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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싸우다 폭력에 물들다
처음부터 영화 제목이 궁금했다. 허트 로커(Hurt Locker), 직역하면 상처 가득한 사물함. 미군 속어로는 ‘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남겨주는 어떤 것’이란 뜻이란다. ‘허트 로커’는 제목처럼 영화 중반부까지 참을 수 없는…
20100427 2010년 04월 20일 -
욕구불만 세상 행복한 표류기
‘공기인형’은 예쁜 이름과 달리 남성의 성욕 배출을 위해 만들어진 섹스기구를 뜻한다. 간혹 코미디 영화에서 보았던 희극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그 인형 말이다. 배두나 주연의 영화 ‘공기인형’은 이 에어돌에 대한 이야기다.고레에다 히…
20100420 2010년 04월 15일 -
교실이 변해야 교육이 변한다
‘뭐, 이렇게 정교하게 연출한 영화가 다 있지?’ 영화학자인 남편과 영화평론가인 내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보는 방법이나 영화에 대한 감수성이 극과 극인 우리 부부가 이 영화의 촬영 기법에서만큼은 의견이 일치했다. 로랑 캉테 감독의…
20100413 2010년 04월 08일 -
정신 좀 차려라, 천박한 속물들아
이웃집 남자는 그저 그런 사람이다.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아들을 두고 있으며, 벌이도 제법 쏠쏠하다. 이 남자의 관심사는 오직 돈과 여자. 그것도 사실 평범하다. 우리 옆집에 사는 중년 남성 가운데 돈과 여자에 관심 없는 이가 과연…
20100406 2010년 03월 31일 -
가슴 시린 멜로? 어설픈 치정극?
‘누구예요, 당신?’ 정체성 혼란에 관한 영화의 단골 클리셰는 ‘쌍둥이’ 혹은 ‘도플갱어’인 주인공을 내세우는 것이다. 그건 ‘올드보이’의 ‘넌 누구냐?’와는 또 다른 플롯의 꽈배기와 반전 속에서 인간 내면의 다중성도 즐길 수 있기…
20100330 2010년 03월 23일 -
그래도 희망은 살아 있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어둠의 아이들’은 르포와 다큐멘터리 중간쯤에 놓인 극영화다. 결론적으로 ‘극영화’이니 아무리 사실적 사건이거나 재현이라 할지라도 필름에 담긴 이상 허구다. 아니, 어쩌면 관객들은 ‘어둠의 아이들’을 보며 영화…
20100323 2010년 03월 17일 -
아랍인, 감옥에서 인생을 배우다
한 소년이 첫 번째 살인을 명령받았을 때는 부들부들 손을 떨었지만, 두 번째 살인 지령 때는 자신만의 지략으로 조직의 보스가 된다. 남들은 학교에서 인생을 배울 기간인 6년 동안 아랍인 말릭은 감옥에서 인생을 배운다. 자크 오디아르…
20100316 2010년 03월 10일 -
마일리지 쌓는다고 인생이 좋아질까?
이 남자 쿨하다. 1000만 마일리지를 쌓는 것이 목표인 그는 기내 반입용 여행가방 하나에 자신의 삶을 압축한다. 갈아입을 옷, 서류, 세안도구 정도가 전부인 이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소지품은 바로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VIP 컨시어…
20100309 2010년 03월 04일 -
“게이, 커밍아웃” 외친 용감한 우유 씨
Thanks Harvey! 미국 샌프란시스코 카스트로 거리에는 무지개색 국기(게이들의 심벌임. 여러 가지 색깔을 모두 포용한다는 뜻)들이 붙어 있는 가운데 ‘고마워, 하비’라는 표어가 유독 눈에 띈다. 하비 밀크. 이 미스터 우유 …
20100302 2010년 02월 24일 -
운명 따라 돌고 도는 인생
영화의 특성상 당대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조폭 코미디가 유행할 무렵이면 조폭 마누라도 등장하고, 조폭이 학교에도 가고, 아버지가 조폭이 되기도 한다. ‘과속스캔들’이 성공한 이후 가족 코드에 웃음을 가미한 영화가 많아진…
20100216 2010년 02월 11일 -
고단한 노동자에게 온 ‘아기천사’
프랑스의 악동 감독, 프랑수아 오종은 죽었다. 배신, 질투, 동성애, 살인 등 인간의 독버섯 같은 욕망을 다뤘던 오종은 이제 없다. 오종의 신작 ‘리키’는 그가 맹렬히 비난하던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따뜻이 감싸며 스릴러와 판타지를 넘…
20100209 2010년 02월 04일 -
의리가 얼어 죽었다고 누가 그래!
