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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과 ‘진’이 만났을 때 팬심이 폭발한다

지방에서도 성지순례 온다는 고려대 ‘카페, 낢×진’에 가보니

‘낢’과 ‘진’이 만났을 때 팬심이 폭발한다

‘낢’과 ‘진’이 만났을 때 팬심이 폭발한다
“고려대에 이렇게 힙한 곳이 생겼다고?” 어그로(aggro·관심을 끌려고 인터넷 게시판 등에 자극적인 글을 올리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가 아니다. 실제로 고려대생이 한 말이다. 생활툰으로 인기를 얻은 웹툰 작가 ‘서나래’(필명 낢)와 ‘김진’이 뭉친 ‘카페, 낢×진’(낢진 카페) 1호점은 고려대 안암캠퍼스 지하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하광장 버거킹 맞은편. 재학생이라면 다 알 만한 그 자리에 서울 연남동 골목길에서나 볼 법한 아기자기한 카페가 3월 20일 새롭게 들어섰다기에 취재에 나섰다. 

서나래와 김진 작가는 자타공인 ‘절친’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서나래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낢이 사는 이야기’ 외에도 ‘김진’이 뜬다. 김진 작가는 ‘나이스진타임’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아랫집 시누이’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등 생활툰으로 두꺼운 팬층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웹툰 ‘필냉이의 고양이일기’의 윤경령(필명 필냉이) 작가와 3주간 몽골을 여행하고 돌아와 2012년 네이버 여행 웹툰 ‘한 살이라도 어릴 때’를 번갈아가며 연재하기도 했다. 26화로 끝난 이 웹툰의 베스트 댓글은 ‘보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웹툰 그려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였다.


‘낢스럽고 진다운’ 메뉴들

‘낢’과 ‘진’이 만났을 때 팬심이 폭발한다
기분 좋아지는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이 크로스해 만든 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왜 수많은 웹툰 작가 가운데 두 사람이었을까. 작가들이 제빵사나 바리스타 자격증이라도 딴 걸까. 왜 카페 이름은 ‘낢진’일까. 수많은 후보지 중 왜 고려대 캠퍼스일까. 언제 가면 작가들을 만날 수 있을까. 어떤 메뉴가 제일 인기일까. 궁금증은 늘어만 갔다. 

5월 8일 오후 낢진 카페를 찾았다. 다년간 축적한 카페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손님이 적을 것 같은 시간대에 찾아갔으나 재학생들로 이미 만석이었다. 각자 다양한 음료를 주문해놓고 수다를 떨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손님 성비는 남녀가 반반. 혼자 와 노트북컴퓨터를 놓고 공부하는 학생도 많았다. 업체 관계자가 별도로 테이블을 잡아놓지 않았더라면 자리에도 앉지 못할 뻔했다. 카페는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고려대 재학생과 교직원은 음료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먼저 입구에서 작가들의 오너 캐릭터가 손님을 반겼다. 바닥에 깔린 매트에서부터 벽에 걸린 액자, 컵 홀더까지 작가들이 그린 캐릭터로 가득했다. 카운터 옆에는 유리컵과 노트, 스티커, 엽서, 에코백, 자석, 접시 등을 파는 공간도 있었다. 캐릭터 자석은 개당 3000원이지만 세트(2개)로 사면 5000원이라기에, 맥주잔처럼 생긴 유리컵은 5월 한 달간 8000원에서 반값 할인된 4000원에 판다기에 내 마음속 장바구니에 저장하고 카페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대박 기원 100호점까지-이과장, 이윤창’이라는 응원 문구가 쓰인 스투키 화분은 작가들의 남편들이 선물한 것이다. 카페를 둘러보던 팬들이 “스위트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과장은 서나래 작가가 2015년 연재한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기’에 등장했고, 김진 작가의 남편인 이윤창 작가는 웹툰 ‘타임인조선’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웹툰 작가 정철연의 ‘마조앤새디’를 주제로 ‘마조앤새디 카페’를 운영 중인 HSF가 연 카페다. HSF는 면세점에서 화장품과 식음료 매장 운영을 하는 기업이다. 네이버라는 소속사에 속한 낢과 진이라는 인기 연예인(캐릭터)을 HSF에서 활용해 운영하는 카페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디저트 이름과 맛, 데커레이션까지 두 작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HSF 관계자는 “대표는 물론 직원들도 캐릭터 사업에 흥미가 많고 관심사도 젊다”고 말했다. 두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1년여 동안 준비한 끝에 지금의 카페 분위기를 완성했다고. 평소 이런 공간을 바라던 건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카페를 연 이래 수시로 가족과 함께 찾아온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HSF 관계자들은 작가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새 메뉴와 상품을 추가하고, 그림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두 작가에게 그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작가님 보러 카페 순례

