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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FX-KFX 대안을 말하다

FX 기종 선정 백지화하면 어떻게 되나

부담은 행정비용 수백억 원, ‘근본적 로드맵’부터 재설정해야

FX 기종 선정 백지화하면 어떻게 되나

FX 기종 선정 백지화하면 어떻게 되나

2013년 6월 18일 차기전투기(FX) 사업 가격입찰에 참가한 외국업체 관계자들이 서울 후암동 방위사업청에서 입찰절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FX(차기전투기) 사업 원점 재검토는 절대로 없다.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이른바 4대 핵심 기술은 애초부터 조건부로 반영돼 있었으므로 필수사항이 아니었고, 다른 21개 기술이전 항목의 경우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다. 백지화를 전제로 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
김시철 방위사업청(방사청) 대변인의 말은 단호하기 짝이 없었다. 12월 2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김 대변인은 “사업을 백지화하는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으므로 그 경우 우리 정부가 져야 할 부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경우 한국 정부가 위약금 등을 물어야 하는지 여부는 계약 세부 내용에 속하므로 미국 국방부나 록히드마틴사 측의 동의 없이 방사청이 임의로 공개할 수는 없다는 것. 2014년 9월 서명한 LOA(구매의향서)에 따라 그간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송금해온 관련 비용이 대략 어느 정도 선인지조차 말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따져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F-35 구매계약은 미국의 해외군사판매(FMS) 제도에 의해 진행된 것이므로 공식적인 계약 주체는 미 국방부와 한국 방사청이다. 미묘한 부분은 문제가 된 기술이전 등 절충교역을 약속한 당사자가 미 국방부가 아니라는 사실. 한 미국 측 관계자는 “공식 FMS 계약과는 별개로 록히드마틴과 맺은 일종의 ‘이면합의’이므로 그 책임은 록히드마틴이 져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요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방사청 측은 설명을 거부했지만, 미국산(産) 군용 항공기 사업에 정통한 인사들은 F-35의 경우 개발이 완료된 기종이 아니므로 구매 결정을 취소한다고 해서 한국 측에게 위약금을 부담하게 만드는 조항을 넣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건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상식적으로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 다른 구매 예정 국가의 경우 공동개발 참여 형식이므로 경우가 다르긴 해도, 구매나 개발 참여 포기에 따른 위약금 문제가 크게 불거진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거꾸로 이러한 조항이 포함됐다면 그 자체로 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한국이 그간 미 국방부 FMS 계좌에 입금한 비용을 돌려받기란 쉽지 않은 일. FX 사업 입찰에 관여하지 않았던 한 업계 관계자는 “정식 대금은 기체를 공급받기 시작하기로 한 2018년부터 지급될 테고, 그사이에는 대략 2억 달러(약 2338억8000만 원) 안팎으로 알려진 행정비용이 보내야 하는 돈의 전부”라면서 “지금까지 지급한 돈은 한화로 100억~200억 원 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는 계약을 백지화한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져야 할 경제적 부담은 없다는 것. 다만 재공고와 재입찰 등을 진행하는 동안 사업 지연에 따른 전력 공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정작 가장 어려운 문제는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FX 사업으로 도입되는 F-35 40대와 KFX(한국형전투기) 사업으로 생산하는 미들급 전투기로 한국 공군의 주력 기종을 재편한다는 당초 계획이 흔들릴 경우, 미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야 좋을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백지화 선언’으로 협상력이 높아져 미국 측으로부터 원활하게 기술이전을 받거나 아예 기술이전이 가능한 기종으로 다시 선정할 수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원래부터 기술이전에 인색한 전투기시장의 특성상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FX 절충교역으로 받은 기술을 기반으로 KFX 사업을 추진한다는 연계 방침 자체가 무너질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만에 하나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경우 FX 사업은 기술이전을 뺀 가격과 성능, 도입 시기만을 기준으로 재선정하고, KFX 사업은 그와 무관한 다른 경로를 뚫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각에서 한국이 록히드마틴과 공동개발한 T-50을 기반으로 우회하거나 전통의 베스트셀러인 F-16을 미국과 공동생산해 기술을 축적하는 ‘일본식 선례’를 따르는 방안을 거론하는 이유다. 어느 경우든 경제적 타당성은 높지만 ‘우리 손으로 우리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KFX 사업의 핵심 명분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만만치 않은 정서적 한계다. 





주간동아 2015.12.09 1016호 (p18~19)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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