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얼리즘과 리얼리티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영국 리얼리즘의 거장 켄 로치의 전형적인 ‘노동자 영화’다. 영국의 대표적인 좌파감독답게 켄 로치는 1960년대 영화계에 진출한 뒤 일관되게 노동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발표했다. 그의 변화된 정치의식은 노동…
20161207 2016년 12월 06일 -
딸이든 아들이든 난 널 사랑한단다
레이(엘 패닝 분)는 겉으로 보면 영락없는 남자아이다. 남자아이처럼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짧은 머리에 헐렁한 셔츠를 걸치고 다니며, 남자아이들과 은어를 나누고, 매혹적인 여자에게 눈길을 빼앗기니 말이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레이는 …
20161130 2016년 11월 29일 -
파랑과 빨강의 정체성
스페인 멜로드라마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줄리에타’는 그가 즐겨 다루던 주제인 ‘어머니와 딸’에 관한 영화다. 이를테면 할머니에서 손녀로 이어지는 여성 삼대의 운명을 다룬 ‘귀향’(2006)과 비교된다. 어머니와 딸 사이…
20161123 2016년 11월 21일 -
돈과 모래
황야 사이로 길게 뻗은 길을 소 떼가 가로막고 있다. 소 떼를 몰던 카우보이는 사정을 묻는 보안관에게 이야기한다. “농장 근처에 불이 났지 뭐요. 그래서 21세기에 이렇게 말을 타고 소 떼를 몰고 있지요. 이처럼 멋진 직업을 아들들…
20161116 2016년 11월 11일 -
스크린에 자화상을 그릴 때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라우더 댄 밤즈’는 가족멜로드라마다. 가족의 표면은 지극히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폭탄보다 시끄러운(Louder Than Bombs)’ 갈등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중심엔 유명 사진…
20161109 2016년 11월 07일 -
지금 필요한, 우리가 원하는 자백
5월 최승호 감독의 ‘자백’이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여러 부문을 수상할 때만 해도 사실 조심스러웠다. 정부기관의 문제점을 짚고, 찾고, 따라가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다. 영화 한 편을 상영하는 게 영화제의 운명과도 연관될 수 …
20161102 2016년 10월 31일 -
‘바람 불어 좋은 날’의 귀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장률 감독의 ‘춘몽’은 도시 주변부로 밀려난 청년들의 일상을 그린다. 공간적 배경은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맞은편 수색역 부근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첨단과 낙후, 혹은 선진과 저개발의 개념…
20161026 2016년 10월 21일 -
멋진 감독이 보여주는 진짜 보수의 가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 공화당원이다.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임을 대내외에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의 영화를 보다 보면 진정한 보수란 이런 것이겠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삶과 운명, 사랑과 미움에 대…
20161019 2016년 10월 14일 -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곳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는 회화 전시관으로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더불어 최다 방문자 수를 자랑하는 미술계 명소다. 다빈치의 ‘동굴의 성모’, 홀바인의 ‘대사들’…
20161012 2016년 10월 07일 -
1930년대 속물들에게서 발견하는 우리의 자화상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는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머피의 법칙이란 불행한 일의 연속을 말하는 게 아니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는 의미지.” 그렇다. 살다 보면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나고 만다. 그게 행운일 땐 그다…
20161005 2016년 09월 30일 -
이별을 그리는 풍경화
‘다가오는 것들’은 제목이 예언적이다. 프랑스 원제목도 ‘미래(L’Avenir)’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일이란 뜻일 테다. 우리의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프랑스 중견감독 미아 한센 러브는 우리 삶의 후반부에서 만나게 되는 피…
20160928 2016년 09월 26일 -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하루’ 외국인을 대하듯 사랑할 때
영화 ‘최악의 하루’는 최악의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원제가 ‘최악의 여자’인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하기’라는 서사의 본질을 리드미컬하게 재해석한다. 가령 영화는 누군가의 눈을 통해 중계되는 이야기다. 그 누군가는 주로…
20160907 2016년 09월 02일 -
히치콕에 대한 10개의 시선
앨프리드 히치콕은 원래 ‘대중영화’의 최고 감독으로 통했다. ‘오명’(1946), ‘이창’(1954), ‘현기증’(1958) 같은 대표작이 쏟아져나오던 1950년대 말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변함없었다. 그런데 60년대 들어 변화가 …
20160831 2016년 08월 29일 -
한국형 재난에서 느끼는 현실적 공포
운전자에게 터널은 달갑지 않은 공간이다. 공기 질이 바뀌어 열린 창문을 닫는 수고를 해야 한다. 터널 내 사고는 무척 위험하다는 사전지식이 공포를 준다. 그래도 터널에 들어가면 금세 나오기 마련이어서 이런 불쾌와 불안은 몇 분을 넘…
20160824 2016년 08월 19일 -
마일스 데이비스에 대한 헌정
‘마일스’는 재즈 음악계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기영화(Bio-Pic)’다. 아마도 재즈 팬에겐 데이비스에 관한 영화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일 테다. 음악가 관련 전기영화는 수없이 만들어졌지만, ‘재즈의 왕’이라 불…
20160817 2016년 08월 12일 -
왠지 익숙한 오합지졸 휴먼스토리
2009년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가 성공을 거뒀다. 의외였다. 지금이야 흥행 보증 배우로 성장했지만 당시엔 하정우, 김지석 같은 주연 배우들이 미약해 보였고, 동계 스포츠를 소재로 한 점도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게다가 스피드스…
20160810 2016년 08월 05일 -
철학 교수가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를 꿈꿀 때
코미디영화 전문인 우디 앨런 감독은 간혹 범죄영화를 만든다. 웃음기는 거의 빼고, 범죄의 속성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누가 범죄자인가 하는 점이다. 그 부분에 우리 사회의 모순이 압축돼 있어서다. 우디 앨런 식 범…
20160803 2016년 07월 29일 -
처절함의 끝에서 만나는 삶의 재건축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람들이 참 잘 운다. 가족이 죽는 것 같은 극단적 불행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오열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이 곁에 나쁜 사람도 많고 좋은 사람도 많다. 그런데 실제 그런 일이 우리 삶에서…
20160727 2016년 07월 25일 -
’ 바흐의 피아노가 새소리처럼 들릴 때
퍼시 애들론 감독의 영화 ‘바그다드 카페’(1987)에선 두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서로를 처음 본다. 독일인 관광객 야스민(마리안네 제게브레히트 분)은 여행 중 남편과 심하게 다툰 뒤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사막이나 다름…
20160720 2016년 07월 19일 -
남편의 죽음에 대한 질문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거듭 물어보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다. 그는 이미 내 곁에 없으니까, 아니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 어느 날 선로를 따라 걷던 그 남자는 기차가 다가오는 것을 알았지만 피하지 않고 내리 걷다 세상을 떠나고…
20160713 2016년 0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