이번에도 아버지다. 게다가 이혼남으로 사회도 몰라주고 아내도 몰라준다. 누구 이야기일까? 바로 배우 송강호 얘기다.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의형제’는 자신이 전부라고 믿었던 체제에 배신당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남자,…
20100202 2010년 01월 27일 -
깨물어주고 싶은 풋풋한 사랑
기이하게도 요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대세 중 하나는 남자들이 실연의 상처에 더 아파하고 목을 맨다는 것이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존 쿠색이나 ‘키핑 더 페이스’의 에드워드 노튼처럼, 톡톡 튀는 배경음악에 실연당한 남자…
20100126 2010년 01월 21일 -
그래, 내게도 아홉 살 욕망 있었음을
내 정신적 나이는 몇 살일까? 여기, 오십에 가까운 겉모습과 달리 마음속 나이는 아홉 살인 남자가 있다. 아홉 살은 어떤 나이였던가? 엄마의 사랑과 보호가 훈육보다 따뜻했던 시기,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가 엄마의 법이 아닌 세상의 언…
20100119 2010년 01월 14일 -
신나고 에지 있는 삶이란?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팀 버튼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을 때, 전 세계는 ‘포레스트 검프’의 초콜릿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었다. 팀 버튼의 판타지는 ‘인생은 한 상자의 초콜릿’ 같은 은유가 아니라, 정…
20100112 2010년 01월 06일 -
도술로 찾아온 한국형 판타지 영웅
최동훈 감독은 한국 영화의 장르적 변용을 개척해왔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는 할리우드산(産) 범죄물이나 도박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을 단숨에 한국적 장르영화의 호흡 속으로 끌어들였다. 빠른 화면 전개, 감칠맛 넘치는 대사, 기억…
20100105 2009년 12월 30일 -
빛보다 찬란한 소리의 성찬
13개의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있다. 만듦새는 소박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뭔가가 있는 영화.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거기에 빠져들다 보면 그 평범함 속에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영화.크리스티아노 …
20091229 2009년 12월 23일 -
그녀들의 수다, 실제 혹은 연기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에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배우가 있다. 여배우라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쉽게 가십을 유발한다. 레드카펫 위에서 자태를 뽐내며 여신 대접받던 여…
20091222 2009년 12월 18일 -
달 채굴 기지에서 만난 클론
달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 다 벗겨졌는데도 영화 ‘더 문(The Moon)’ 속의 달 기지는 신비롭다. 100분 내내 모든 장면에 배우 샘 록웰이 혼자 나와 자신의 탄생에 대한 비밀을 벗겨가는 미스터리한 구조인데도 영화는 흡인력 만…
20091215 2009년 12월 10일 -
악덕 기업가 양심불량 딱 걸렸어!
한동안 한국 문화에는 ‘팩션’이 유행이었다. 물론 지금도 ‘선덕여왕’을 비롯해 한국의 스토리텔링에서 팩션이 우세종은 확실하지만 말이다. 대개 팩션은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보탠다. ‘신윤복이 여자였더라면’이라는 가상에서 출발한 ‘미인…
20091208 2009년 12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