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창기 ‘투명한 정부 정보 공개’는 핵심 국정운영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만 3년이 돼가는 지금, 정보 공개 의제의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최근 발간된 한 국제기구 보고서의 평가는 ‘0점’에 가까웠다.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정부 부처의 조직문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이 ‘열린 정부 파트너십(OGP)’에 적극 참여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투명성, 시민 참여, 민주주의 및 반부패를 위한 국제기구인 OGP가 최근 발간한 ‘독립 보고 메커니즘(Independent Reporting Mechanism) 한국 2차 진행 보고서 2014-2015’가 한국의 정보 공개에 대해 내린 총평이다. 한국은 2011년 9월부터 OGP에 참여해왔으며 OGP는 1년 이상 진행한 조사 및 면담을 토대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2013년 정부3.0 비전 선포식에 맞춰 정부가 발표한 추진 기본 계획은 그야말로 창대했다.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라는 3대 전략 아래 ‘공공정보 적극 공개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 활성화’ ‘정부 내 칸막이 해소’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통합 제공’ 등 총 10개 중점 추진 과제를 선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정보 개방 및 공유에 대한 OGP의 평가는 참담한 수준이다. OGP는 한국의 정보 개방 및 공유 성과를 △공공-민간 협력 강화 △맞춤형 서비스 제공 △시민사회 참여 △공공서비스 윤리 강화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 활성화의 총 5개 공약(commitment)을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발표했던 추진 기본 계획에 시민사회 참여와 윤리 강화가 추가된 것으로, 결코 정부 계획과 동떨어진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다.
5개 공약 가운데 완료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계획에 부합해 진행되고 있는 공약은 1개에 불과했다. 공약은 모두 OGP의 가치인 투명성, 시민 참여, 민주주의, 반부패 등에 부합했으나 근본적인 변화 잠재성을 가진 공약은 하나도 없었고 완료는커녕 상당 수준 이행된 공약도 1개밖에 없었다(표 참조).
보고서를 작성한 OGP의 독립조사원 제프리 케인은 보고서에서 정보 개방 및 공유라는 근본적인 가치는 단순히 ‘전자정부’ 구축만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책의) 초점을 지금처럼 전자정부에 맞출 게 아니라, 부패 문제나 온라인을 통한 시민 참여 같은 ‘열린 정부(open governance)’의 근본적인 이슈들에 맞춰야 한다.”
투명성과 관련한 지적은 이뿐 아니었다. ‘행정자치부는 정보 공개 관련 공약에 대해 전문가 및 업체들에게 비공개(privately)로 자문을 구했다. 이 자문회의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으며 시민사회의 참여도 이뤄지지 않았다. (행정자치부의) OGP 지원 부서는 2015년 9월 30일 중간 자가평가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이 보고서는 한국어 웹사이트에서 볼 수 없다.’
‘정부 내 칸막이를 해소하겠다’던 정부3.0 추진 과제가 무색하게 정부 부처들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한국의 정부) 체계는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 정부는 정부3.0이나 정보 공개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많은 공무원이 이 비전을 달성하고자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과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요청했더니 (부처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케인은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수년간 외신기자로 활동했던 케인은 한국 정부 부처의 고질적인 폐쇄성을 비판했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나는 항상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너는 누구냐’ ‘왜 우리가 네게 그런 자료를 줘야 하느냐’라는 말을 들었다. ‘이게 법이고 우리는 너에게 이걸 줘야 한다’는 태도가 돼야 한다.”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그 원인이라는 게 케인의 진단. “정부 부처끼리 소통하지 않는다. 피해망상이 널려 있고 상급자들은 독재자처럼 행동할 수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비민주적이다. 법이 바뀌고 있다 해도 이러한 관료적 비밀주의 태도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한국 정부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정부3.0을 실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 정부3.0 비전 선포식에서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부처 간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감사원과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기관 간 정보 공유를 했더니, 그동안 찾지 못했던 실종자 369명을 찾았고 그중에서 144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작은 정보 하나도 개방하고 공유하면 실제 국민의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올해 1월 정부는 정반대 사례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유가족에게 징병검사 통지서를 발송한 것. 당시 병무청은 “국무조정실 측에 (희생자) 명단을 요청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명단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케인은 바로 이러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건 단순히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니다. 공공서비스의 기초적 기능의 문제다. 이러한 정보는 공공기록으로 둬 쉽게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OGP 보고서의 평가와 부처 간 정보공유의 부족에 대한 주간동아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 정보 공개는 0점’
‘정부3.0’이 과연 이 정부에서 추진한 의제인가 싶을 정도로 새삼스러운 이도 많을 것이다. ‘4대 개혁’ 등에 밀려 국민의 기억에서 멀어졌으나 사실 정부3.0은 박근혜 정부가 초창기 ‘새로운 국정운영 비전’으로 전면에 내세운 의제였다. 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육성을 들어보자. “정부3.0은 그동안 펼쳐왔던 정보 공개의 차원을 넘어 정부의 운영 방식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바꾸는 전면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2013년 6월 ‘정부3.0 비전 선포식’에서 박 대통령이 축사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중심에 두고 개방과 공유의 정부 운영을 펼쳐나갈 때 깨끗하고 효율적인 그런 국정운영이 가능하고,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 과제 추진에 대한 동력도 더 커질 것입니다”라고도 했다. 정부3.0은 ‘3대 전략’과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지닌 거대한 의제지만 그 핵심에 ‘정보 개방과 공유’가 자리 잡고 있음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발간된 한 국제기구 보고서의 평가는 매우 싸늘하다.‘한국이 ‘열린 정부 파트너십(OGP)’에 적극 참여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투명성, 시민 참여, 민주주의 및 반부패를 위한 국제기구인 OGP가 최근 발간한 ‘독립 보고 메커니즘(Independent Reporting Mechanism) 한국 2차 진행 보고서 2014-2015’가 한국의 정보 공개에 대해 내린 총평이다. 한국은 2011년 9월부터 OGP에 참여해왔으며 OGP는 1년 이상 진행한 조사 및 면담을 토대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2013년 정부3.0 비전 선포식에 맞춰 정부가 발표한 추진 기본 계획은 그야말로 창대했다.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라는 3대 전략 아래 ‘공공정보 적극 공개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 활성화’ ‘정부 내 칸막이 해소’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 통합 제공’ 등 총 10개 중점 추진 과제를 선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정보 개방 및 공유에 대한 OGP의 평가는 참담한 수준이다. OGP는 한국의 정보 개방 및 공유 성과를 △공공-민간 협력 강화 △맞춤형 서비스 제공 △시민사회 참여 △공공서비스 윤리 강화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 활성화의 총 5개 공약(commitment)을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발표했던 추진 기본 계획에 시민사회 참여와 윤리 강화가 추가된 것으로, 결코 정부 계획과 동떨어진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다.
