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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카풀 금지 법제화에 총력 기울일 것”

4개 택시단체 중 법인택시조합 대표… “택시산업 정상화가 카풀 논의보다 우선돼야”

“카풀 금지 법제화에 총력 기울일 것”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승차공유 규제혁신을 둘러싼 논의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현행 법 내에서 카풀 영업을 한다면 오히려 환영”(김성재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 · ‘주간동아’ 1149호 참조)한다던 택시업계가 아예 카풀을 금지하는 법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택시 4개 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8월 20일 공동투쟁 합의문을 통해 ‘카풀 합법화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거부하며 택시 생존권 사수를 위해 공동 투쟁에 나선다’고 밝혔다. 27일에는 1차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9월 정기국회에서 카풀 금지 법안 통과를 총력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출퇴근 때 예외적으로 일반 자동차의 유상 운송(카풀)을 허용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법) 제81조 1항을 삭제하는 법안 통과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28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 나선 박복규(71)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택시 가족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배수의 진을 쳤다. 더는 물러설 데가 없다”고 말했다.


“더는 물러설 데가 없다”

8월 28일 택시 4개 단체가 낸 보도자료.

8월 28일 택시 4개 단체가 낸 보도자료.

택시업계 입장이 기존보다 강경해졌다. 

“택시업계 전체가 아니라 일부에서 현행법 테두리에서 카풀을 수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1994년 카풀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게 된 취지를 봐달라. 도심교통 혼잡을 해소하려는 목적에서 출퇴근시간에 한 동네 사는 사람끼리 같은 방향으로 갈 때 차를 얻어 타는 대신, 유류비를 좀 보태줄 수 있게끔 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카풀업계는 시간도 무제한, 횟수도 무제한으로 카풀을 하겠다고 한다. 현행 법 조항을 취지와 전혀 다르게 활용하겠다는 얘기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카풀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여객법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택시 4개 단체는 이 법안의 정기국회 통과에 힘을 싣고, 이것이 무산될 경우 10월 중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 중재로 카풀업계와 물밑 협상 중이지 않았나. 


“국토부와 택시업계가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왔다. 우리는 현행 법 테두리에서 하는 카풀을 저지할 수는 없지만, 본격적인 상업화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식 제안은 아니고, 국토부와 대화하다 하루 2회로 카풀 운행을 제한하면 어떠냐는 얘기가 나왔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카풀 쪽에선 출퇴근시간대나 운행 횟수를 제한하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한다더라. 양쪽 이견이 크다. 최근에는 더는 얘기가 진척될 게 없어 국토부와도 거의 대화하지 않고 있다.” 

공동투쟁 합의문에서 ‘어떠한 논의도 거부한다’고 매우 강한 표현을 썼다. 

“카풀에 한해 그렇다. 대화를 요구하는 쪽이 국토부든, 카풀업계든 대화하지 않을 생각이다.” 

카풀에 대해 왜 이리 거부감이 큰가. 

“카풀이 활성화되면 택시산업이 몰락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살기 위해 카풀이 안 된다고 하는 건 택시업계로선 당연하다. 카풀업계는 택시산업을 더 나은 산업으로 끌고 가겠다고 하는데, 이는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최근 택시업계는 카풀 영업이 허용될 경우 택시시장이 59% 잠식된다는 자체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그 근거는 이렇다. ‘럭시’를 인수해 카풀 서비스 진출을 준비 중인 카카오모빌리티가 200만 명의 카풀 운전자를 모집하고 이들 중 80%가 하루 2회 운행한다면 하루에 총 320만 건의 카풀 운행이 발생한다(2,000,000×0.8×2=3,200,000). 이는 현재 전국 택시의 1일 운행 횟수(540만여 건)의 59%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 자동차등록대수가 2200만 대다. 10대 중 1대꼴로 카풀에 나선다고? 

