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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팬들은 왜 뿔났나

YG 판매 DVD·굿즈 보이콧…소통 부재로 갈등 증폭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아이콘’ 팬들은 왜 뿔났나

‘아이콘’ 팬들은 왜 뿔났나
‘YG에서 제작, 판매하는 모든 DVD·굿즈의 보이콧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아티스트와 팬은 절대 YG의 ATM이 아닙니다!’
8월 17일 아이돌 iKON(아이콘)의 팬덤인 iKONIC(아이코닉)이 공식 트위터 팬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YG)를 상대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아이코닉은 멤버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스케줄 강행, 해외 활동에 비해 지나치게 빈약한 국내 활동, 계속되는 활동 계획 번복, 아티스트에 대한 이미지 관리 전무(全無), 개선되지 않는 스타일링 등을 이유로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아이돌 팬들이 소속사에 불만을 품고 소속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일정 부분 수긍할 만하다. 아이콘은 2015년 9월 15일 데뷔했는데, 지난해 1월 데뷔 활동을 마친 후 1년 4개월 동안 국내 활동을 하지 않다 올해 5월에야 신곡을 내고 활동을 재개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TWICE(트와이스)가 2015년 데뷔 후 2년 동안 4~6개월마다 신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이콘’ 팬들은 왜 뿔났나
‘아이콘’ 팬들은 왜 뿔났나

성토하는 팬, 무시하는 소속사

국내 활동은 뜸한 반면, 해외 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졌다. 아이콘은 일본어로 부른 한정곡을 국내 활동이 없던 지난해 2차례, 올해 2차례 발매했다. 팬들은 이 곡을 한국어 버전으로 국내에서도 발매해주길 소속사에 부탁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팬이 멤버들을 가까이서 볼 유일한 기회인 단독콘서트도 해외 위주로 진행됐다. 2년 동안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단독콘서트가 67회 진행됐지만 한국에서는 5회뿐이었다. 또 해외 공연 가운데 하루 2회 공연이 19번 잡혔는데, 이에 대해 팬들은 소속사가 아티스트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이코닉은 7월 중순 이러한 내용을 담은 A4 용지 18장 분량의 건의문을 YG 측에 전달했다. 자세한 피드백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양현석 YG 회장은 인스타그램에 ‘IKON 걱정이 가장 쓸데없는 걱정! 기다리자 9월과 10월…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웃을 그날’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접한 아이코닉은 분노했다. 소속사 대표가 팬들이 한 달에 걸쳐 작성한 건의문을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치부한 데다, 아이콘의 일본 콘서트가 9차례 예정된 9~10월을 두고 ‘함께 행복하게 웃을 그날’이라고 표현해 더욱 실망한 것이다.



팬들이 양 대표의 게시물에 분노의 댓글을 달자 약 2시간 뒤 게시물은 삭제됐다. 아이코닉은 8월 11일까지 소속사의 피드백을 기다렸지만 답변이 없었다. 결국 아이코닉은 23일 YG에서 발매한 DVD ‘iKON : 섬머타임 시즌2 인 발리’를 포함한 모든 YG 굿즈(의류·잡화·학용품 등 각종 기념품)를 사지 않기로 하는 등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보이콧은 YG로부터 제대로 된 피드백이 있을 때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과거 iKON 팬이었다 ‘탈덕’(벗을 ‘탈(脫)’자와 오타쿠를 비아냥거리는 말인 오덕후의 ‘덕’을 합친 신조어로, 오타쿠 생활에서 벗어난다는 뜻)한 정모(18) 양은 “YG는 아이콘을 마치 자기 소유물인 듯 다룬다. 아이돌은 팬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YG가 그런 식으로 아이콘을 관리한다면 컴백해도 반겨줄 팬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YG 측은 팬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YG 관계자는 한 인터넷매체를 통해 “아이콘은 5월 국내에서 새 싱글 음반을 냈고, 지금도 새 앨범을 준비하는 등 국내 팬들과 자주 만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최근 아이콘 멤버들은 개별적으로 MBC ‘오빠생각’, SBS ‘판타스틱 듀오2’에도 출연했다. 앞으로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멤버별 개인 활동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시장 외면하자 팬덤 붕괴

