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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中 단둥에 ‘여권’ 든 北 인력 쇄도

‘도강증’ 가진 북 불법노동자 추방 틈타 8000명 입국 … 개성공단 무단 가동說도

中 단둥에 ‘여권’ 든 北 인력 쇄도

압록강 철교(조중우의교). [뉴시스]

압록강 철교(조중우의교). [뉴시스]

5월부터 도강증(북·중 국경 근처에 거주하는 북한인이 중국으로 나올 때 발급받는 통행증) 발급을 중단한 중국 단둥(丹東) 당국이 11월부터는 도강증 조사에 착수해 체류 기한을 넘긴 북한인을 추방하고 있다. 하지만 도강증을 단속하자 여권을 가진 북한 노동자가 11월에만 8000명가량 단둥으로 들어왔다. 이들 역시 불법취업이 목적이다. 

단둥시 공안당국은 짧게는 한 달부터 길게는 1년까지 기한으로 내주던 도강증을 5월 이후 발급 중단했다. 도강증이 북한 노동자의 불법취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11월부터는 단둥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를 상대로 도강증 조사에 착수했다. 도강증 유효 기한을 넘겨 체류 중인 북한인을 추방하기 위해서다. 당국은 도강증 소지자 중 기한을 넘긴 이들이 절반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당국은 적발 즉시 인당 벌금 5000위안(약 80만 원)을 내게 한 뒤 추방 조치를 명령했다.


단둥, 11월부터 도강증 조사 착수 … 불법체류 북한인 추방

중국 단둥시 해관(세관)에는 통관할 물건들을 잔뜩 싣고 온 북한인들(왼쪽)과 단둥 지역 임가공업체에서 일하다 비자 만료로 귀국하려는 여성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윤완준 동아일보 기자]

중국 단둥시 해관(세관)에는 통관할 물건들을 잔뜩 싣고 온 북한인들(왼쪽)과 단둥 지역 임가공업체에서 일하다 비자 만료로 귀국하려는 여성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윤완준 동아일보 기자]

하지만 적발된 북한인 가운데 돈을 내는 이는 없다. 돈이 없다고 버티면 결국 공안당국이 그냥 북한으로 돌려보내기 때문이다. 일반 외국인의 경우 수용소에 가둬놓으면 어떻게 해서든 빨리 나가려고 서둘러 돈을 내지만, 북한 노동자는 맘대로 하라며 버틴다. 당국 처지에선 밥값 등 관리 비용만 나가고 신경도 써야 하니 곧바로 추방해버린다. 그리고 업주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마찬가지로 벌금을 내지 않고 버틴다. 

도강증 단속 지시는 베이징(北京)으로부터 떨어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베이징이 랴오닝(遼寧)성 공안국에 “불법취업 북한 노동자를 단속하라”고 지시를 내리자 랴오닝성 공안국이 단둥 공안국으로 그 내용을 하달하고, 실제 단속은 일선 파출소가 한다. 단둥 공안국 외사과 직원 1명과 현지 파출소 직원 2~3명이 한 팀을 이뤄 현장 단속을 간다. 현지 공장 사정을 잘 아는 파출소 직원은 평소 뇌물을 통해 ‘꽌시(關係)’를 만든 공장에는 아예 가지 않거나 사전 연락을 통해 단속에 걸리지 않게 해준다. 

결국 힘없는 공장들만 단속 대상이 된다. 베이징이 불법취업 북한 노동자를 모두 쫓아내려 해도 실제로는 북한 인력이 늘 단둥에 잔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설령 현장에서 불법취업 사실을 알고 신고한다 해도 당국은 본보기로 극히 일부만 단속할 뿐이다. 불법취업 북한 노동자를 ‘근절’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단둥 공안당국은 파출소와 공장의 뇌물 고리를 비밀리에 조사해 실태를 파악했고, 올해 안에 발본색원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뇌물 고리는 파출소뿐 아니라 단둥 공안당국까지 연결돼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미 12월 초 단속 누수 현상이 나타났다. 공안국에서 도강증 조사가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는 공장이 생겨나고 있다. 마치 공장이 쉬는 것처럼 문을 걸어 잠가버리면 조사팀이 왔다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단둥은 묘한 곳이다. 한쪽에선 도강증 단속으로 북한 노동자 무리가 떠나고 있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여권을 든 새로운 북한 인력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주로 한 달 기한의 관광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것이다. 11월 중순 어느 날 단둥의 소식통은 아침 일찍 단둥 세관에서 신의주에 사는 사업가를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오전 11시가 돼서야 만날 수 있었다. 북측 인사는 이른 아침 신의주역에서 첫 기차를 타고 나왔지만 중국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세관 수속이 오래 걸렸다고 투덜댔다. 이날 단둥으로 쏟아져 나온 이는 대부분 여권을 가진 북한 노동자였다.


