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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콩, 삽니다’

중국, 미국과 무역전쟁 여파로 브라질 등에서 콩 수입 총력전

‘콩, 삽니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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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85년 4월 허베이성 정딩현 당서기였을 때 축산 대표단을 이끌고 콩 농사로 유명한 미국 아이오와주의 작은 농촌 마을 머스카틴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이 마을 주민 토머스 드보르차크의 집에서 이틀간 머물렀다. 시 주석은 대두(大豆 · 콩) 농사 실태를 살펴보고자 이곳을 방문했다. 정딩현은 중국에서 돼지 사육으로 유명한 곳이다. 시 주석은 돼지 사료로 콩이 적합한지를 물어보며 농장을 둘러봤다. 

시 주석은 2012년 2월 국가 부주석 신분으로 드보르차크의 집을 재방문했다. 당시 중국 국가 최고지도자로 취임이 예정돼 있던 시 부주석이 27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이유는 바로 콩 때문이었다. 중국인에게 콩은 중요한 농산물이다. 콩은 두부 등 각종 요리의 재료일 뿐 아니라 콩기름의 원료이기도 하다. 중국인은 요리할 때 식재료를 튀기는 기름으로 콩기름을 사용한다. 콩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콩깻묵은 돼지 사료로 쓰인다. 중국에서 ‘육(肉)’은 돼지고기를 의미할 정도다. 이 때문에 중국인에게 콩과 돼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아이오와주를 다시 방문한 것도 국민의 먹거리 확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세계 최대 콩 수입국이자 소비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딩현 당서기 시절 미국 아이오와주를 방문한 내용을 다룬 ‘머스카틴 저널’ 기사(왼쪽). 중국 한 농민이 돼지에게 줄 사료를 운반하고 있다. [차이나 데일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딩현 당서기 시절 미국 아이오와주를 방문한 내용을 다룬 ‘머스카틴 저널’ 기사(왼쪽). 중국 한 농민이 돼지에게 줄 사료를 운반하고 있다. [차이나 데일리]

미국 정부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가 콩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340억 달러(약 38조600억 원)어치의 중국산 제품 818개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정부도 똑같은 액수의 미국산 545개 제품에 똑같은 조치를 내리는 등 맞불을 놓았다. 중국 정부가 25% 관세를 부과한 미국산 제품을 보면 콩, 옥수수, 쇠고기, 돼지고기, 면화, 담배 등 농축산물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트럭 등 자동차, 그리고 항공기다.
 
이 가운데 특히 콩의 비중이 가장 크다. 중국은 매년 미국으로부터 140억 달러(약 15조6600억 원)어치의 콩을 수입해 주로 돼지 사료용으로 소비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콩 수입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의 지난해 콩 소비량은 1억1080만t으로 전 세계(소비량 3억4380만t)의 32%를 차지했다. 중국의 지난해 콩 생산량은 1420만t(4.2%)으로 세계 4위지만 공급이 부족해 매년 9600만t 이상 콩을 수입한다. 수입의존도가 87.2%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이 콩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브라질로 전체 수입의 52.8%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미국으로 35.1%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경제발전에 따라 중국인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돼지고기 등 육류 소비가 증가하고, 콩 수입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이 농가에서 사육하는 돼지는 4억 마리나 된다. 중국의 돼지 생산량은 전 세계에서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양돈 농가 수는 6000만 가구에 달하고, 양돈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1억 명이 넘는다. 그런데 미국산 콩에 25%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사료 가격이 오르고 중국인이 매일 먹는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돼지고기 가격이 중국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이다. 콩기름 가격도 당연히 오르게 된다. 돼지고기와 식용유 가격 동향은 중국 국민의 체감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중국 정부가 돼지고기 등 식품 가격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자칫하면 국민의 정치적 불만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89년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물가상승이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중국 정부는 미국산 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파생되는 부작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콩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콩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게도 중요한 농산물이다. 미국의 콩 생산량 비중은 전 세계의 35%에 달한다. 주요 생산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텃밭인 중서부에 있는 ‘팜 벨트’(farm belt · 농장지대)라 부르는 지역이다. 2014∼2017년 미국 콩 생산 상위 10개 주를 보면 일리노이 · 아이오와 · 미네소타 · 네브래스카 · 인디애나 · 미주리 · 오하이오 · 노스다코타 · 사우스다코타 · 아칸소주 등으로 모두 팜 벨트에 속한다. 팜 벨트에서 생산된 콩은 미국 전체의 95%에 이른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는 일리노이와 미네소타를 제외한 팜 벨트 8개 주에서 승리하며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중국 정부가 이 지역의 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해당 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 농민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압박을 가해 무역전쟁을 중단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화당 핵심 텃밭 ‘팜 벨트’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 주석의 ‘콩 전쟁’에서 누가 유리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 콩을 수출하지 못하는 이 지역 농가의 피해를 막고자 대규모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 산하기관인 상품금융공사(CCC)는 최악의 경우 재무부로부터 최대 300억 달러(약 33조6000억 원)를 받아 이 자금을 각 농민단체에 배분할 수 있다. 

반면 시 주석은 각 정부 부처에 콩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자국의 콩 생산량을 늘릴 것을 강력하게 지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무엇보다 미국 이외 국가들에서 콩을 확보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브라질 콩 수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 그런데 브라질의 콩 생산은 대부분 미국 글로벌 농업기업이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중국 정부의 급박한 사정을 이용해 콩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8월분 선적 기준 브라질 콩 가격은 미국산보다 70% 비싸다. 중국 정부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가격에 브라질 콩을 들여올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또 러시아로부터 콩 수입을 늘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개월간 중국에 85만t을 수출해 전년 동기 대비 물량을 2배나 늘렸고 더는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7월 1일부터 한국과 인도, 방글라데시, 라오스, 스리랑카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수입하는 콩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물량이 많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중 · 장기적으로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중앙아시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 국가로부터 콩 수입을 모색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콩을 수출했다. 중국 정부는 일종의 ‘새로운 대두지로’(大豆之路  ·  Soybean Road)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슈 란저우대 교수는 “중앙아시아 국가는 옛 소련 시절에 건설된 낙후한 인프라 시설로 고질적인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의 콩 수요를 완전히 맞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14억 명을 먹여살려야 하는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에서 미국 정부를 이기기는 어려울 듯하다.




주간동아 2018.07.18 1147호 (p56~57)

  •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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