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치킨 레몬’ 대치본점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파무침 골뱅이 치킨, 스모크 치킨, 후레이키 씨리얼 치킨, 1L BBQ 샹그리아, 청양고추 유린 치킨.
메뉴는 대부분 배달 주문이 가능하지만 일부 메뉴는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닭의 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통계청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발표한 가축동향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이사분기(6월 1일 기준) 국내에서 사육 중인 닭은 1억9101만6000마리로 1년 전보다 1827만3000마리(10.6%) 늘었다. 통계청에서 관련 통계 공개를 시작한 1983년 이래 가장 많은 수다.
1인 1닭 시대
닭 사육량이 기록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닭고기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양계 농가들이 월드컵 특수와 여름철 치킨 수요 증가 등에 대비해 육계(식육용 닭) 사육을 늘렸다. 실제로 러시아월드컵 한국-스웨덴전 경기 당일(6월 18일) BBQ의 치킨 매출은 전주 대비 110% 증가했다.그만큼 많은 이가 치킨을 사랑하고 소비한다. 7월 배달의민족이 주최한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에선 사전 모의고사 응시자가 58만여 명이었다. 만점을 받은 2만7000여 명 가운데 추첨으로 선정된 500명만이 필기와 실기를 함께 보는 시험장에 입장했다. 올해 합격률은 9.4%(47명). 치킨 좀 먹었다 하는 사람도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 ‘다음은 매장에서 치킨을 튀기는 소리이다. 잘 듣고 치킨을 총 몇 조각 튀겼는지 맞히시오’ 같은 식이다. ‘재미 삼아 치는 시험’이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합격자들은 민간 자격증으로 공식 등록된 ‘치믈리에 자격증’을 획득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업체의 치킨 감별 시험을 향한 열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단한 치킨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런 ‘치킨 사랑’의 중심에 BBQ치킨이 있다. BBQ치킨은 굽네치킨, 교촌치킨, 맘스터치, 네네치킨 등과 함께 대표적인 국산 치킨 프랜차이즈로 꼽힌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바삭하고 육즙 가득한 황금올리브치킨(1만6000원). 마스카르포네와 체다치즈가 조화를 이룬 치즈 파우더를 버무린 치킨 치즐링(1만9000원)도 인기 메뉴다.
나의, 나를 위한, 모두의 치킨
얼마 전 재결합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1세대 아이돌 그룹 H.O.T.가 알고 보면 ‘HOT’이 아니라 ‘High-five Of Teenagers’의 줄임말인 것처럼, BBQ도 ‘Best of the Best Quality(최고 품질 중에서도 최고)’의 줄임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을 만드는 브랜드를 지향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그룹이 8월 강남에 새롭게 선보인 레스토랑이 ‘BBQ치킨 레몬’이다.이름만 듣고 BBQ에서 다소 실험적인 레몬맛 치킨이라도 내놨나 했는데, 새로운 가맹 모델이라고 한다. 윤경주 제너시스BBQ그룹 사장은 “ ‘BBQ치킨 레몬’은 매장 구성과 운영, 메뉴 등 모든 영역에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과 가치를 선사하는 문화공간”이라며 “신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전통의 BBQ가 새롭게 변화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8월 문을 연 ‘BBQ치킨 레몬’ 대치본점.
올리브 그린과 레몬 컬러로 인테리어한 매장.
해당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들.
제너시스BBQ그룹이 야심차게 선보인 매장인 만큼 ‘배달 NO, 매장 ONLY’의 특별 메뉴를 맛볼 수 있었다. 다른 매장에는 없고 BBQ치킨 레몬 대치본점에서만 파는 메뉴들이다. 매장 관계자는 “신라호텔 출신 최유강 셰프와 의기투합해 세계 각국의 치킨 요리를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덕에서 영감을 얻은 북경치킨 반마리(1만8000원)와 후레이키 씨리얼 치킨(1만3000원), 파무침 골뱅이 치킨(2만2000원), 청양고추 유린 치킨(2만2000원)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이름만 들었는데도 군침이 돌았다. 여기에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는 것도 순식간이겠구나 싶었다. 이날 북경치킨은 메뉴 개편 중이라 주문할 수 없었다. 그 대신 특이해 보이는 후레이키 씨리얼 치킨과 파무침 골뱅이 치킨, 청양고추 유린 치킨을 주문했다. 100% 국내산 닭고기와 쌀(밥)만 사용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는 치킨 외에 다른 식사류도 팔았는데 싱가포르 치킨라이스 정식(9500원)과 실패없는 마파두부덮밥(9000원), 치킨&크림파스타(1만5000원), 모두의 치킨 화지타(6000원) 등이 바로 그것. 실패없는 마파두부덮밥의 맛이 궁금했는데 점심에만 주문할 수 있다고 해 아쉬웠다. 그 대신 포들포들한 식감의 패스츄리 피자(9900원)를 시켰다.
분위기는 일단 합격점. 하지만 분위기보다 중요한 건 맛이다. 치킨을 조금씩 맛보며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적인 맛을 감별하는 ‘치믈리에’가 된 기분을 만끽했다. 크림생맥주는 500ml 한 잔에 4500원. 여기에 추가로 주문한 1ℓ짜리 BBQ 샹그리아(1만5000원)로 입을 씻어가며(?) 맛을 봤다.
카페 분위기에서 즐기는 ‘치맥’
BBQ치킨은 주문 즉시 튀기는 것이 원칙이다. 매콤달콤한 치킨이 맥주와 잘 어울린다.
BBQ치킨 관계자는 “BBQ치킨은 주문하자마자 튀김옷을 입혀 튀긴다. 미리 튀겨놓지 않기에 소위 ‘초스피드 배달’이 어렵다. 어떤 지점에서도 닭을 튀겨놓지 않고, 주문하면 그때부터 튀긴다. 설령 다른 브랜드에서 치킨을 시켜 먹더라도 주문한 지 30분도 안 돼 배달되는 매장이라면 튀겨놓은 치킨을 다시 튀겼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치킨의 제맛을 즐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장 관계자의 도움으로 주방을 살짝 들여다봤다. 따로 튀겨놓은 치킨은 없었다. 한쪽에서 직원이 펄펄 끓는 올리브 오일에 치킨 조각을 수제비처럼 떼어 넣고 있었다. 치킨이 자글자글 익는 소리가 꼭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처럼 들렸다.
브런치를 즐기는 주부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샐러드와 사이드 메뉴도 판다. (왼쪽) 허브와 레몬이 들어간 물. 매장에서 따로 식사하지 않아도 마실 수 있다.
BBQ치킨은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새롭게 오픈하는 가맹점에 ‘BBQ치킨 레몬’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기존 가맹점들도 순차적으로 개편해갈 계획이다. “취재하러 간 게 아니라 치맥 먹으러 간 거지”라는 친구들의 원성을 뒤로하고, 집에 와서도 매콤한 맛이 떠올라 검색해봤지만 주변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매장이 없었다. 강북 사는 친구들을 강남까지 끌고 갈 수는 없으니 BBQ치킨 레몬 매장이 강북에도 생기기를 기다려야겠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양념보다 프라이드를, 술보다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