5개 공약 가운데 완료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계획에 부합해 진행되고 있는 공약은 1개에 불과했다. 공약은 모두 OGP의 가치인 투명성, 시민 참여, 민주주의, 반부패 등에 부합했으나 근본적인 변화 잠재성을 가진 공약은 하나도 없었고 완료는커녕 상당 수준 이행된 공약도 1개밖에 없었다(표 참조).
보고서를 작성한 OGP의 독립조사원 제프리 케인은 보고서에서 정보 개방 및 공유라는 근본적인 가치는 단순히 ‘전자정부’ 구축만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책의) 초점을 지금처럼 전자정부에 맞출 게 아니라, 부패 문제나 온라인을 통한 시민 참여 같은 ‘열린 정부(open governance)’의 근본적인 이슈들에 맞춰야 한다.”
여전한 정부 내 ‘칸막이’
보고서는 한국의 정부 부처 간 정보 개방 및 공유와 관련해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계획은 5개 공약 가운데 3개 공약의 이행이 어느 부처의 책임인지를 특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공약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상당히 결여돼 있다.’ 또한 정부3.0의 계획과 달리 ‘계획을 개발하고 이행하는 데 일반 대중과 얼마나 교류했는지 분명치 않다’고 평가했다. 정부 투명성과 관련된 시민단체가 대부분 정부의 OGP 공약과 그 진행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는 것. 보고서는 ‘이에 관한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한) 인식제고 활동이 있었는지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투명성과 관련한 지적은 이뿐 아니었다. ‘행정자치부는 정보 공개 관련 공약에 대해 전문가 및 업체들에게 비공개(privately)로 자문을 구했다. 이 자문회의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으며 시민사회의 참여도 이뤄지지 않았다. (행정자치부의) OGP 지원 부서는 2015년 9월 30일 중간 자가평가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이 보고서는 한국어 웹사이트에서 볼 수 없다.’
‘정부 내 칸막이를 해소하겠다’던 정부3.0 추진 과제가 무색하게 정부 부처들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한국의 정부) 체계는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 정부는 정부3.0이나 정보 공개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많은 공무원이 이 비전을 달성하고자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과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요청했더니 (부처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케인은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수년간 외신기자로 활동했던 케인은 한국 정부 부처의 고질적인 폐쇄성을 비판했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나는 항상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너는 누구냐’ ‘왜 우리가 네게 그런 자료를 줘야 하느냐’라는 말을 들었다. ‘이게 법이고 우리는 너에게 이걸 줘야 한다’는 태도가 돼야 한다.”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그 원인이라는 게 케인의 진단. “정부 부처끼리 소통하지 않는다. 피해망상이 널려 있고 상급자들은 독재자처럼 행동할 수 있다. 이는 본질적으로 비민주적이다. 법이 바뀌고 있다 해도 이러한 관료적 비밀주의 태도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한국 정부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정부3.0을 실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 정부3.0 비전 선포식에서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부처 간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감사원과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기관 간 정보 공유를 했더니, 그동안 찾지 못했던 실종자 369명을 찾았고 그중에서 144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작은 정보 하나도 개방하고 공유하면 실제 국민의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올해 1월 정부는 정반대 사례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유가족에게 징병검사 통지서를 발송한 것. 당시 병무청은 “국무조정실 측에 (희생자) 명단을 요청했으나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명단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케인은 바로 이러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건 단순히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니다. 공공서비스의 기초적 기능의 문제다. 이러한 정보는 공공기록으로 둬 쉽게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폐쇄적 조직문화, 정부3.0 최대 걸림돌
부처 간 불명확한 업무 분장과 정보 공유의 부족은 OGP의 한국 정부 평가를 더욱 낮게 만든 원인이 됐다. 행정자치부에서 OGP와의 업무 협조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자신은 정부3.0을 비롯한 정부의 정보 공개 정책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필요시 유관 담당자를 돌려주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무는 행정자치부 국제행정협력관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가 ‘정보 공개’ 등 분야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니라 ‘국제기구’라는 모호한 범주 안에 뭉뚱그려 있다는 것. 유엔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GP 같은 국제기구들은 그 성격이 각기 상이하기 때문에 업무 협조에서 서로 다른 전문성을 요구한다. 게다가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제로는 정부3.0 추진에 진척이 있었더라도 OGP에 그 결과가 전달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케인도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나는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진실을 말할 때가 많지만 그걸 입증할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한편 행정자치부는 OGP 보고서의 평가와 부처 간 정보공유의 부족에 대한 주간동아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