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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상상력으로 그린 네루다의 삶
칠레의 중견 감독 파블로 라라인은 지난해 독보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전기영화 두 편을 동시에 만든 것이다. 재클린 케네디가 주인공인 ‘재키’, 칠레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주인공인 ‘네루다’다. 특히 ‘네…
20170517 2017년 05월 15일 -
죄의식, 안티고네, 세월호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는 늘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만든다. 어쩌면 당연한 문제를 잊거나 무시하는 우리의 ‘편리한’ 망각과 이기주의를 되비추기 때문일 테다. 아이(자식)들이 방기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에 대한 무시(…
20170503 2017년 05월 02일 -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의 위협
자율주행차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천재 과학자의 꿈으로나 여겨지던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새 실용화 직전 단계까지 발전했다. 전면적 자율주행은 아니더라도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아도 되는 크루즈 같은 자율주행 기능은 이미 여러 자동차에…
20170426 2017년 04월 25일 -
마이클 래드퍼드 감독의 ‘일 포스티노’
최근 국내에서 20여 년 만에 재개봉한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우편배달부 역을 맡은 배우 마시모 트로이지는 원래 연출과 연기를 병행했다. 그는 난니 모레티, 로베르토 베니니와 더불어 1980년대 ‘이탈리아의 신세대 트로이카’ 가운…
20170419 2017년 04월 17일 -
역사를 움직인 진짜 보통사람은 어디 갔나
언제부터인가 ‘보통사람’이라는 말은 정치적 문구로 기억된다. 한 정치인이 이 구호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한 역사 때문일 테다. 하지만 보통사람은 이렇게 소비되기엔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단어다. 과연 어떤 사람이 보통사람일까. 한 시대…
20170412 2017년 04월 12일 -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여자의 일생’ “인생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은 원제목이 ‘일생(Une Vie)’이다. 제목에 여성, 남성에 대한 제한이 없다. 곧 모파상은 보편적인 삶의 단면을 그리려 했다. 그런데 영미권에 이 책이 번역되면서 제목에 ‘여자’…
20170405 2017년 04월 04일 -
가족다움, 엄마다움
모든 가족은 소설이나 영화 소재가 될 수 있다. 비밀 없는 가족이 없고, 부끄러운 일 하나쯤 가지지 않은 가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가 가족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잭 니컬슨처럼 누나인 줄 알았던 여자가 엄마인 …
20170329 2017년 03월 28일 -
아버지의 울음, 딸의 절규
가족관계의 붕괴는 멜로드라마가 자주 다루는 주제다. 가족관계는 가치관 차이나 현실적인 경제 문제로 위협받곤 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혈연관계를 무너뜨리는 제도적 원인을 성찰케 하는 게 멜로드라마의 사회적 미덕이다. 멜로드라마가 일반…
20170322 2017년 03월 17일 -
신의 침묵, 인간의 믿음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의 절창 ‘님의 침묵’은 부재하는 임의 존재를 침묵 속에서 찾는 시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임. …
20170315 2017년 03월 13일 -
너무나 편안한 퀴어 영화
‘문라이트’는 흑인 남성 동성애자의 성장기를 다룬 ‘퀴어 영화’다. 일부 관객으로부터는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성적 소수자의 사랑 이야기다. 게다가 남자의 사회적 조건은 계급(최하층), 인종(흑인), 주거지역(흑인 집단 거주지) 등…
20170308 2017년 03월 03일 -
지옥 같은 전장에서 빛난 신념의 힘
핵소(Hacksaw) 고지는 일본 오키나와 마에다 고지의 절벽이 마치 날카로운 톱 모양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미군은 오키나와를 점령하면 일본을 점령하는 것이고 지긋지긋한 전쟁도 …
20170301 2017년 02월 27일 -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들을 때
영화 제목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미국 북동부의 작은 어촌 이름이다. 아름다운 바다, 조그만 항구, 고기잡이배, 그리고 갈매기가 어우러진 평화로운 마을이다. 배에선 삼촌이 어린 조카를 상대로 “무인도에 간다면 아빠와 나 가운데 …
20170222 2017년 02월 17일 -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생활의 권리
진짜 어른은 고향에 연연하지 않는다. 고향에만 머물고 싶어 한다면 그는 여전히 아이거나 자기 자신이 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영화 ‘스노든’의 마지막 장면, “스노든은 어떻게 될 것이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꽤나 책임 있어 보이는 자가…
20170215 2017년 02월 13일 -
신화를 만드는 방법
‘재키’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아내 재클린(재키)의 가장 극적인 날들을 소환한다.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벌어진 대통령 암살 사건부터 25일 장례식까지 나흘간 이야기다. 케네디 암살 사건은 대중매…
20170208 2017년 02월 03일 -
위반의 사랑, 위반의 예술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나파밸리(Napa Valley)는 세계 최고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특히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전 세계 와인 애호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
20170118 2017년 01월 13일 -
순수하면서도 강력한 유년의 기억
한때 우리는 간밤에 꾼 꿈 때문에 하루 종일 설레곤 했다. 또 이유를 알 수 없는 악몽 때문에 불안해하던 적이 있고, 아직은 금기시되던 어른의 사랑을 꿈에서 경험하며 남몰래 흥분과 죄책감을 맛보기도 했다. 그랬다. 한때였다. 어느 …
20170111 2017년 01월 09일 -
뮤지컬, ‘카사블랑카’, 움베르토 에코
‘라라랜드’는 오랜만에 발표된 뮤지컬 장르 영화다. 노래하고 춤추는 환상성이 늘 존중받을 수 없듯, 뮤지컬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래에 대한 낙관이 약화되자 그 영향력도 꺾였다. 뮤지컬 영화의 정점은 MGM에서 ‘사랑은 비를 …
20170104 2016년 12월 30일 -
퀸카의 비밀, 씁쓸한 현실의 맛
영화 ‘졸업반’ 앞에 붙는 홍보 문구다. 하지만 ‘졸업반’은 우리가 생각하는 졸업반의 낭만 정반대 편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졸업반’의 낭만은 어떤 것일까. 다시 못 볼 것을 마음 아파하며 급우나 은사님과 뜨거운 포옹을 하는 것? …
20161228 2016년 12월 23일 -
졸라의 현실주의, 세잔의 이상주의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작가 에밀 졸라와 후기인상주의 회화의 선구자 폴 세잔의 우정에 대한 기록이다. 소년 졸라가 세잔이 살던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로 이사하면서 두 예술가의 평생 인연은 시…
20161221 2016년 12월 19일 -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허구
영화 ‘부산행’이 10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은 원동력 중 하나는 ‘허구’였다. 시체가 벌떡 일어나 뛰고, 넘어지고, 사람을 공격하는 건 허구다. 무섭긴 하지만 ‘부산행’은 메타포이며 알레고리였기에 안전한 위험이었다. 그런데 영화…
20161214 2016년 1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