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3

2017.11.15

마감유감

일모도원 日暮途遠

  • 입력2017-11-14 11: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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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춘추시대 오자서(伍子胥)만큼 드라마틱한 인물도 드물다. 간신에게 휘둘린 초(楚)나라 왕이 오자서의 아버지와 형을 죽이자 그는 무수한 고난을 이겨내고 오(吳)나라로 탈출한다. 오나라 대신이 된 그는 절치부심하며 국력을 키워 마침내 초나라로 쳐들어간다. 초나라 수도까지 점령한 오자서는 당시 아버지를 죽인 초나라 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 시신을 매질해 복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 초나라 신하이자 친구였던 신포서(申包胥)가 이런 편지를 보낸다. 

    “왕의 시신을 욕보였으니 비록 복수라 하나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모든 일이 정점을 찍으면 반대로 되돌아가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 했소. 그대는 속히 군대를 이끌고 오나라로 돌아가시오.” 

    그러자 오자서는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먼 일모도원(日暮途遠)의 처지에 있는 까닭에 매사 거꾸로 할 수밖에 없소”라고 답했다. 오자서는 그렇게 가슴에 켜켜이 쌓인 울분을 해소했다.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소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적폐청산은 천천히 해도 늦지 않고, 천천히 해야 깔끔하게 정리된다. 적폐청산은 시스템 청산이 먼저이지, 인적 청산이 앞서서는 안 된다. ‘국정원 댓글’ 수사 도중 피의자로 지목된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 수사가 가혹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람부터 잡아넣느라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6개월이 지났다. 임기가 4년 넘게 남았다. 임기 초반 힘이 있을 때 하지 않으면 못한다는 생각이 있는 걸까. 



    그러나 오자서처럼 일모도원의 처지도 아닌데 거꾸로 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수사를 이끌다 낙마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국정원 댓글 은폐’ 수사를 지휘하는 것도 일이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초반에 힘을 쓰던 역대 정부들이 다 좋은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을 되새겨보기 바란다. 오자서가 이끌던 오나라 군대는 결국 초나라를 멸망시키지 못하고 오나라로 되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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