‘아이콘’ 팬들은 왜 뿔났나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그룹인 iKON(아이콘)을 두고 소속사와 팬들이 갈등이 빚고 있다. [트위터 팬 커뮤니티 with iKON 캡처]

그러나 공식 팬덤인 아이코닉의 관계자는 “YG는 우리가 아이콘이 국내 활동을 하지 않아서 보이콧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소속사가 멤버들을 돈으로만 보고 건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해외 활동을 이어가고, 여름철에 두꺼운 옷을 입혀 공연하게 하는 등 아티스트 케어가 잘못됐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지금도 YG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신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이콘은 신인 아이돌 그룹치고는 팬덤이 두텁게 형성돼 있었다. 이는 여타의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데뷔 과정을 겪은 덕이다. 데뷔 연도는 2015년이지만 멤버는 그 2년 전인 2013년에 꾸려졌다. 당시 아이콘 멤버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6명이 케이블TV방송 Mnet에서 방송된 YG 신인그룹 선발 프로젝트 ‘WIN : Who Is Next’에 출연해 현재 WINNER(위너) 멤버들과 데뷔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방송 내내 실력으로는 위너 멤버들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패했고, 데뷔 기회를 놓쳤다.
 
이후 2014년 9월 Mnet ‘MIX & MATCH’를 통해 아이콘 멤버를 재배정하는 오디션을 진행했다. 기존 멤버인 B.I(비아이), BOBBY(바비), 김진환 등 3명을 확정 멤버로 하고 기존 멤버였던 구준회, 송윤형, 김동혁과 새 연습생 정찬우, 양홍석, 정진형 등 6명 가운데 시청자 투표와 YG 투표 등을 합산해 4명을 추가 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기존 6명에 팬덤이 형성돼 있는데도 굳이 멤버 교체를 놓고 오디션을 진행하자 반발이 컸고, 결국 기존 멤버 6명에 연습생 정찬우 1명이 추가된 채로 방송은 끝이 났다.

이 프로그램이 종영된 후에도 아이콘은 1년을 기다린 끝에 데뷔할 수 있었다. 이미 2013년 첫 방송을 통해 ‘입덕’(어떤 분야의 오타쿠가 됐다는 뜻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나 아이돌과 관련된 것을 찾는 일에 입문하는 것)한 팬은 데뷔를 반겼으나 국내 활동이 4개월에 지나지 않았던 탓에 불만이 많았다. 결국 미비한 국내 활동, 긴 공백기 등의 이유로 아이콘 팬덤은 서서히 붕괴됐고, 이는 5월 발매된 신곡 ‘BLING BLING’ ‘벌떼’ 등이 각종 음원차트에서 10위권 안에 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데뷔곡 ‘취향저격’ ‘리듬 타’ 등이 공개와 동시에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던 것에 비하면 안타까운 결과였다. 

이러한 과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아이콘의 특수성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아이돌에 대한 평가를 전문적으로 게재하는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아이콘은 데뷔 전부터 방송에 출연한 덕에 팬덤이 형성돼 멤버 변동이라는 변수를 팬들이 싫어했는데, 소속사가 ‘MIX & MATCH’를 통해 이를 추진해 불만이 컸다. 거기다 데뷔했는데도 방송 출연이 거의 없으니 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YG의 경우 2NE1 사례처럼 잘 안 팔리면 케어를 안 해준다는 이미지가 있다. 지난해부터 젝스키스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거봐라, 팔리는 것만 하지’라는 반응도 나온다. 아이콘은 5월에도 컴백을 놓고 ‘한다 안 한다’ 얘기가 많아 팬들이 마음을 졸였는데 그것 또한 이번 보이콧의 도화선이 됐다”고 말했다.

1990년대 1세대 아이돌이 활동할 당시 팬클럽은 각 지역에서 형성됐고, 이들을 총괄하는 지역회장이 수직적으로 통제하면서 팬덤을 유지해나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최초에 형성된 팬클럽을 중심으로 멤버별 팬클럽 등이 통합돼 공동체를 형성하는 식으로 활동한다. 또한 소속사도 1년에 수백 팀의 아이돌이 뜨고 지는 전쟁터 같은 연예계에서 살아남고자 팬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팬 매니저’를 따로 둬 아이돌과 팬클럽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게 한다.



