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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아이들은 ◯◯◯을 먹는다!

물범·조랑말·황소개구리…“공부 잘하고 키 성장에 좋다면야”

대치동 아이들은 ◯◯◯을 먹는다!

잔인한 사냥법 때문에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물범 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여전히 물범고기를 들여오고 있다. 대치동에서는 물범, 황소개구리, 조랑말 등 생경한 동물들이 아이들 보양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shutterstock]

잔인한 사냥법 때문에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물범 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여전히 물범고기를 들여오고 있다. 대치동에서는 물범, 황소개구리, 조랑말 등 생경한 동물들이 아이들 보양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shutterstock]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에는 ‘특별한’ 것이 많다. 대로변과 골목 곳곳을 장악한 학원빌딩, 내림세를 모르는 확고부동한 집값, 전국 성적 상위 1% 학생들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부모가 아이에게 먹이는 ‘보약’도 범상치 않다. 

최근 대치동 맘들 사이에서는 ‘물범’ ‘조랑말’ ‘철갑상어’ ‘황소개구리’ 등 생경한 동물이 주재료인 보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의 체력 보강과 키 성장을 원하는 학부모가 주요 고객이다. 

아이가 사립초 6학년인 학부모 김모 씨는 최근 동네 엄마들과 모임에서 보약 얘기를 접하고 귀가 솔깃했다. 김씨는 “아이들한테 물범을 먹인다 해서 깜짝 놀랐는데, 나만 모르고 다른 엄마들은 이미 다 알고 있더라. KMO(한국수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아이는 거의 다 먹는다 해서 우리 아이도 한번 먹여볼까 고민 중이다. 아이가 클수록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게 맞는 듯하다. 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집중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2 남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는 최근 물범 보약을 먹이고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이씨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약해서 보약을 자주 먹였는데, 얼마 전 아는 분이 추천해 물범 보약을 먹였더니 효과가 꽤 있었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날 때 덜 힘들어하고 밥도 잘 먹어 키도 많이 컸다”고 말했다.


캐나다산 물범, 제주 조랑말 공수

해당 보약을 취급하는 대치동 소재 A건강원 관계자는 “성장기 아이는 물론 수험생, 암환자 등 원기 보충이 필요한 사람이 주로 찾는다. 물범 보약에는 총 60여 가지 한약재와 효소가 들어가 소화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범 외에도 철갑상어와 미꾸라지, 홍삼, 더덕, 도라지, 씨앗열매 등 50여 가지 자연원료에 매실효소, 사과효소 등 10가지 효소를 넣어 탕을 만든다는 게 건강원 측 설명이다. 

물범, 철갑상어 같은 재료를 어떻게 조달하는지 궁금한데, A건강원 관계자는 “물범의 경우 캐나다 정부가 개체 수를 조절하고자 11월부터 3월까지 포획을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냉동 상태로 수입된다. 물범은 청정지역에 서식하기 때문에 항생제나 중금속, 농약 등 환경 유해성분들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영양 면에서도 물범은 쇠고기에 비해 칼슘이 170배, 철분이 30배 넘게 들어 있고,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와 DHA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철갑상어는 국내에서 양식된 것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A건강원 관계자는 “철갑상어는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좋다. 돌쟁이 아이에게도 이유식으로 먹일 수 있다. 지금 20대 초반인 내 딸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먹었는데 감기에 잘 안 걸리고 어느 순간 작은 키 고민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해당 건강원 한 벽면에는 물범 중탕액을 먹고 효험을 봤다는 고교생과 명문대 합격자의 명단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최근 이 건강원을 다녀왔다는 학부모 박모 씨는 “벽면에 붙은 합격자 명단을 보고 마음이 더 동했다. 아이가 공부만 잘할 수 있다면 뭔들 못 먹이겠나. 수험생을 둔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려면 ‘오력(五力)’이 필요하다고 한다. 집중력, 기억력, 수리력, 창의력, 그리고 체력”이라고 말했다. 

물범에 이어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보약은 제주산 조랑말과 황소개구리를 함께 달인 ‘조랑말개구리탕’이다. 조랑말은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달이기 때문에 최소 6명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B건강원 관계자는 “조랑말이 들어가는 보약은 제주에서 직접 달여 택배로 보내준다. 얼마 전에도 강남 한 고교 운동선수 8명이 단체로 주문했다. 말은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서서 잠을 잘 정도로 뼈가 튼튼하다. 특히 제주 초원에 방목해 키운 말은 골밀도가 높고 칼슘이 풍부하다. 또 말고기에는 철분과 비타민,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이 많이 들어 있어 기력을 보완하는 데 좋다”고 말했다. 

황소개구리는 특대 사이즈로 25마리가 들어간다고 한다. 500㎖ 생수병 2개를 이어 붙인 크기다. 여기에 생강, 대추, 우슬, 홍화씨, 녹각, 당귀, 오가피, 헛개나무 등 22가지 약재를 넣고 달인다고. 

