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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발암물질’ 전자파 어찌하오리

안전기준치 논란 있어 발생원에서 떨어지는 게 최선책 임신부와 어린이 특히 취약

‘발암물질’ 전자파 어찌하오리

‘발암물질’ 전자파 어찌하오리

[shutterstock]

전자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전자파에 노출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전자파가 발생하는 장치는 방송이나 통신용 안테나(방송국 및 중계소, 기지국, 선박이나 항공 통신용 송신장치, 인공위성 등), 이동식단말기(휴대전화, 워키토키 등), 레이더, 온열 치료용 의료기기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할 때 발생하는 파동이다. 매질이 없어도 공간을 통해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전파된다. 빛, 엑스(X)선, 적외선, 자외선,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등이 이에 속한다. 또 전자파는 주파수(초당 파동 수) 가 낮은 순서대로 전파(장파, 중파, 단파, 초단파, 극초단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빛),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임신부는 휴대전화 사용 자제해야

에너지가 강한 엑스선, 감마선 등의 위험성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자외선이 피부암 등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도 많은 이가 안다. 최근 전자파 유해성 논란의 대상은 송배전 선로나 가전제품 등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Extremely Low Frequency·ELF)’와 이동식단말기를 사용할 때, 또는 기지국 시설에서 나오는 ‘고주파(Radio Frequency·RF)’다. 이제는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휴대전화도 해당 전자파가 뇌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정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2011년 국제암연구소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라디오파 영역의 전자파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분석해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2B군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납과 휘발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휴대전화 전자파의 발암 가능성은 아직 동물실험에서만 확인된 결과라 인간에게 100%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10년 동안 하루 30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은 뇌에서 발생하는 암의 일종인 신경교종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2004년 역학조사 결과가 있을 따름이다.

임신부가 휴대전화를 자주 쓰면 어떨까. 2008년 ‘역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국 UCLA대와 덴마크 오르후스(Aarhus)대 공동연구팀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출산한 덴마크 여성 1만3159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임신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여성이 낳은 아기는 주의력결핍과 감성장애, 과민성행동 등 심신상 문제가 있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이 낳은 아기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길수록 아기에게 장애가 있을 확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연구팀은 임신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여성이 낳은 아이가 7세 이전에 휴대전화를 직접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심신상 장애를 겪을 확률이 80%까지 높아진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런 아이는 어머니와 본인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은 아이에 비해 감성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25%, 또래집단과 사회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2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민성행동과 행동장애를 가질 확률도 각각 35%, 49% 더 높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연구진 중 일부는 그동안 휴대전화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임신 중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이번 연구에 대한 신뢰성이 더 높아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태아 때 장기간 전자파에 노출될 경우 뇌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 연구 결과들은 휴대전화가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현대인(특히 임신부)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임신부가 피해야 할 항목에 흡연과 음주 외 휴대전화 사용까지 포함되게 된 것이다.



고압송전선로 전자파도 2B군 발암물질

‘발암물질’ 전자파 어찌하오리

7월 14일 수도권에 위치한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에서 군 관계자가 패트리엇 레이더를 가동한 뒤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국방부]

최근에는 도시의 송배전 선로에서 나오는 극저주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심 송배전 선로 인근의 어린이집, 유치원 등이 전자파에 과다하게 노출된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만큼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국가별, 도시별로 제한 기준도 다르다. 전자파 세기를 측정하는 단위는 mG(밀리가우스)인데, 우리나라의 전자파 법적 허용치는 833mG이다. 그런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특정 연구에서는 전자파 세기가 2~4mG만 돼도 어린이 백혈병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암연구소가 고압송전선로 전자파를 2B군 발암물질로 정한 배경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전자파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833mG까지 허용하는 국가도 있어 어떤 기준이 적당한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전자파의 안전기준을 30mG로 하고, 하루 3시간 이하 노출 조건에서는 300mG까지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시민과 전력회사, 전문가들이 함께 적절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자파에 대한 시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삶의 불편이나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전자파 논란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신뢰할 만한 기구를 만들어 시민과 전력회사 간 의견을 조율하고, 나아가 전자파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로선 전자파 노출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자파 발생원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는 것이다. 송배전 선로를 땅에 묻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기 분당시에서는 고압송전탑을 지하 80m 아래에 묻기도 했다. 하지만 적절한 차폐장치를 하지 않은 채 1~2m 깊이 지하에 송배전 선로를 묻은 경우 오히려 높은 전자파가 관측되기도 했다. 따라서 송배전 선로를 지중화할 경우 반드시 적절한 차폐장치를 갖춰야 함을 유념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쓸 때도 전자파에 지나치게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4월부터 휴대전화의 전자파흡수율(SAR) 측정을 의무화했다. 휴대전화 구매 시 전자파흡수율을 확인해 되도록 낮은 제품을 택하고, 하루 3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한쪽으로만 통화를 지속하는 일도 삼가는 게 좋다. 특히 어린이는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자파 피해 가능성도 높아지니 주의해야 한다. 휴대전화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전자제품이지만, 올바른 사용법을 익혀 건강을 지키도록 하자. 




입력 2016-07-29 17:22:20

  • 임종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ekeeper@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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