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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16년도 예산안 꼼꼼 분석

예산편성에 국민 참여 보장하라

낭비 줄이면 세금 안 늘려도 재정적자 줄일 수 있어

예산편성에 국민 참여 보장하라

예산편성에 국민 참여 보장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국가에 도둑놈이 너무 많은 것입니다.”

17대 대통령선거(대선)에 나온 허경영 후보의 말이다. 정부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잘못된 예산사업을 줄이면 본인이 제시한 각종 공약사업의 재원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다. 도발적인 표현이고, 황당해 보이는 공약임에도 어느 정도 공감을 얻었던 이유는 국민이 정부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적 고려 배제가 핵심

나라 살림살이에 대한 계획이라 할 수 있는 2016년도 예산안이 국회 심의 중이다. 이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씀씀이는 386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렇게 많은 돈이 모두 꼭 필요한 곳에 쓰인다는 보장은 물론 없다. 어느 정도 낭비적인 지출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지출하는 사람이 2만 원 정도는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사용한다면 정부도 3조8000억 원 정도는 낭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정부의 낭비적인 지출이 3조8000억 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너무 급하게 진행된 4대강 사업, 정치적 목적의 국책사업, 지역구 예산 등을 보면서 국민은 수많은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으리라 판단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예산편성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완벽한 예산편성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효율적인 예산편성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영·유아 보육,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 대학등록금 지원 등으로 복지 지출이 급증한 반면 정부의 수입은 지출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최근 30조 원이 넘는 재정적자로 정부 빚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부채 증가를 해소하려면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세금)을 증대해야 한다. 그리고 효율적인 예산편성은 지출을 축소하고 세금을 증대하지 않아도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다양한 제도 개선을 통해 효율적인 예산편성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9년 도입된 예비타당성조사가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대규모 투자사업을 전문가가 검증해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다. 또한 정부는 유사·중복사업 600개를 통폐합하고 각종 평가를 실시해 약 2조 원의 재정 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은 여전히 정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재원이 없어질 때까지 효과가 좋은 사업부터 예산을 배정하면 예산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매우 간단한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어느 것이 효과가 좋은 사업인지를 알기가 어렵다. 더구나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는 단순히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지역균형, 취약계층 보호 등 비경제적 요인도 있다. 이러한 경제적, 비경제적 요인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 해도 각 목표 간 가중치를 어떻게 부여해야 하는지는 이념, 지역, 성별,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효율적 예산편성은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다. 비록 완벽한 예산편성은 불가능해도 현재보다 개선될 여지는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정치적 고려를 가능한 한 축소하는 것이다.

정치적 예산의 대표적 사례가 ‘쪽지예산’이다. 쪽지란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을 심사하는 위원들에게 자신의 지역구 예산사업을 유지하거나 추가해달라고 전달하는 메시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정치권은 쪽지예산을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최근 뉴스에 따르면 쪽지는 없어졌지만 심사위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형돼 쪽지예산의 문제점은 그대로라고 한다.

복지예산, 합리적 논의와 검증 필요

따라서 쪽지예산을 축소하려면 정부가 제출한 개별 예산 항목을 폐지 또는 삭감할 수는 있어도 증액하거나 새로운 항목을 추가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이 필요하다. 일본과 영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다. 물론 우리나라 헌법(제57조)에서는 국회가 예산안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려면 반드시 정부의 동의를 얻게 돼 있다. 따라서 행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행정부가 국회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제도가 바뀌면 국회 심사 단계가 아니라 개별 부서의 예산요구 및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과정에 국회가 간여할 수도 있겠지만 쪽지예산의 폐단은 어느 정도 축소될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복지예산이다. 정부는 미국식 페이고(paygo) 제도로 복지 지출 증가를 억제하려 한다. 이 제도는 지출 증가가 수반되는 법안을 제출하는 경우에 반드시 재원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연금 사례를 볼 때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강제적 방식보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처럼 국회에서 합리적인 논의 및 검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료 제공, 분석 작업 등을 중립적으로 수행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독립적인 재정협의회가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기구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고 있지만 커다란 진척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재정협의회가 유명무실하게 되지 않으려면 기득권을 보유한 부서, 기획재정부, 국회의 권한 내려놓기가 수반돼야 하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국회 산하의 예산정책처 등 현재 있는 기관들의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기관장 임기와 일정 수준의 예산을 보장하면 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감사원에 해당하는 미국 회계감사원의 기관장 임기는 15년이며 상원과 하원의 공동결의로만 해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예산편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정치적 요인을 줄이고, 예산편성의 효율성에 대한 잣대가 국민 행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회의 예산심의를 감시하는 수준을 넘어 국민이 예산 당국과 국회 심의 단계에서 신규·수정 예산편성에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사법제도에 있는 배심제를 예산편성 단계에서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주간동아 2015.11.23 1014호 (p22~23)

  •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kbpark@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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