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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과 권위주의 건축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1970년 작 ‘순응자’는 파시즘 비판 영화 목록에서 빠짐없이 거론되는 걸작이다. 30년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이 한창 위세를 떨칠 때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체제에 순응해가는지를 예리하게 그려…
20160113 2016년 01월 12일 -
필요와 이유로 지탱되는 어른들의 세계
연말연시다. TV에서는 매일 무엇인가를 기념하고 축하한다. 영화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워낙 성수기다 보니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무난하고 보편적인 이야기가 넘쳐난다. 특별히 개성적이거나 대단히 전문적인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20160106 2016년 01월 06일 -
‘감시’에 순응하는 사람들
에드워드 스노든은 21세기 대표적인 내부고발자다. 2013년 6월 홍콩에서 그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이 테러리즘과 관계없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전부터 안보 관련 국가기구…
20151230 2015년 12월 29일 -
120억 영화의 허약한 결말
산에 왜 오를까. ‘거기 산이 있어서’라는 게 아마도 가장 유명한 답일 것이다. 영화 ‘히말라야’에는 ‘산쟁이’라는 은어가 등장한다. 산을 좋아하다 못해 산에 미쳐 생애 전부를 걸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런 식이다.…
20151223 2015년 12월 22일 -
‘돈 조반니’에게 보내는 애도
최근 재개봉한 밀로시 포르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는 35세에 요절한 작곡가 모차르트의 사인(死因)에 의문을 품으며 시작한다. 다시 봐도 흥미로운 점은 합스부르크가의 궁정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질투심 때문에 모차르트를 과로로…
20151216 2015년 12월 15일 -
스크린에서 확인하는 고전의 힘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파멸적인 작품이다. 가장 동정받지 못할 주인공도 바로 맥베스일 것이다. 적어도 햄릿은 복수를 꿈꾸는 데 정당함을 가졌고, 리어는 나이 때문이라는 핑계가 있으며, 오셀로는 이아고라는 간…
20151209 2015년 12월 07일 -
좌충우돌 신입과 베테랑 부장의 열정 ‘케미’
‘열정 페이’라는 말에서 열정은 절대 긍정적인 어감이 아니다. 열정을 빌미로 청춘의 에너지를 끌어다 써버리는 기성세대를 꼬집는 표현이니 말이다. 사실 열정은 ‘갑’의 횡포를 감싸는 그럴듯한 포장일 때가 많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
20151202 2015년 12월 02일 -
첩보 액션 영웅이 사라진 시대
‘007’은 브랜드다. 스파이영화의 어떤 전형이자 역사인 동시에 일종의 상징이기도 하다. 007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BMW 승용차와 오메가 시계 같은 상품, 한쪽 무릎을 굽히며 총을 쏘는 첫 장면, 그리고 주인공 본드 옆에…
20151123 2015년 11월 23일 -
실내악으로 위무받는 죽음의 운명
영화 ‘더 랍스터’는 그리스 중견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패러디 드라마다. 가상 미래를 배경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하는데, 이곳에서 성인은 반드시 커플을 이뤄야 생존할 수 있다. 만약 혼자가 되면 수용소 같은 곳에 들어가 45일 …
20151116 2015년 11월 16일 -
분위기로 압도, 한국 오컬트의 새로운 성취
‘내 인생의 영화’를 꼽는다면 그중 하나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다. 고백하자면 내가 가장 무섭게 본 영화이기도 하다. 이 고백에 벌써 피식 비웃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고작 조그만 소녀를 영화 기술로 들썩이게 만들고…
20151109 2015년 11월 09일 -
무기력한 세상을 향해 겨눈 총구
배우 출신 감독인 토미 리 존스의 ‘더 홈즈맨’은 ‘집으로 데려다주는 사람(homesman)’에 관한 웨스턴(서부영화)이다. 보통 웨스턴은 동부 문명을 야만의 서부로 전파하는 드라마인데 ‘더 홈즈맨’은 그 방향이 역전돼 있다. 꿈을…
20151102 2015년 11월 02일 -
정치를 넘어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온 난민 이야기
삶의 질감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나의 삶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긴다. 바닷가에 떠밀려온 어린아이 시신이 세상을 움직였다고 하지만, 전혀 다른 대륙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난민 문제는 여전히 먼 일이다. 인간이 가진 공감력은 …
20151026 2015년 10월 26일 -
푸치니 오페라와 멜로드라마의 만남
미국 뉴욕을 대표하는 감독으로는 우디 앨런이 가장 유명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문제작을 거의 다 뉴욕에서 만들었다. ‘맨해튼’(1979)이 대표적이다. 앨런이 묘사하는 뉴욕은 중산층이 주로 사는 맨해튼 센트럴파크 부근이다. 제임스…
20151019 2015년 10월 19일 -
바로크 정물화 같은 애도 일기
난니 모레티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일관된 예술 스타일을 유지한 감독)다. 칸영화제의 단골 초대 감독이고, ‘아들의 방’(2001)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도 받았다. 이탈리아 사회의 관습을 풍자하는 모레티의 코미디는 유머와 …
20151005 2015년 10월 05일 -
배꼽 잡는 코미디부터 숭고한 휴먼스토리까지
인간의 정서를 두고 오욕칠정, 희로애락이라는 표현을 쓴다. 다섯 가지 욕망과 일곱 가지 감정이란 뜻이다. 재물을 원하고, 명예를 탐하고, 먹고 싶고, 자고 싶고, 성적인 대상을 그리워하는 것. 이 다섯 가지 욕망은 우리 삶을 고단하…
20150921 2015년 09월 21일 -
사람이 주는 고통, 사람이 주는 치유
소중한 것의 가치는 생각보다 작게 여겨진다. 손을 뻗으면 닿는 문고리,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가구처럼 별 것 아닌 듯 대하기 쉽다. 사람 역시 일상의 영역에 포함되는 순간 소중함을 잊곤 한다. 특히 가족이 그렇다. 민병훈 감독의…
20150914 2015년 09월 14일 -
윤리적 죄와 법률적 벌의 함수
마티외 아말릭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다. ‘잠수종과 나비’(2007)의 전신마비 작가,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의 악당 역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권위지 ‘르몽드’ 출신 언론인 부모 아래서 태어난 덕분인지, 데뷔 때부…
20150907 2015년 09월 07일 -
직장이라는 이름의 전쟁터, 괴물이 된 사람들
“여기가 전쟁터 같지? 하지만 바깥은 지옥이야.” 어느새 직장인의 명대사가 된 ‘미생’의 한 구절이다. 취업준비생에게는 직장이 천국처럼 보이겠지만, 직장인에게 그곳은 전쟁터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마약 삼아 버티는 치욕과 굴욕의 …
20150831 2015년 08월 31일 -
변하지 않은 역사에 대한 진혼 의례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은 1970~80년대 소위 ‘공순이’로 불리던 여성 공장노동자들에 주목한 다큐멘터리다. 한쪽에선 멸시와 착취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또 한쪽에선 ‘산업역군’이라는 무의미한 수사(修辭)가 반복될 때다. 화면은…
20150824 2015년 08월 24일 -
매일매일 바뀌는 ‘내 남자’의 1000가지 매력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고들 한다.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실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가치를 버릴 용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다섯 살 아이…
20150817 2015년 08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