길’에 대해 들어봤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북한 비핵화 협상이 개점 휴업 상태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자기 입장만 고수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하면 경제적으로 번영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제재를 먼저 풀면 비핵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식량 지원?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일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 4일 망원경을 들고 동해상으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고 있는 모습(왼쪽)과 미사일 발사 장면이 ‘노동신문’ 등을 통해 
5일 공개됐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 4일 망원경을 들고 동해상으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보고 있는 모습(왼쪽)과 미사일 발사 장면이 ‘노동신문’ 등을 통해 5일 공개됐다. [노동신문]

북핵 당사자인 우리가 먼저 나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제재가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단을 잘해야 할 시점이다.” 

심 전 제독은 “협상 때 주도권을 갖는 쪽은 결국 힘이 센 쪽”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비핵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펴낸 책 ‘거래의 기술’ 등을 보면 그는 협상 때 ‘전부 아니면 전무’의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강하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WFP의 북한 영양 지원 사업과 유니세프의 북한 모자보건 사업에 총 800만 달러를 무상 지원하는 것을 의결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얼마간 식량을 북한에 보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북한이 대화하자고 나올까.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우리 정부의 지원은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별 효과도 없는 대북 지원으로 한미동맹이 이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시점이 아니라 대북제재 강화를 통해 한미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할 때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중재와 노력으로 남북, 북·미 대화가 성사됐다. 그런데 이제 와 대북제재로 유턴하기 쉽지 않을 텐데…. 

“정부는 북한과 접촉한 뒤 ‘1년 안에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국제사회에 나가서도 ‘김 위원장이 1년 내 비핵화를 약속했으니 대북제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남북경제공동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얘기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지켜진 게 거의 없다. 이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정책을 바꿔야 한다. 운전하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어떻게 하나. 유턴이나 다른 길을 찾아 돌아간다. 현 정부는 대화를 통한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몇 차례 대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지금은 북·미 간 입장 차로 더는 대화를 통한 비핵화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북한을 비핵화 길로 나아가게 만들 것이냐다. ‘왜 지난해와 다르게 대북정책을 유턴하느냐’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가던 길을 고수한다면 더 위험한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북한을 변화시킬 가장 좋은 방법”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심 전 제독은 “실패한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은 물론, 정권에도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책을 과감히 바꾸는 지도자가 진짜 리더”라면서 “그런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용기”라고 강조했다. 

핵·미사일을 빼면 우리 군 전력이 북한을 크게 앞선다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핵을 ‘게임체인저’라고 부르는 이유는 모든 재래식 무기를 합한 것보다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핵미사일 한 발이면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 우리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 핵·미사일을 빼놓고 재래식 전력이 몇십 배 앞선다고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북한이 5월 4일과 9일 두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우리 내부에서는 ‘탄도미사일’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남북군사합의서의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김정은 체제를 흔들 수 있는 트루스 프로젝션(Truth Projection·사실투사)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 

트루스 프로젝션? 

“북한을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의 가치를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 북한 체제를 스스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사일이나 포를 쏘는 것 같은 물리적 파괴를 동반하는 파워 프로젝션(Power Projection)에 비해 트루스 프로젝션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라크와 북한의 공통점

심 전 제독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전에서 두 달이 안 돼 승리할 수 있던 주요 이유가 트루스 프로젝션 같은 정보작전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전은 국민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빠른 시간 안에 적의 치명적인 약점을 때리는 효과 기반의 작전이 중요하다. 이 같은 작전이 가능하려면 적에게 불리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집어넣어 저항 의지를 흔들어놓는 것이 필수적이다. 북한과 이라크는 공통점이 많은데, 무엇보다 전략적 중심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 같다. 이라크에서는 후세인이 중심 역할을 했다면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무너지면 체제도 함께 무너질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가 아닌 다른 방안으로 유턴했다고 보나. 

“대화를 통한 비핵화의 길을 아주 막아놓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방법도 함께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불법 환적을 막고자 미국 주도로 7개국이 공동으로 해상차단작전에 나서고 있고, 그것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 같으면 군사적 옵션까지 고려할 것이다. 우리도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심 전 제독은 “쿠바 핵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결전 불사의 용기로 국민의 단합을 이끌어내 옛 소련의 의지를 단시일 내 굴복시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지도자의 용기 있는 정책 변화와 북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단합된 의지가 모여야 비로소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에도 금도는 있다”
심동보 전 해군 제독은 2017년 1월 당시 국회에서 전시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 모욕 논란 사진을 철거했다 민형사 재판에 회부돼 1심에서 벌금 100만 원, 그림값 4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시국풍자 전시회에 전시된 ‘더러운 잠’ 작품을 강제 철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당시 행위가 후회스럽지 않나. 

“잘못된 것을 보고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서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해온 나로서는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었다.”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를 보장하는 전제 조건은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누리더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가 있다.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 지지 여부를 떠나 국가원수를 소재로 삼아 국민 맘에 상처를 준 것은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심 전 제독은 “대통령이 어느 분이든 상관없이 국가원수를 소재로 모욕감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9.06.07 1192호 (p30~33)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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