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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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첨예한 의견 조율 현역 때 노하우가 큰 자산”

장년창업 성공 CEO 열전 ① 최점수 한국협상전략연구소 대표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2-04-23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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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으로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712만 명에 달한다. 그중 이른 베이비부머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은퇴대란’이 시작되면서 베이비부머 은퇴자의 노후 문제는 사회 이슈로 급부상했다. 노후 준비를 미처 못 한 은퇴자에게 재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다. 평생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한 이들에겐 창업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일찌감치 창업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서울시가 마련한 ‘장년창업센터’를 통해 인생 이모작을 시작한 이들을 만나본다.

    “현직에 있을 때 은퇴를 생각해야 한다. 현업에서 쌓은 노하우 가운데 은퇴 후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다. 취업이든 창업이든 은퇴 이후 준비를 시작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갈수록 도전할 용기도 없어진다.”

    은퇴 후를 미리 내다보고 현업에서 쌓은 풍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업에 성공한 최점수(61) 한국협상전략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협상전략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분쟁 해결과 협상 전문가로 일하면서 협상 관련 강사로도 활동 중인 1인 사업가다.

    건설회사 전무를 끝으로 지난해 1월 퇴임한 최 대표는 은퇴 전부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등 만반의 준비로 미래에 대비했다. 은퇴 후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 대학에서 회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그가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복지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것도, 현재 복지상담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 현실에 부딪히자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 “은퇴 후 신설 복지관에서 관장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서류심사에 통과했다. 경영이 전공 분야인 만큼 복지관 경영을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복지 관련 실무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졌다.”

    첫 실패에서 그가 얻은 교훈은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을 찾자’였다. 고민을 시작한 그는 창업교육과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업체가 마련한 ‘지식창업’ 분야 교육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예전 직장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한 끝에 ‘분쟁 해결’이라는 자신의 과거 주종목에 집중했다.



    200건 넘는 각종 분쟁 조정 경험

    30여 년간 건설업에 종사하고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최 대표는 직장생활 동안 200건이 넘는 각종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한 경험이 있다. 건설회사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경기 파주시의 서원밸리골프클럽 인수를 성공시켜 적은 투자로 회사 자산을 20배 가까이 증대하기도 했다. 회장 이하 전 임원이 “위험 부담이 크다”며 반대하는 인수를 밀어붙이면서 그가 겪은 우여곡절은 적지 않았다. “결정적 어려움은 매도자가 계약서에 서명해놓고도 인수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었다. 매도자의 본심을 알아보니 결국 돈을 더 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계약이 끝난 상태라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대신 매도자에게 평생 회원권과 골프클럽 안에 빌라를 건축할 때 한 채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것으로 잘 마무리됐다. 이렇듯 협상은 기업 인수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대한 요소다.”

    작게는 산업재해 보상에서부터 인수합병(M·A), 기업 간 컨소시엄 같은 대형 분쟁을 처리하면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상품화하기로 결심한 최 대표는 협상 관련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서울시 장년창업센터(이하 센터) 1기생으로 입주했다.

    “창업하려면 협상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소스가 무엇이고, 협상 사례들을 어디서 구할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협상 관련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과정이나 기술에 대해 코치해줄 만한 전문가가 센터에 없다 보니 혼자 알아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다. 완성까지 3개월 걸렸는데, 센터에서 꼭 필요한 전문가 코칭을 받을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협상의 정의, 원칙에 의한 협상, 협상 경험 나누기, 협상 태도 테스트, 협상 실습 등의 커리큘럼을 가진 협상 전문가 양성 교육프로그램은 최 대표의 경험을 토대로 시중에 나온 책을 참고해 개발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면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갈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사자 간 해결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아 협상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다. “법적 소송이 벌어질 수도 있고 영업, 인사, 구매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협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제삼자인 협상 전문가의 소임이 중요하다. 양쪽의 견해를 모두 파악하고 절충점을 찾아내는 일은 실무에서 나온 경험이 아니면 쉽지 않다. 견해 차이는 있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파악하고 해결 노하우를 제시하는 것이 협상 전문가의 소임이다.”

    협상 전문가 직업군 만드는 것이 꿈

    “양쪽 첨예한 의견 조율 현역 때 노하우가 큰 자산”
    한국협상전략연구소 설립 후 최 대표는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 등 세 곳에서 협상 관련 강의를 했다. 3월에는 대기업 등의 직원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강의에 나서기로 했지만, 현재 그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방 기업 두 곳에서 CEO로 근무 중이다. “은퇴 준비를 하면서 법정관리인 교육도 미리 받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법정관리 기업을 경영하는 일에서도 협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채무탕감 등 채권자와 복잡하게 얽힌 일도 협상으로 풀어야 하고, 은행과 해결할 일도 적지 않다. 그뿐 아니라 M·A 협상도 해야 한다. 경영과 협상 역량을 모두 펼칠 수 있는 기회라 현재 그 일에 집중하고 있다.”

    법정관리인이 되면서 센터를 나온 최 대표는 연구소를 자택에 마련했다. 1인 회사다 보니 재택근무를 해도 불편한 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협상 전문가가 개입하는 상황이면 당사자 간에는 불편한 관계로 치달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얼굴을 붉히고 마주 앉았다가 원만하게 해결해 웃으며 헤어지는 사람들을 볼 때 보람을 느끼고 뭔가 해냈다는 자부심도 든다. 다른 사람은 분쟁조정이라면 머리 아파하는데 그 일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상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협상 전문가가 되는 것, 그리고 전문가를 키워 협상 분야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만드는 초석이 되는 것”이다.

    서울시 장년창업센터는

    사업계획부터 자금 융자까지 ‘창업인큐베이팅’


    지난해 8월 문을 연 서울시 장년창업센터(이하 센터)는 창업을 준비 중인 40대 이상 서울시민을 위한 ‘창업인큐베이팅 시설’이다. 지난해 1기로 입주한 250명 가운데 현재까지 창업에 성공한 사람은 136명. 6개월마다 새로운 입주자를 모집하는데 올해 2월 입주한 2기생은 231명이다.

    입주 대상은 만 40세 이상 서울 거주자로, 센터가 마련한 창업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만 자격을 준다. 선발 기준은 사업계획의 충실성과 실현 가능성, 창업자의 의지와 역량, 자금 조달 능력 등이다. 입주자들은 창업활동 공간은 물론 업종별 맞춤형 창업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시중보다 저리로 창업자금 융자도 받을 수 있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에는 창업멘토제, 창업컨설팅, 비즈니스 교류, 마케팅 및 홍보, 사후관리 지원프로그램이 있다. 창업멘토제는 전문 컨설턴트 담임을 통해 정기적으로 개별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창업코치제를 통해 관련 산업에 대한 맞춤상담은 물론 자금, 특허, 법률 등 분야별로 전문가 상담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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