서나래 작가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시작해 2004년 개설한 개인 홈페이지에 ‘낢이 사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생활툰을 올리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김진 작가는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에 ‘나이스진타임’이라는 생활툰을 올리다 2008년 작가로 데뷔했다. 오랫동안 활동하다 보니 학창 시절 그들의 작품을 본 팬이 이제는 결혼해 가정을 꾸린 경우도 많다. 같이 나이 먹어가며 공감대를 형성한 팬층이 두껍다는 게 두 작가의 공통점이다. 이에 퇴근 후 낢진 카페를 방문하고자 고려대 캠퍼스를 찾는 직장인 팬이나 주말을 이용해 아이, 남편과 함께 지방에서 ‘성지순례’를 오는 팬도 많다. 매장 관계자는 “처음 카페를 열 때는 주요 타깃이 재학생을 비롯한 웹툰 팬인 2030 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성 고객도 많이 찾아와 놀랐다. 남자들도 살 수 있게 분홍색 말고 하늘색 굿즈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낢진 카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오늘은 작가님들이 오시나요’라는 질문이 자주 올라온다. 매장 관계자는 “작가분들이 불시에 남편과 함께 찾아와 청소를 하거나 메뉴를 맛보고 간다”고 전했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작가들이 와 있어도 손님들이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 매장 관계자는 “한번은 작가님들이 카페에 와 앉아 있었는데 팬들이 작가님은 언제 오시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카페 관계자는 “수많은 캐릭터 카페가 캐릭터로만 승부하고 맛에는 신경 쓰지 않는데, 그런 카페들과 비교하면 섭섭할 정도로 열심히 준비한 메뉴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베이커리도 매일 만들고, 원두도 로스팅한 뒤 두 종류로 블렌딩해 판매 중이다. 고소함이 느껴지는 ‘낢다른발란스’와 진하고 쌉싸래한 ‘쌉싸름하진’ 원두는 100g에 각각 7000원. 이곳에서 판매하는 수제 과일청은 세 종류인데,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짧다. 이 과일청으로 만든 음료가 ‘프루트티’ ‘프루트톡’이다. 달콤, 상큼한 과육이 듬뿍 들어 있어 더운 날씨에 딱이었다. 과일청도 별도로 구매할 수 있으며 500㎖에 1만5000원.


인심 좋은 베이커리

‘낢’과 ‘진’이 만났을 때 팬심이 폭발한다
카페가 지향하는 건 ‘건강한 맛’.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고 수제청에도 시럽을 넣지 않는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시그니처인 ‘흑당라테’(5000원)와 ‘흑당블랙’(4500원). 두 잔을 양손에 받아 들고 각각 한 모금씩 시원하게 들이켰다.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으로 단맛을 냈다더니 자극적이지 않은 달콤함이 입안에 감돌았다. 불량스럽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단맛. 이곳 음료와 디저트의 맛이 ‘빵’ 터지는 에피소드는 없어도 매회 잔잔한 웃음을 주는 작가들의 작품과도 닮아 있었다. ‘크림슨톡’(5000원)도 인기 메뉴. 매장 관계자는 “고려대의 시그니처 컬러가 강렬한 붉은색이라 베리 음료에 크림슨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그 말대로 새빨간 컬러가 인상적인 에이드였다. 참고로 ‘분홍진톡’에는 딸기와 레몬이, ‘노랑낢톡’에는 패션프루트와 금귤이 들어 있어 상큼함을 더했다. 

베이커리도 직접 만든다니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크루아상은 맛만큼이나 중요한 게 크기다. 접시에 올렸을 때 포만감이 느껴지는 크기여야 사 먹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겠는가. 최근 총수 일가의 갑질로 시끄러운 대한항공의 크루아상 논란만 봐도 그렇다. 이명희 씨가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측에 손님에게 내놓는 크루아상 크기를 줄이라고 지시했다는데, 전기요금과 밀가루를 아껴 대체 누구 코에 붙인단 말인가. 낢진 카페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차진 크로아상’이 아주 큼직하고 포들포들하니까. 가격도 2000원으로 착하다. 여기에 3000원짜리 두툼한 ‘노란 엉덩이 사과파이’를 더하니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디저트 접시가 완성됐다. 

HSF 관계자는 “상권을 분석하면서 작가의 팬들이 올 만한 곳들을 살피고 설문조사도 수차례 했다.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의 낢과 진 캐릭터에 잘 맞는 장소를 찾다 때마침 젊은 유동층이 많은 고려대에 자리가 나 입점하게 됐다.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처럼 카페를 넘어 캐릭터와 함께 쉬어갈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려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은 ‘쉬어가는 가게’라는 슬로건처럼 학생들이 공강시간에 잠시 쉬며 허기를 채우고 당도 보충하기를 바라는 작가들과 업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도톰한 빵에 흑당라테나 커피를 곁들인다면 공강시간에 당을 충전하거나 한 끼를 대신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반기 중 소시지가 들어간 베이커리 메뉴와 든든한 밀크티, 탁상시계와 앞치마, 가정용 소화기 등 실용적인 굿즈도 들일 예정이라고 하니 평소 작가들의 팬이었다면 고려대 캠퍼스를 꼭 한 번은 밟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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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아니고낢진 #건강하고잔잔한단맛 #웹툰팬들의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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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18.05.16 1138호 (p54~58)

  •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홍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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