여권 든 北 인력, 단둥 진입 행렬  …  불법취업

9월 6일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가기 위해 북한 트레일러 10여 대가 길게 줄 지어 기다리고 있다(왼쪽). 경기 파주시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뉴시스, 뉴스1]

9월 6일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가기 위해 북한 트레일러 10여 대가 길게 줄 지어 기다리고 있다(왼쪽). 경기 파주시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뉴시스, 뉴스1]

소식통은 11월 하순에는 단둥 세관에서 상반된 장면을 목격했다. 도강증 기한이 지나 추방되는 북한 노동자 수백 명이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바로 그다음 날 여권을 든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으로 들어오고자 긴 줄을 선 장면을 본 것이다. 단둥 사업가들 사이에서 “대북사업을 접어야 할 때”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11월 하순까지 20여 일간 북한 인력 8000명가량이 여권을 들고 단둥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권으로 단둥에 들어오더라도 취업비자가 아니기에 이들은 불법취업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지만 단둥 당국은 이를 눈감아주고 있다. 단둥 공안당국 관계자의 의견도 엇갈린다. ‘여권이면 별문제 없을 것’이라는 얘기와 ‘불법취업이니 여권 소지자를 고용해선 안 되며 강력 단속할 것’이라는 얘기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여권으로 나와도 규정상 2번만 연장이 가능하다. 이 경우 총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예전에는 출국 절차 없이 세관에서 도장만 찍으면 비자 연장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북한 노동자가 한꺼번에 수백 명씩 몰려들어 무턱대고 도장을 찍어주면 공안당국도 처지가 난처해진다. 그래서 아예 북한으로 나가 비자 수속을 다시 밟고 올 것을 요구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단둥 공장주들의 생각도 각기 다르다. 단속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평양에 가서 돈을 들여 여권을 만들어오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공안당국의 반응을 보면서 일단 관망하는 부류도 있다. 11월 말 기준으로 단둥에는 북한 노동자 3만 명이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강증 단속 전 10만 명에 비해선 많이 줄었지만, 여권 소지자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더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오더 책임자, 일감 찾는 전화”

이런 가운데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2월 5일 ‘로라 스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북한의 해외 노동자를 ‘노예 노동자’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스톤 대행은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회가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에 관한 중국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이 여전히 북한 노동자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최근 정보에 관해서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은 최근 단둥 일대에서 벌어지는 북한 노동력의 긴박한 이동을 명확히 파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랴오닝성의 소식통은 11월 말 북한 개성공단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며 통화 내용을 알려왔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의 제품 오더(주문)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일감을 구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고 한다. 통상 12월까지 작업이 계속되는데 올해는 예상보다 작업이 일찍 마무리된 데다 겨울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일감 찾기에 나선 것이다. 북측 인사는 소식통에게 “과거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북한 노동자 상당수가 그대로 출근해 일하고 있다”며 “오더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의 가장 큰 애로는 출퇴근이다. 공단에는 마을도, 기숙사도 없어 모든 노동자가 공단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집결해 대형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해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출근시간도 모두 제각각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12월 9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무단 가동해 고급 의류품을 생산했고, 이를 북한 부유층에게 유통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만든 상품이란 사실을 숨기고자 상표까지 떼고 유통시켰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런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주간동아 2018.12.14 1168호 (p48~50)

  • 김승재 언론인 phantom3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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