아이돌에 주주권 행사하는 팬

‘아이콘’ 팬들은 왜 뿔났나

소녀시대는 8월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걸그룹이 모두 해체된 것과 비교되는 결과다.[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팬덤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의 7인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다. 2013년 6월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데뷔 당시 여타 아이돌과 큰 차별성은 없었지만, 방송이나 매체 인터뷰 등 대외적인 활동과 관계없이 SNS, 개인 인터넷방송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꾸준히 시도했다. 덕분에 온라인상에서 평판이 좋아졌고, ‘혜자(인심이 좋다는 뜻의 유행어)소년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팬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미묘 편집장은 “방탄소년단이 한국 아이돌 최초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초청받아 ‘소셜미디어 아티스트’상을 받은 것도 팬들의 SNS 활동 덕분”이라며 “아이돌과 팬 사이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팬덤을 소속사가 중요 소비자로 인식해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무명일 때부터 팬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아이돌이 인기를 얻고 성장해갈수록 주식을 가진 주주처럼 소속사 측에 잔소리할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묘 편집장은 “팬이 요구하는 내용 중에는 정당한 것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무리한 요구도 있다. 소속사도 아이돌을 어떻게 키우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서 있을 텐데 팬들이 이에 상충하는 요구를 해오면 소속사도 무조건 다 들어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 소속사가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팬들의 보이콧과 같은 강한 요구가 긍정적으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이 소속사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월권행위처럼 비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아티스트 건강관리라든지 인권 보호 등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이 있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서로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2009년 2PM의 리더 박재범의 탈퇴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박재범은 SNS에 한국을 비하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자 곧바로 팀 탈퇴를 선언하고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당시 2PM 팬들은 팀을 위해 잘됐다는 쪽과 박재범을 옹호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옹호하는 팬들은 박재범의 복귀를 주장하며 2PM의 모든 활동과 관련 굿즈 판매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소속사 JYP의 박진영 대표는 방송을 통해 ‘박재범의 복귀는 개인 의사’라는 뜻을 피력하며 팬심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듬해 박재범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소통 여부가 아이돌 성패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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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데뷔한 Wanna One(워너원)은 강력한 팬덤에 힘입어 약 200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사진 제공 · CJ E&M]

팬들이 소속사를 상대로 보이콧을 하는 것은 역설적인 애정표현이기도 하다. 소속사가 아티스트들을 제대로 관리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소속사들이 이들과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아이돌의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최근 핵폭탄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Wanna One(워너원)의 경우 데뷔 전 방송으로 형성된 팬덤을 극진히 관리해 성공한 사례다.

팬들은 4월부터 두 달 동안 Mnet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그들의 데뷔 과정을 지켜봤다. 방송 종료와 함께 최종 멤버 11명은 8월 초 곧바로 데뷔해 음악방송, 각종 예능, V앱 인터넷방송,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팬과 소통하고 있다. 덕분에 이들은 8개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등 200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이들이 시한부 방송 활동을 종료하고 각자 소속사로 돌아갔을 때 팬덤이 유지될지는 미지수지만, 팬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소통은 아이돌의 수명과도 직결된다. 8월 4일 소녀시대는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소녀시대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고 활동을 같이했던 원더걸스, 카라, 2NE1 등 대표적인 걸그룹이 모두 해체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결과다. 소녀시대의 장수비결은 물론 소속사의 적확한 기획력과 아낌없는 지원에 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응하며 소비해주는 팬들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장수아이돌이 나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중 노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헌식 평론가는 “일본의 AKB48이나 최근의 워너원처럼 선발과정부터 지속적으로 대중에 노출되면 팬들이 아이돌 제작에 참여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생명력이 길어진다”며 “과거 대형 기획사에서 아이돌을 비밀리에 결성해 ‘짜잔’ 하고 선보였던 반면 요즘은 아이돌 성공 스토리를 팬들이 기획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7.08.30 1103호 (p56~59)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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