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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증거 위법 수집 무죄 가능성 충분한 듯

복역 중인 무기수 국내 최초 재심 결정

증거 위법 수집 무죄 가능성 충분한 듯

증거 위법 수집 무죄 가능성 충분한 듯

지난해 한 시사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현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 무기수 김신혜 씨.



지난해 한 TV 시사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친부(親父) 살해와 사체 유기 혐의로 무기징역형이 확정돼 15년째 복역 중인 김신혜(38·여) 씨의 사연이 방영됐다. 어설픈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고, 딸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엔 석연치 않은 면이 많다는 취지의 방송이었다. 이후 많은 사람이 그의 억울한 사연에 공감했고, 급기야 시민단체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는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발 벗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11월 18일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김씨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려 뉴스 중심에 섰다. 이미 대법원 상고심까지 거쳐 확정판결이 난 사안이 다시 1심에서 재심 결정이 난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기수에 대해 재심 결정이 내려진 것은 최초이며, 그보다 여론의 힘이 재심을 이끌어내는 데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심 개시 결정까지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나 다름없다.

무릇 법원 판결의 최고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선언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정의라 표현한다. 그러나 판사도 신이 아닌지라 실재하는 진실을 모두 알 수는 없고 단지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성철 스님의 스승이자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은 일제강점기 한 독립운동가에 대해 실재하지 않는 사실을 근거로 사형선고를 내린 뒤 장탄식을 하며 바로 출가의 길을 택했다. 이런 논리나 사례는 사형폐지론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3심제를 둔 나라에서 모든 재판 과정을 거쳐 판결이 확정됐는데 또다시 판결의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선언은 계속 미뤄질 테고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확정판결 내용이 곧바로 역사적 진실이 아님은 당연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은 이를 판결이라는 이름으로 일단 받아들인다. 확정판결에는 더는 이를 다툴 수 없다는 기판력과 판결의 효력을 집행할 수 있는 효과인 집행력이 부여된다. 이를 법학에선 법적 안정성이라 한다. 법적 안정성의 요구에도 확정판결 내용이 구체적 정의에 반해 이를 그대로 두는 것이 명백히 불합리한 경우 인정되는 것이 재심제도다.



법에서 인정하는 형사재판 재심 사유는 과거 재판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추후에 밝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거서류의 위·변조, 허위 증언, 허위 감정, 무고 등이 있었거나 재판과 관계된 법관, 검사, 사법경찰관 등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경우 재심 개시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과거 판결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도 포함된다.

이번 김씨의 경우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진 사유는 사법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아 직무에 관한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관들은 실제 압수수색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압수수색 조서를 작성했고 이를 증거로 제출하는 등 불법수사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하지만 재심 결정 재판부는 김씨가 무죄임을 증명하는 증거들은 재심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따라서 석방 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심 개시 결정이 있었다고 반드시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최초 1심 재판이 다시 열리는 것이다.

재판은 무죄임이 입증될 때 무죄를 선고하는 게 아니라, 범죄 혐의가 의심 없이 인정될 때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죄다. 당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한 것들이라 실제 증거로 쓰이지 못하는 상황이고, 이미 오래전 사건이라 수사기관이 새롭게 유죄 증거를 제출하기도 곤란한 처지라 무죄 선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주간동아 2015.11.23 1014호 (p44~44)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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