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궤도를 이탈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세 사람의 현역 군인이 병영을 이탈한다. 그렇다고 영화 ‘탈주’가 탈영병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세 사람이 도망친 곳은 단순히 부대가 아니라, 군대로 제유(提喩)되는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세 명의 군인이 뛰쳐나온…
20100830 2010년 08월 30일 -
악마와 싸우다 악마를 닮다
한 여자가 눈 오는 날 살해당한다. 참혹한 살인이다. 인간의 몸이 고깃덩어리가 되는 순간이며,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다. 살인마는 늘 천사 모양의 날개를 단 백미러로 세상을 훔쳐본다. 약혼녀를 잃은 사내는 장례식장에서 주먹을 부르르…
20100823 2010년 08월 23일 -
자식은 그렇게 부모 곁을 떠나는 거야!
세상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족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부모 없는 아이는 부모가 있기만을 바랄 것이고,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는 좀 더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면 하고 생각해봤을 것이다. 사실 어떤 가정에서 태어난들 …
20100816 2010년 08월 16일 -
외로운 아이 눈에 스쳐가는 공포
외로운 아이는 무엇이든 보고, 무엇이든 듣는다. 아홉 살 리사는 어느 날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남긴 대저택에서 유령을 만난다. 바로 엄마의 쌍둥이 여동생 카렌. 리사는 낡은 가방 속에 든 엄마 일기장에서 카렌을 죽이고 싶다는 엄마의 …
20100809 2010년 08월 09일 -
꽃미남 원빈, 감성 액션 신고식
‘아저씨’는 무척 ‘쎈’ 영화다. 일단 캐스팅이 세다. ‘우리 형’ ‘마더’ 같은 작품에서 변신과 변모를 시도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 원빈 하면 커피광고 속의 꽃미남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점에서 ‘열혈남아’(2006), ‘굿바…
20100802 2010년 08월 02일 -
중력의 법칙 어긴 초현실주의 화면
생각을 훔치는 도둑, 돔 코브. 그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내는 특수 보안요원이다. 미래 사회의 유망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이 일을 하면서 코브는 아내도 아이들도 모두 잃었다. 우연한 사고로 국제적인 수…
20100726 2010년 07월 26일 -
평범한 인간에 숨어 있는 살인 본능
사람의 영혼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 영화 ‘킬러 인사이드 미’는 관객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킬러 인사이드 미’는 1952년에 출간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조금은 복고적이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시작…
20100719 2010년 07월 19일 -
하얀 정직 뒤에 숨은 잔혹한 진실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은 영화 미학적으로는 독일인의 사회학적 초상을 찾아 평생을 헤맸던 아우구스트 잔더의 흑백사진에 빚을 졌다. 또한 철학적으로는 에리히 프롬, 라인홀트 니부어, 하버마스 등 전체주의 폭력의 역사적 기원…
20100712 2010년 07월 12일 -
‘어떻게’ ‘왜’… 스릴러 질문의 뒤집기
영화 ‘이끼’는 윤태호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이끼’는 인터넷 연재라는 매체의 변화를 받아들여 스크롤 리듬에 맞춰 새로운 스릴을 창조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가로로 읽는 만화의 스토리 전개를 세로의 리듬에 맞춰 …
20100705 2010년 07월 05일 -
뉴욕 문명 등지고 불편하게 사는 법
뉴욕에서 역사 저술가로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아내는 잡지 ‘비즈니스 위크’에 글을 기고하고, 둘은 세 살짜리 딸을 키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남자가 엉뚱한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1년을…
20100628 2010년 06월 28일 -
1인 3역 김명민의 연기 본색
세상이 흉흉하다. 우리 딸들은 학교에 가다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입고, 혹은 학교에 도착해서도 자신을 향해 내뻗는 음험한 손길을 피하지 못한다. 세상은 원래 험악한 곳이라지만 최근의 뉴스를 보고 있으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
20100621 2010년 06월 21일 -
섹시한 연애담, 발칙한 도발
이야기꾼이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본은 ‘춘향전’이지만, 김대우 감독은 ‘방자’하게도 그것을 이몽룡의 몸종인 ‘방자전’의 이야기로 비틀고 눙친다. 춘향은 팜므파탈에 가깝고, 몽룡은 영혼을 판 출세주의자다. 묵직…
20100614 2010년 06월 14일 -
한 번 실패하면 끝장 … 영화감독 잔혹사
“나도 한참 밀리는 중이겠죠.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50대 감독이 5명이나 될까 싶어요. 예술가의 수명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의 예술적 깊이가 얕다는 겁니다. 곽지균 감독의 자살을 개인의 죽음으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닌 거…
20100614 2010년 06월 14일 -
달라진 패밀리 ‘의리’는 어디 갔나?
2010년에 다시 ‘대부’를 보는 것은 복고풍 의복을 체험하는 기분과 유사하다. 우리는 이미 말런 브랜도의 불룩 내민 턱과 낮게 깔린 음성을 알고 있다. 1970년대 관객에게는 새로운 말런 브랜도이자 일종의 특수효과였겠지만, 201…
20100607 2010년 06월 07일 -
한국과 일본 유쾌한 소통 가능하네
아내의 정부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강릉까지 택시를 대절한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쿄에서 서울로 ‘고’를 외치는 남자가 나타났다. 4인조 밴드 리드보컬이자 도쿄타워 밑에서 라멘집을 하는 료는 비행기 공포증으로 고생하고 있…
20100531 2010년 05월 31일 -
우린 다 그렇고 그런 속물 아닌가
속물과 ‘안’ 속물의 차이는 뭘까? 영화 속에서 불륜녀를 하나씩 옆자리에 두고 두 남자가 이 주제에 대해 설전을 벌인다. “저 거지의 옷을 벗기고 나면, 그래도 저 사람이 거지일까?” “너, 그렇게 인생 복잡하게 살지 마. 넌 꼭 …
20100524 2010년 05월 24일 -
욕망의 서스펜스? 현대판 궁중사극?
하녀는 주인이 남긴 음식을 먹는다. 예나 지금이나 그렇다. 그러나 음식을 담은 접시는 밥찌꺼기가 아니라, 와인의 붉은빛과 스테이크의 기름기로 번들거린다. 하녀들의 신상도 ‘막장’은 아니어서 늙은 하녀는 검사 아들을 뒀고, 젊은 하녀…
20100517 2010년 05월 17일 -
묻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운가요?
모든 훌륭한 예술작품은 생의 아이러니를 표현한다. 이창동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 ‘시’ 역시 그렇다. ‘시’에는 단순히 대답으로 환원할 수 없는, 생의 아이러니가 가득 들어차 있다. 그래서 보는 내내 먹먹하고, 보고 나서도 한동안 …
20100510 2010년 05월 10일 -
세상 바꾸려는 사내들의 한판 승부
칼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메스’라 불리는 수술용 칼은 인간에게 생명을 주지만, ‘검’과 ‘도’라 불리는 칼은 목숨을 빼앗는다. 여기, 그 칼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내들이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두 사람이 꿈꾸는 칼…
20100503 2010년 05월 03일 -
외딴집 작가의 원초적 스릴러
우리가 생각하는 작가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줄담배, 커피중독자, 신경쇠약 직전의 날카로운 언행…. 백지를 앞에 두고 전전긍긍하며, 감정의 기복이 심해 작가라는 꼬리표를 떼고 보면 영락없이 어딘가 문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
20100504 2010년 04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