“카카오모빌리티와 실무 접촉을 했을 때 들은 수치다. 국내 승용차를 모두 영업화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카카오T(카카오모빌리티가 서비스하는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한 택시기사가 90%를 넘는다. 카카오는 공룡이 됐다. 그런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개시하면 택시산업은 죽는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200만 명의 카풀 운전자 모집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며 “카풀 서비스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출시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카풀 운전자 규모와 관련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럭시, 풀러스를 통해 카풀에 나선 운전자가 4만~5만 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에 집계된 데이터에 따르면 출근시간대나 심야시간대에 택시를 타려는 사람에 비해 운행 중인 택시가 매우 적다고 한다. 카풀이 특정 시간대에 택시를 보완함으로써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심야시간대 등 택시 수요가 몰릴 때 쉬는 택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카풀을 새로 도입하기에 앞서 쉬고 있는 택시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일하려고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다. 우리는 택시요금 체계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심야시간에 나가 일해봤자 돈이 안 된다. 반면 승차거부 단속 등 규제는 세다. 잘 알다시피 택시요금은 정부가 결정한다. 서울시는 5년 넘게 택시요금을 동결해왔다. 기본요금 인상, 심야할증 확대 등 제도 개선이 먼저다. 그리고 택시업계는 현재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특정 시간대 택시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많은 국민이 승차공유 확대를 원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택시 서비스 품질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도 양질의 기사를 고용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그런데 택시기사 급여가 200만 원가량으로 적다 보니 기사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내가 운영하는 회사만 해도 기사가 부족해 택시 절반이 놀고 있다. 택시기사를 스카우트하면서 200만~300만 원씩 선수금을 준다. 손님과 분쟁이 생기거나 교통사고를 내도 ‘그럴 수 있다’며 달랠 수밖에 없다.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를 보자. 준공영제 시행 이후 주 5일 근무에 월급여가 300만~320만 원으로 상향되면서 시내버스기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서비스 수준은 자연스레 높아졌다. 택시요금을 수요-공급에 기반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는 등 체계를 개편해 택시산업을 정상화해야 택시기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질 테고, 좋은 사람을 골라 씀으로써 서비스 수준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택시는 적폐가 아니다”

“카풀 금지 법제화에 총력 기울일 것”
택시업계는 대다수 지역에서 운송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지역 일반택시의 경우 하루 대당 약 3만1000원, 서울 외 지역에선 4만~5만 원대 적자가 생긴다는 것이다(표 참조). 박 회장은 “법인택시들이 적자가 난다고 하면 다들 안 믿는데, 비용은 똑같이 들어가면서도 가동률은 떨어지니 적자가 나지 않을 수 없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본요금을 5000원까지 올리고, 심야할증 단가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고받는 식으로 승차공유 규제를 풀 의향은. 

“현 상황에서 카풀은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 먼저 택시산업을 정상화해야 한다. 그게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다음에야 카풀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택시업계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동시에 카풀을 허용하는 것은 ‘나 죽고 땅 준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책상에 앉아 생각하는 것과 현장은 다르다. 우리는 매우 절박하다.” 

카풀 등 승차공유시장이 확대되면 오히려 택시기사는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그러나 너도나도 승차공유 쪽으로 몰려가면 처우가 나아질 리 없다. 결국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상생(相生)을 추구할 여지가 정말 없는가. 

“승차공유를 두고 4차 산업혁명이다, 국민 편익 증진이다 하는데, 결국 사기업 영리 목적에서 하려는 것 아닌가. 그 와중에 택시산업만 죽어간다. 택시는 반세기 이상 시민의 안전과 교통질서에 기여해왔다. 택시산업이 변호사, 의사와 마찬가지로 면허업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란 걸 알아달라.” 

지난해 택시업계 반대로 국회 토론회가 무산됐다. 사회적 공론의 장에 적극 나설 의향은 없나. 

“카풀 허용을 전제로 한 자리에 나가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 다만 이 자리를 빌려 우리를 적폐 세력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요즘 ‘우리도 국민이다’라는 구호가 있던데, 같은 구호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박 회장은 “현 상황에서 카풀을 허용하는 것은 택시업계를 죽이는 일”이라며 “그 어떠한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카풀 허용에 찬성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지난해 말 ‘풀러스 사태’로 촉발한 카풀업계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오히려 골이 더 깊어졌다. 솔로몬의 해법은 어디쯤에 정차해 있는 걸까.




주간동아 2018.09.05 1154호 (p46~48)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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