B건강원 관계자는 “키가 좀 작은 아이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여자아이는 생리를 시작하기 전 키를 많이 키워놔야 하기 때문에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먹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달에 1cm씩, 1년에 10cm까지 큰 아이들도 봤다.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키 크는 보약을 먹은 아이가 2차 성징 후에도 꾸준히 잘 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기 돋우는 재료 자칫 성욕 부추길 수도

한편 건강원 두 곳 모두 이러한 보약들에 부작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A건강원 관계자는 “물범은 살이 찌거나 배탈이 나는 것 같은 부작용이 전혀 없다.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은 환 형태 또는 경옥고처럼 걸쭉하게 만든 걸 섭취하면 된다”고 말했다. 

B건강원 관계자 역시 “키 크는 데 도움이 되는 영양소만 모아놓은 거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냄새도 심하지 않고 일반 한약을 먹는 아이는 거부감 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의학 전문가들은 고단백 보양식이 맞지 않는 체질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의학박사 이모 씨는 “물범은 물개와 비슷한데 이런 종류의 고기는 양기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말고기 역시 대표적인 스태미나 음식이고, 황소개구리도 뒷다리로 멀리 뛰는 습성을 볼 때 양기가 충만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래 몸이 뜨겁고 평소 땀이 많이 나거나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한테는 이런 고단백 보양식이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남자아이의 경우 성욕이 커지는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박사는 고단백 보양식을 너무 어린 나이에 섭취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아기 아이는 식물로 말하면 새싹과 같다. 땅속 씨앗이 무거운 흙을 뚫고 싹을 틔울 만큼 에너지가 충만하듯이 그 시기 아이도 마찬가지다. 한겨울에도 추운 줄 모르고 발가벗은 채 다니지 않나. 겉으로 보기엔 약해 보여도 아이들 몸속에 저장돼 있는 에너지는 상당하다. 물론 타고난 체질이 약해 보약이 필요한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중학교 이전까지는 굳이 스태미나식을 먹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물범이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물범 보약은 비난의 여지가 다분하다. 무거운 쇠망치로 새끼 물범의 머리를 내려치는 잔인한 사냥법 때문에 전 세계 35개국은 오래전부터 물범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물범을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모피를, 우리나라는 물범 고기와 기름을 주로 수입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비뚤어진 보신문화와 교육열이 물범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고가의 공진단 ‘촌지’로 둔갑

고가의 공진단은 수험생의 영양제로 쓰임과 동시에 ‘촌지’로 악용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동아DB, shutterstock]

고가의 공진단은 수험생의 영양제로 쓰임과 동시에 ‘촌지’로 악용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동아DB, shutterstock]

이러한 보양식은 가격도 만만치 않다. 물범 보약은 두 달 치에 50만 원 선으로 보통 봄가을에 한 번씩, 1년에 두 번 정도 먹는 걸 권한다고 한다. 조랑말개구리탕은 두 달 치에 70만 원 선이고 운동하는 아이의 경우에는 1년에 4번, 일반 아이는 1년에 2번 정도 먹는다고. 

학부모 최모 씨는 “대치동 맘들 중에는 보양식에 드는 돈도 ‘교육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공부와 키 문제만큼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박모 씨도 “아이의 건강을 챙기는 건 당연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엄마들이 모이면 학원과 키 얘기는 빠지지 않고 꼭 나온다. 특히 요즘은 외모도 스펙인 시대라 키 크는 데 좋다고 하면 아이에게 뭐든 먹이려고 한다. ‘성장클리닉’에 다니면서 몇 년간 키 크는 주사를 맞는 아이도 주변에 많은데, 그거에 비하면 보양식은 부담이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한약인 ‘공진단’을 찾는 부모도 많다. 주로 입시를 앞둔 고교생 자녀에게 먹이는데, 가격이 보통 30만 원 선에서 비싸게는 2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자녀가 경기도 소재의 한 과학고에 재학 중인 학부모 최모 씨는 “지난해 아이가 시험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공진단을 처음 먹였는데, 효과가 꽤 좋았다. 무엇보다 불안 증세가 조금 줄어든 듯해 비싸긴 해도 먹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진단 역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서울 서초동 소재 한의원 최모 원장은 “공진단의 핵심 원료라 할 수 있는 사향 종류에 따라 질의 차이가 크다.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거쳐 들어오는 사향은 g당 15만~18만 원 하며, 일부 한의원에서는 사향을 아예 넣지 않기도 한다. 고가의 한약일수록 믿을 만한 곳에서 구매하는 게 좋다. 또한 열성질환이 있는 경우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진단이 ‘촌지’로 악용되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촌지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강남 학군에는 여전히 촌지가 남아 있다고 보는 학부모가 많다. 실제로 3년 전 한 사립초는 촌지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어느 학부모가 교사에게 현금, 상품권과 함께 몇 차례에 걸쳐 공진단을 몰래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 최모 씨는 “교사들이 비싼 건 뭐든 좋아하리라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 때문에 학교도, 학부모도 같이 손가락질을 받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학교 담임교사뿐 아니라 대치동 유명 과외 교사에게도 공진단 등 보약을 지어다 주는 학부모들이 있다. 과연 어디까지가 성의이고, 어디까지가 뇌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05.16 1138호 (p26~28)

  •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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