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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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하와이 하이난다오의 두 얼굴

세계 최대 면세점·골프장…이웃엔 항모·핵잠수함 기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15-10-05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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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하와이 하이난다오의 두 얼굴

    중국 하이난다오 위린 기지 지하터널로 잠수함이 들어가고 있다.

    중국이 자국 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섬 하이난다오(海南島)를 미국 하와이처럼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관광지와 군사기지로 동시에 개발하겠다는 복안이 그것이다. 남중국해에 면한 하이난다오는 중국 최남단 섬으로, 열대 해양성기후의 특성을 만끽할 수 있는 깨끗한 자연은 물론 관광자원도 풍부해 사계절 휴양지로 손꼽혀왔다. 하이난다오의 위도 역시 하와이와 비슷하며, 면적은 3만4000km2로 대만(3만6000km2)보다 약간 작고 남한의 3분의 1쯤 된다.

    중국 역대 왕조는 이 섬을 유배지로 활용했다. 송나라 때 문장가 소동파(蘇東坡)는 말년에 이곳으로 유배 와 7년간 생활했다. 이 섬은 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주둔지였던 ‘치욕의 땅’이기도 하다. 광둥(廣東)성에 속했던 이 섬은 1988년 4월 당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결정으로 하이난성으로 승격되면서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 된 하이난성은 현재 성도 하이커우(海口)시를 중심으로 중국에서 가장 발전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바뀌었다.

    美·中 공군력 충돌의 숨은 배경

    비행기로 2시간만 가면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4~5시간이면 한국, 일본, 호주, 인도까지 갈 수 있는 교통 요충지다 보니 이 섬에는 매년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든다. 인구는 860만 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관광객은 4800만 명. 특히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하이난다오를 세계 일류 관광지로 육성하고자 비행기로 방문하는 만 18세 이상 외국인과 자국민 모두에게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 최대 면세점이 이 섬 남부도시인 싼야(三亞) 해변의 하이탕완(海棠灣)에 문을 열었다. 50억 위안(약 9000억 원)을 들여 만든 하이탕완 면세점의 크기는 7만m2. 우리나라 최대 면세점인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1만990m2)의 7배다. 또 하이난다오에는 최고 수준의 골프장이 33개나 있다. 건설 중인 곳을 포함하면 50여 개에 이르러 말 그대로 중국 골프의 메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0여 개 호텔 가운데 5성급이 200개, 5성급 이상이 50개다. 중국 정부는 매년 4월이면 하이난다오 보아오에서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 부르는 보아오포럼(博鰲亞洲論壇)을 개최한다.



    그러나 하이난다오의 진짜 얼굴은 중국이 서태평양 진출을 위해 공들여 건설하는 군사시설을 살펴봐야 알 수 있다. 관광지로서의 장점은 고스란히 군사기지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조건이 되기 때문. 중국 연안 지역은 대부분 수심이 얕아 잠수함과 배수량이 많은 함정이 항해하기 어렵다. 연안 지역에 대규모 해군기지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하이난다오가 면한 남중국해는 수심이 깊어 잠수함 활동에 적합할 뿐 아니라 함정이 기항하는 데 편리한 자연적인 만(灣)도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하이난다오 남부 야룽(亞龍) 싼야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모함 전용 해군기지를 완공했다. 부두 길이 700m, 폭 120m로 항모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 노퍽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미국 항모 부두의 길이 400~430m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기지는 상하이 창싱다오와 랴오닝(遼寧)성 다롄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항모 2척의 모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있는 항모 랴오닝호의 전용기지에 이어 두 번째 항모 전용 해군기지가 된다.

    중국이 하이난다오에 항모 기지를 건설한 것은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대한 제해권을 확보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또 인민해방군 해군이 항모 전단을 앞세워 원양 작전을 전개하는 데도 지리적 최적지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하이난다오를 북해·동해·남해에 이어 새로 창설할 제4함대의 기지로 만들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판 이지스함 052D형 미사일 구축함도 싼야 기지에 배치됐다.

    항모 기지 인근에는 위린(楡林) 지하 잠수함 기지도 있다. 중국은 이 기지를 둘러싼 산의 허리에 거대한 터널도 뚫었다. 터널 입구 높이가 20m에 달한다. 바다와 연결된 이 지하기지에 잠수함을 배치할 경우 정찰위성에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중국 잠수함의 출항 여부를 탐지할 방법이 없다. 특히 기지 부근 바다 깊이가 수천m에 달해 핵잠수함 기지로는 최고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이미 최신예 진(晋·094형)급 핵잠수함을 실전배치했다. 제4세대 원자로로 가동하는 이 잠수함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8000km의 탄도미사일 쥐랑(巨浪)-2를 16기까지 장착할 수 있다. 잠수함 전문가들은 기지 규모로 볼 때 핵잠수함을 최대 20척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간 인민해방군은 칭다오에 핵잠수함 기지를 운영해왔지만,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대(對)잠수함 전력에 막혀 작전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위린 핵잠수함 기지가 미·일 양국에 중대한 전략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 8월 하이난다오 인근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중국 공군 젠-11 전투기가 정찰 중이던 미 해군 대잠초계기 P-8 포세이돈에 7~10m까지 근접 비행하면서 충돌할 뻔했던 것 역시 이 진급 핵잠수함 때문이었다. 당시 미 해군은 이 잠수함의 경로를 추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제임스 라이언스 전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중국이 미 해군 정찰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핵잠수함 지하기지가 있는 하이난다오 인근 해상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하와이 하이난다오의 두 얼굴

    중국 하이난다오 싼야 항공모함 전용기지의 위치(왼쪽)와 위성사진.

    관광객 모으는 우주센터, 실제로는 ICBM용?

    중국 인민해방군은 또 하이난다오의 링수이(陵水) 공군기지에 최신예 전투기를 배치하는 등 공군 전력도 강화하고 있다. 싼야에서 동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링수이 기지의 활주로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동원된 조선인 1500여 명이 투입돼 건설했다. 현재 젠-11 등 공군기가 대거 배치돼 있는데, 앞으로 젠-20 스텔스 전투기 등도 추가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지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국제인공위성의 신호를 감청하는 정보기지가 있다. 주변국에 대한 정보 수집과 국제인공위성 컨소시엄인 인텔새트(INTELSAT)의 상업용 통신위성을 감청하기 위한 것으로, 정보 분석가 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 정보 관리들은 적도에 가깝게 위치한 하이난다오가 적도 상공을 도는 인공위성을 감청하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또 러둥(樂東)시 외곽에 대형 지하 전투기 격납고도 건설하고 있다.

    하이난다오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결정적 카드는 하이커우에서 60km 떨어진 지역에 연말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원창(文昌)우주센터다. 규모와 시설 면에서 미국 플로리다 주 케네디우주센터에 버금가는 이곳은 주취안(酒泉), 타이위안(太原), 시창(西昌)에 이어 중국의 4번째 우주센터가 된다. 인공위성은 물론 우주정거장 발사도 가능한 데다 유사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깔려 있지만, 우주테마공원과 관광객 30만 명이 로켓 발사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관람석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관광명소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대륙국가 중국이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가 하이난다오의 두 얼굴에 고스란히 투사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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