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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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지 말라, EXO 열풍을

정규 1집 앨범 연내 100만 장 전망… SM 욕망과 한류가 만든 결과물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nar75@naver.com

    입력2013-11-11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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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놀라지 말라, EXO 열풍을
    9월 4일 SM엔터테인먼트는 12인조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정규 1집 ‘XOXO(Kiss/ Hug Ver.)’가 판매량 74만 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앨범 발매 한 달 만의 일이다. 10월 현재는 90만 장을 돌파했고, 이대로라면 연내에 100만 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앨범 판매 100만 장 달성은 적어도 2002년 이후론 처음 있는 일이다. 각종 매체와 관계자들이 엑소에 뜨거운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엔 ‘도대체 왜?’라는 질문과 ‘기쁘다 구주 오셨네!’ 같은 감정이 뒤섞인다.

    ‘100만 장 신화’에는 여러 요소가 개입한다. SM엔터테인먼트가 그동안 쌓아놓은 아시아 팬덤 규모, 그 팬덤이 작동하는 방식, 또한 그 커뮤니티 안에서 앨범 순위나 판매량이 갖는 고유한 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조롱거리도 아니고 가십도 아닌, 분석 대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저런 실적(음반 판매량이나 해외 진출 등)과 음악 생산 방식의 변화(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신현준 교수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음악 생산을 “유럽에서 구입하고 한국에서 만들어 아시아에 판매한다”고 정리한 바 있다), 팬덤 확장(삼촌팬의 등장이 대표적)이 지시하는 것은 오랫동안 ‘음악계 불균형’의 주범으로 여겨지던 아이돌그룹이 이제는 음악산업의 핵심이자 다각도의 관점과 가설을 적용해야 할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한국 음악산업은 제대로 변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그것에 대해 도덕적 가치판단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전에 수행해야 할 것은 이들을 제대로 보는 일이다. 이는 흡사 과학자의 태도와도 비슷한데, 윤리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실험실의 플라스크를 보는 객관적 태도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얘기하자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음악적으로 흥미로운 결과물을 내놓는 곳은 SM엔터테인먼트이고, 엑소는 그 최신 버전이라 할 수 있다.

    12인조 아이돌에 초능력 캐릭터



    혹자는 ‘음악적으로 흥미로운 결과물’이란 말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흥미롭다는 건 SM엔터테인먼트의 음악 생산 방식이 지난 20여 년간 케이팝(K-pop)이라고 부르는 영역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으며, 최근에는 국제적으로도 역할모델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점에서 엑소를 본다면 지금의 인기를 어느 정도 살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엑소는 한국인과 중국인 멤버로 구성됐다. 모두 12명이다. 지금은 그냥 엑소라고 부르지만 데뷔 당시엔 엑소-K, 엑소-M으로 구분했다. 엑소-K는 한국에서, 엑소-M은 중국에서 활동했다. 노래 역시 한국어, 중국어로 나눠졌을 뿐 똑같았다. 그래서 지금 형태를 팬들은 ‘완전체’라고 부른다.

    여기엔 또 다른 콘셉트가 개입한다. 이들은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인데, 각각 다른 능력을 지닌다. 투시 능력, 불과 물을 다루는 능력 등 12개의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 아이돌그룹이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아이돌그룹이 주로 하위문화 커뮤니티와 밀접하게 연관됐음을 이해하면 아주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이런 유치한, 경우에 따라 조롱의 대상이 되기 쉬운 콘셉트는 사실 퍼포먼스와 음악, 스타일링이 모두 밀접하게 연관돼 하나의 맥락을 이루는 아이돌 산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는 하위문화 팬덤 안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2차 콘텐츠의 기반이 되고, 그들을 소비하는 팬덤에 해석과 재해석의 여지를 던지는 화두다. 요컨대 산업 안에서 이런 콘셉트는 단지 유치한 설정을 넘어 시장의 지속적 순환 기틀이 된다.

    종합하자면 엑소는 하위문화 안에서도 현재 핵심적 위치에 있다. 1990년대 아이돌그룹인 H.O.T가 종종 ‘A.C.A(전국아마추어만화동아리연합)전’이나 ‘코믹월드’ 같은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 연합행사에 단골 소재로 등장했던 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2000년 이후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이 행사는 지하의 지하로 스며들어 ‘온리전’이라는 이름의 변형된 행사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특정 아이돌그룹만을 소재로 만화책, 캐릭터 열쇠고리 같은 것을 만들어 소수의 커뮤니티 구성원이 모여 판매하는 행사였다.

    엑소는 이 행사를 대규모로 부활시켰다. 거기에 출품(?)된 상품의 질도 프로페셔널 수준으로 올라갔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만화가 등이 소규모로 참여했고, 행사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문이 빠르게 확산했다. 아이돌 팬덤 안에서 이 행사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기업 처지에서도 이런 행사가 어떤 징후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요컨대 엑소는 아이돌 산업의 기반이 되는 팬덤의 순환을 더 빨리, 더 넓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산업 전체로 관점을 확대할 때 아이폰과 갤럭시가 스마트폰 시장을 급속도로 확장한 것과 맞먹는 정도의 충격이다.

    더 놀라지 말라, EXO 열풍을

    8월 14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과 페루 대표팀의 축구 경기에 앞서 엑소가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아이돌 산업의 전환점

    한편 SM엔터테인먼트 내부의 관점에서 엑소를 볼 필요도 있다. 필자는 이제까지 SM엔터테인먼트는 3번 정도 전환기를 겪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H.O.T와 S.E.S로 국내 및 해외 시장을 겨냥하던 1996년부터 99년 사이다. 이때 이수만 당시 사장은 아이돌그룹과 관련해 여러 논란에 휩쓸렸는데, 그중 가장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것은 립싱크 논란이다. 마침 불거진 음악방송 PD의 성상납 스캔들과 관련해 아이돌 기획사의 윤리가 도마에 올랐다. 그때 아이돌그룹의 립싱크도 함께 언급된 것. 주요 일간지에서 사설이나 특집 기사로 다룰 만큼 파장이 큰 상황에서 이수만 사장은 “립싱크도 장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급기야 문화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연대모임’을 결성하고 정부 부처와 방송국에 압력을 넣어 음악방송에서 립싱크가 폐지됐다. 이때 SM엔터테인먼트는 한 번의 전환점을 갖는데, 그 결과가 보아와 동방신기라고 생각한다. 요약하자면, 라이브 무대와 고강도 퍼포먼스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아이돌의 등장인 셈이다. 이후 한 번 더 전환기를 맞는데, 바로 샤이니의 데뷔라고 본다. 이때부터 SM엔터테인먼트는 말 그대로 ‘엔터테인먼트 그 자체’에 집중하면서 완성도에 집착하는 듯하다.

    여기에는 국제적인 팝 산업과 한국 시장의 변화, 문화산업 분야에서 아시아 시장의 부상,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의 음악산업 개입 등이 교차한다. 그 맥락에서 엑소는 그야말로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욕망을 드러내는 일종의 현상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아이돌그룹은 크레용팝처럼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가 밟아온 역사적 맥락에서 기획자와 작곡자,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상호관계를 맺으며 만들어낸 결과라는 뜻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그룹을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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