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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 안개가 만든 뛰어난 품질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한 패밀리 와인즈’

햇살과 안개가 만든 뛰어난 품질

산타루시아 하이랜드(SLH) 포도밭과 한 피노 누아르, SLH 샤르도네, SLH 피노 누아르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엘비와인]

산타루시아 하이랜드(SLH) 포도밭과 한 피노 누아르, SLH 샤르도네, SLH 피노 누아르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엘비와인]

한(Hahn)은 독일어로 ‘수탉’이라는 뜻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Monterey)에 위치한 한 패밀리 와인즈(Hahn Family Wines)의 와인 레이블에도 수탉이 그려져 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와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이들의 시작이 꽤 흥미롭다. 한 패밀리 와인즈를 설립한 사람은 독일계 스위스인 부부 니키 한과 가비 한이다. 기업가였던 니키와 법률가였던 가비는 휴가 때면 와이너리를 설립할 곳을 찾아 전 세계를 여행했다. 그들이 몬터레이에 온 것은 1970년대 말이다. 몬터레이는 안개로 유명한 곳이다. 니키 부부는 매일 밤 일정한 시간에 나타났다 아침이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안개에 주목했다. 시곗바늘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는 이 안개가 바로 몬터레이를 세계적 와인 산지로 성장케 할 잠재력이었던 것이다. 

몬터레이 서쪽으로는 드넓은 태평양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이 바다는 수심이 무척 깊다. 해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닷속에 그랜드캐니언 같은 거대한 협곡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깊은 수심 때문에 바닷물은 차고, 한낮의 태양은 대기 온도를 끌어올린다. 따뜻한 공기와 찬 해수면이 만나 생성된 안개는 매일 밤 몬터레이 내륙으로 밀려들어온다. 

이 안개 때문에 몬터레이 기후는 서늘하다. 연평균 기온이 세계 최고 피노 누아르(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 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와 유사하다. 낮에는 늘 햇살이 화창하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래서 몬터레이를 ‘태양이 가득한 캘리포니아의 부르고뉴’라고도 부른다. 

한 패밀리 와인즈의 피노 누아르와 샤르도네는 몬터레이의 특징을 잘 담고 있다. 적당한 보디감과 경쾌한 산도에서는 몬터레이 특유의 서늘한 기후가, 풍부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질감에서는 캘리포니아의 따스한 햇살이 느껴진다. 5만 원대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이다. 


한 패밀리 와인즈를 설립한 니키-가비 한 부부를 중심으로 왼쪽이 아들 필립, 오른쪽이 딸 캐럴라인이다. [사진 제공 · ㈜엘비와인]

한 패밀리 와인즈를 설립한 니키-가비 한 부부를 중심으로 왼쪽이 아들 필립, 오른쪽이 딸 캐럴라인이다. [사진 제공 · ㈜엘비와인]

산타루시아 하이랜드(SLH) 피노 누아르와 샤르도네도 주목할 만하다. SLH는 몬터레이 안에서도 고도가 높아 안개를 발아래 두는 곳이다. 그래서 기온은 낮아도 햇빛은 늘 가득하다. 1790년대 스페인 선교사들이 이곳에 포도밭을 처음 일굴 때 ‘빛의 성녀’인 성 루시아의 이름을 붙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후 200년 동안 주로 가축 방목지로 이용되던 이곳을 한 패밀리 와인즈는 값진 와인 산지로 발전시켰다. 

SLH 피노 누아르를 맛보면 잘 익은 베리, 톡 쏘는 향신료, 은은한 미네랄 등 다양한 향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SLH 샤르도네에서는 복숭아, 파인애플, 구아바 같은 과일과 꽃, 견과류 등의 향미가 느껴진다. 두 와인 모두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이지만 가격은 8만 원대로 합리적이다. 

현재 한 패밀리 와인즈는 아들 필립이 운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하던 그는 10년 전부터 가족 사업에 뛰어들었다. 얼마 전 방한한 그는 “몬터레이만의 개성이 담긴 와인을 만들고자 부단한 시도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젊은 와인메이커답게 포부를 뚜렷이 밝혔다. 한 패밀리 와인즈 와인들은 와인 전문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8.05.16 1138호 (p76~76)

  •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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