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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평범, 한 남자의 두 가지 삶
비치 보이스는 여름 밴드다. 지금도 여름이 되면 어디선가 히트곡 ‘서핑 USA’가 흘러나온다. 출렁이는 파도와 청춘의 싱그러움이 단박에 느껴지는 대단히 경쾌한 곡이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비치 보이스는 전설적인 밴드가 되기에 충분하…
20150810 2015년 08월 10일 -
100년 전 유럽 중산층의 어두운 속살
일기, 그리고 하녀. 이 두 가지 보통명사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긴다. 일기라는 것은 일종의 고백을 전제로 한다. 하녀라는 명사는 어떤가. 김기영 감독이 연출한 우리 영화 ‘하녀’와 그것의 리메이크 작인 전도연 주연 임상수 연출의 ‘하…
20150803 2015년 08월 03일 -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질 때
셰익스피어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은 짝짓기 소동을 그린 코미디다. 주인공들은 요정의 마법에 걸려 연인을 혼동하다 나중에야 겨우 제짝을 되찾는다. 한바탕 소동은 한여름 밤을 배경으로 진행되고, 그래서 여름이면 더욱 사랑받는 작품이다…
20150727 2015년 07월 27일 -
치밀한 구성과 상상력, 베테랑 배우들의 완벽한 조화
살면서 너무 큰일은 만나지 않는 게 좋다. 일가족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것 같은 일 말이다. 신문 사회면의 주인공이 되는 건 누군가에게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일이 되면 단순한 기사가 아니다. 아무와도 …
20150720 2015년 07월 20일 -
페미니스트 흡혈귀의 당당한 로맨스
영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는 여름이면 자주 만나는 호러물이다. 여성 뱀파이어가 주인공이고, 화면에는 종종 피가 튄다. 하지만 일반적인 호러영화처럼 오싹할 정도로 무섭진 않다. 오히려 보기에 따라서는 감상적이기도 하다. ‘트와…
20150713 2015년 07월 13일 -
의미는 좋은데 만듦새가 좀…
영화 ‘소수의견’은 손아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즉 애초부터 픽션이다. 장르를 나누면 법정영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낯설게 느껴지는 법률용어와 법정 상황을 꽤 이해하기 쉬운 수준에서 전달하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20150706 2015년 07월 06일 -
바이런과 셸리를 위한 진혼곡
사람들이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무엇을 꿈꿀까. 영화 ‘트립 투 이탈리아’의 주인공들에 따르면 ‘아름다운 경치, 와인, 음식, 그리고 여인(사랑)’이다. 코미디 배우인 두 남자 스티브(스티브 쿠건 분)와 롭(롭 브라이든 분)은 영국 …
20150629 2015년 06월 29일 -
범죄 영화에서 만나는 진한 휴머니티
실화 소재라 질릴 만도 하다. 김윤석이 형사라니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김윤석이야 누가 뭐래도 한국 최고 연기파 배우지만, 형사 역이라니. 은퇴 형사라고는 해도 ‘추격자’에서 이미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고, ‘거북이 달린다’에서 지…
20150622 2015년 06월 22일 -
히피세대, 히피문학의 향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2014년작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현대 미국 문학의 거장 토머스 핀천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핀천은 꿈, 환각, 정신병이 뒤섞인 특유의 문학세계 때문에 영화계에선 각색 불가로 낙인찍힌 작가다. 전형적인 히…
20150615 2015년 06월 15일 -
쓰레기 더미에서 길어 올린 희망의 증거
아이는 눌러도 자란다. 일본 소설가 사카구치 안고가 한 말이다. 아이는 우려보다 강하고 생각보다 위대하다. 아이처럼만 살아간다면 굳이 성문법이 필요 없을지 모른다. 윤리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고, 도덕을 겁낼 줄 알기에 아이들만 있…
20150608 2015년 06월 08일 -
패션 천재의 순수한 사랑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은 천재다. 말 그대로, 재능을 그냥 타고났다. 모차르트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신기(神技)를 드러냈다.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성장한 그는 10대 초반부터 각종 그림대회, 디자인대회에 참가했고 거의 매번 1…
20150601 2015년 06월 01일 -
강렬한 이미지의 폭풍, 거장의 귀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매드맥스’를 만들었던 조지 밀러 감독의 복귀작이다. ‘매드맥스’는 1979년 겨우 40만 호주달러로 만든 저예산 영화였다. 좀 더 실감나게 설명하면, 당시 주연 멜 깁슨의 개런티가 고작 21호주달러였…
20150526 2015년 05월 26일 -
로마의 찬가, 로마의 데카당스
도시가 간혹 주인공을 제치고 영화 주역을 차지할 때가 있다. 이를 테면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고전 ‘로마의 휴일’(1953) 같은 경우다. 아름다운 스타들의 사랑 이야기도 매력적이지만, 그 사랑의 배경인 로마의 빼어난 자태는 영원히…
20150518 2015년 05월 18일 -
웃기지만 진부한 한국식 로맨틱 코미디의 맛
격차가 커야 맛이 난다. 로맨스의 주인공들 말이다. 가장 보편적인 격차는 사회, 경제적 지위 차이다. 대개 남자는 어마어마한 기업의 상속자고, 여자는 가난한 집안의 외동딸 혹은 장녀다. 성격차도 있다. 이때 성격은 경제력과 반비례하…
20150511 2015년 05월 11일 -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이다’
폴란드 영화 ‘이다’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지난해 소개된 뒤 사진 작품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흑백 화면과 진지한 주제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어찌 보면 형식은 대단히 단순한 ‘로드무비(Ro…
20150504 2015년 05월 04일 -
내가 나를 잊어도, 나는 나일까
프랑스 철학자 레지스 드브레는 ‘죽음은 곧 부재’라고 했다. 죽는 것은 변하는 것이고 사라지는 것이다. 따뜻한 온도를 지녔던 몸이 차가워지고 말랑말랑했던 피부가 딱딱하게 굳는다. 이내 참기 힘든 냄새를 풍기며 천천히 부패한다. 그리…
20150427 2015년 04월 27일 -
거장을 휘감은 베토벤의 고독
마이크 리 감독은 영국 리얼리즘의 노장이다. 영국 리얼리즘은 특별히 ‘키친 싱크 리얼리즘’(Kitchen sink realism)이라고 부른다. 집 부엌이 사람의 존재 조건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소라 보고, 바로 그 장소를 영…
20150420 2015년 04월 20일 -
사랑의 주관성, 상처의 단독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외로운 영혼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모든 외로운 영혼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비틀스의 노래 ‘Eleanor Rigby’는 외로운 영혼에 대한 노래다. 영화 ‘엘리노어 릭비 : 그남자 그여자’(엘리노…
20150413 2015년 04월 13일 -
시민의 죽음, 세례 요한의 순교
한 편의 영화 안에는 책, 그림, 오페라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가 공존합니다.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 ‘영화와 오페라 : 매혹의 아리아, 스크린에 흐르다’ 등을 쓴 한창호 영화평론가가 이번 주부터 장르를 넘나드는 새로운 …
20150406 2015년 04월 06일 -
디즈니판 실사로 만나는 재투성이 공주님
‘신데렐라’는 세상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 중 하나다. 오죽하면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용어까지 생겼을까. 최근에는 남자 잘 만나 팔자 바꾼 여자를 지칭하는,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먼 이름으로도 널리 쓰인다. 신데렐라가 여…
20150330 2015년 0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