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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찰나의 봄, 맛의 바다에 빠지다

믿고 먹는 통영의 베이식 코스

찰나의 봄, 맛의 바다에 빠지다

찰나의 봄, 맛의 바다에 빠지다

양념을 포함해 15가지 정도의 반찬이 푸짐하게 차려진 ‘원조시락국’의 이색 풍경(위). 장어 머리 우린 국물에 시래기와 된장을 넣어 끓인 시락국.

꽃이 필까 시샘하는 추위가 기승인 것을 보니 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봄 하면 섬진강을 낀 경남 하동과 광양 풍경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통영으로 달려가 짧은 봄날을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 통영은 맛뿐 아니라 풍경의 정취와 사람들이 빚어낸 삶의 멋이 깃든 동네다. 볼 곳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다. 그중 통영의 ‘베이식 코스’라고 할 수 있는 역사 깊은 먹을거리 세 가지를 소개한다.

서호시장의 ‘원조시락국’은 새벽 어시장 상인들의 허기를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달래준 곳이다. 장어 머리 부분을 14시간 정도 푹 끓여 우린 국물에 시래기를 넣고 된장을 풀어 만드는 시락국(시래깃국의 통영 사투리)이 유일한 메뉴다. 두어 종류의 김치, 마른 반찬, 장아찌, 나물과 무침, 젓갈 같은 찬류와 더불어 시락국에 넣어 먹는 부추, 청양고추, 김가루, 산초가루 등이 일정한 그릇에 담겨 뷔페처럼 열을 맞추고 있다. 길쭉한 반찬 대열이 상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사람들은 이를 사이에 둔 채 마주 보며 식사한다. 진풍경이다. 담백하고 시원한 시락국은 입맛대로 양념을 넣어 먹으면 된다. 장어 특유의 냄새를 좋아하지 않으면 부추와 김가루를 듬뿍 넣어보자. 마치 고소한 추어탕 같아진다. 반찬뿐 아니라 밥솥까지 주방 밖에 내놓아 본인이 원하는 만큼 밥을 덜어 먹으면 된다. 게다가 시장에서 뜬 회를 살며시 꺼내 함께 먹어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충무김밥은 1970년대 ‘뱃머리김밥’이라는 이름으로 통영과 부산 또는 여수를 오가는 여객선터미널이나 선상 등에서 아낙들이 팔던 김밥이다. 기존에 먹던 김밥은 갖은 재료가 들어가 맛은 좋지만 한나절만 지나도 쉬어버린다. 충무김밥은 밥과 반찬이 따로 돼 있어 쉴 걱정이 없다. 배를 타는 긴 여정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다. 구수하고 심심한 김밥과 칼칼한 갑오징어무침, 멸치젓을 듬뿍 넣은 무김치, 간간하고 꼬들꼬들한 어묵볶음의 조화는 누가 처음 발견했는지 먹을 때마다 감탄하며 감사하게 된다. 중앙동 문화마당 앞과 서호동 통영항여객선터미널 주변에 즐비한 충무김밥 가게 가운데 ‘뚱보할매김밥집’이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오래되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통영의 대표 간식 꿀빵의 원조인 ‘오미사꿀빵’은 1963년 하동에서 온 제빵 기술자가 오미사세탁소 옆에 자리 잡고 팔면서 이름 붙여졌다. 세월이 흘러 세탁소는 없어지고, 제빵 기술자 어른은 귀천했으며, 가게는 확장해 분점도 열었다. 꿀빵도 진화했다. 60년대에는 팥소가 굉장히 비쌌기 때문에 밀가루 피는 두툼하고 팥소는 조금만 들어갔다. 현재는 밀가루 피는 얇아지고 팥소가 듬뿍 들어가 예전보다 부드럽고 촉촉하다. 팥소가 꽉 찬 동그란 반죽을 튀겨 시럽을 묻히고 통깨를 뿌려 낸다. 한 입 먹으면 푸짐한 팥소가 매끈하고 부드럽다. 통영에는 ‘오미사꿀빵’외에도 꿀빵 가게가 여럿 있는데 호박, 고구마, 완두, 치즈 등으로 속을 채운 다양한 꿀빵을 맛볼 수 있다.

이번에는 봄바람처럼 가볍게 즐길 맛집 몇 곳을 훑어봤지만 봄여름이 지나 날이 선선해지면 짱어(붕장어)구이, 해물뚝배기와 함께 통영에서 술 먹기 좋은 ‘다찌’집을 소개하고 싶다.


찰나의 봄, 맛의 바다에 빠지다

◀무김치, 오징어무침 등 맛깔스러운 반찬과 함께 먹는 충무김밥. ▶팥소가 든 도넛에 시럽과 통깨를 묻힌 통영 꿀빵.

         원조시락국
경남 통영시 새터길 12-10, 055-646-5973, 오전 4시~오후 6시(연중무휴)

뚱보할매김밥집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325, 055-645-2619, 오전 6시 30분~자정(연중무휴)

오미사꿀빵
경남 통영시 충렬로 14-18, 055-645-3230, 오전 8시 30분~오후 6시(일요일 휴무)




입력 2017-03-13 16:25:21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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