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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섹스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미국서 로봇 성매매 업소 열려다 무산…‘로봇 연인’에 빠질 젊은이 우려

  •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psysohn@chol.com

“사람이 섹스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shutterstock]

[shutterstock]

킹키스돌스(Kinkys DollS)라는 캐나다 회사가 미국 휴스턴시에 섹스로봇 성매매 업소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는 뉴스가 국내 언론에 소개됐다. 이유는 휴스턴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시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킹키스돌스가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에 1호점을 냈으며, 2020년까지 미국 전역에 10개 지점을 열 계획이었다는 점이다. 이미 스페인,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는 로봇 성매매 업소들이 문을 열었고 성황리에 영업 중이라는 사실도 소개됐다. 

과학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사람과 유사한 섹스로봇이 점차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섹스로봇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로봇은 결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섹스로봇이 연인이 못 되는 4가지 이유

섹스로봇이 등장한 가장 큰 목적은 성욕 해소다. 섹스로봇은 일단 자위를 뛰어넘는 성적 만족도를 가져다줄 수 있다. 그렇다고 섹스로봇과 사랑에 빠질 것인가. 물론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수는 있겠으나, 실제 사람 간 사랑의 정도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섹스로봇과 사랑에 빠진 사람은 진짜 사람과 나누는 사랑을 꿈꾼다. 비록 의식적으로는 원하지 않는다 해도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면, 그제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섹스로봇이 성욕 해소 기계로 자리 잡을 수는 있으나, 결코 연인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사랑은 소유를 추구하지만 결코 소유에 이르지 못하는 속성을 지닌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면 스킨십을 하고 싶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너는 내 여자(또는 남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를 소유한다’는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 심지어 육아서적에도 ‘자식을 소유물처럼 생각지 말라’는 조언이 등장한다. 아기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독립된 개체이자 인권을 지닌 존재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을 하며 자라온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고 소유관계를 주장할 수는 없다. 



서로의 것이라는 말은 그만큼 강렬하게 사랑한다는 뜻에 불과하다. 그러니 소유하고 싶지만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그래서 마음이 더욱 애타는 것이 사랑이다. 하지만 섹스로봇은 다르다.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면 그 순간부터 내 소유가 된다. 내가 오랫동안 심사숙고하고 돈을 모아 산 자동차, 개인용 컴퓨터, 옷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다만 인간의 외양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내가 아끼는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고,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며,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가짐이 있을 뿐 사랑의 대상은 아니다. 내 성욕을 해소해주고, 즐거운 감각을 느끼게 하는 인위적이고 육체적인 사랑을 제공할 뿐이다. 거기에 부수되는 것은 정신적 사랑이 아니라 만족이다. 

둘째, 사랑은 헌신과 배려의 태도를 포함한다. 연인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 맛난 음식을 먼저 맛보게 하는 행동, 내가 불편해도 상대를 위한 것이라면 흐뭇하게 여기는 마음가짐 등 ‘착한’ 태도가 절로 나온다. 섹스로봇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 과연 이같이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할수록 좀 더 헌신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섹스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이 경우 고객 만족은 올라갈지언정 헌신과 배려의 기회는 더욱 철저하게 차단된다. 헌신과 배려는 겉으로는 상대방을 위한 행동이지만, 안으로는 나 자신의 자존감과 도덕적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놀라운 효능을 갖고 있다. 만일 섹스로봇이 내게 ‘고맙습니다’ ‘감격했습니다’라고 응답한다 해도 연인의 ‘고마워’ ‘감동했어’라는 말에 대적할 수 없다.


사랑이 요구하는 인내와 절제

셋째, 사랑은 인내와 절제를 요구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과 붙어 있기를 바라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하며, 그의 말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느끼는 황홀한 감정이 지속되리라는 믿음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가 모르는 상대방의 면모가 존재하고, 서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일을 하는 시간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끊임없이 알고 싶고 관여하고자 하는 마음을 참아야 하고, 말과 행동도 절제할 필요가 있다. 일이나 학업에 임할 때는 잠시 연인을 잊고 집중해야 한다. 사랑에 빠지기 전보다 더 큰 인내심과 절제력이 필요한 것이다. 

반면, 섹스로봇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다. 물론 학교나 직장에서 섹스로봇이 생각나 힘들 때도 있겠지만, 일과 후에는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연인과는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바로 이런 점이 오히려 그에 대한 열망을 더 크게 만드는 요소다. 닿을 듯 안 닿을 듯하다 결국 닿는 것과 손만 뻗으면 언제든 닿는 것의 차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넷째, 사랑은 환상과 꿈을 만들어낸다. ‘지금 이 시간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감정을 느낄까’ 등 연인에 대해 온갖 상상을 하다 보면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그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고, 그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10년 후에는 아이 둘을 데리고 즐겁게 가족 여행을 하고 있을 화목한 가정도 떠올려 본다. 환상과 꿈은 마음을 즐겁게 하고, 현재를 더욱 긍정적으로 각색하게 하며, 미래를 낙관하게 만든다. 사랑의 위대한 힘이다. 

그런데 섹스로봇은 설명서에 기능들이 이미 다 나와 있다. 인공지능이 발달해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반응이 가능해진다 해도 로봇에게 환상과 꿈을 갖겠는가. 보이지 않고, 알 수 없으며, 때로는 예측을 벗어날 때 즐거운 상상력이 발휘되게 마련이다. 그러니 완벽하게 아름답고 성능 좋은 섹스로봇보다, 불완전하고 평범하지만 내게 완전하고 아름다운 존재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더욱 사랑스러울 것이다. 

섹스로봇은 성능 좋은 성욕 해소 기계로 자리 잡을 뿐, 소통과 교감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느끼는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걱정되는 점은 이러한 기계에 젊은이들이 푹 빠져 진정한 사랑을 외면할 때 인류의 미래가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2018.10.12 1159호 (p52~53)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psyso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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