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군입대 등 성장 과정에서 여성에 비해 쉽게 위험에 노출된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동아DB]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후반 사이에 태어난 남성이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다. 이들이 초등학생이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여학생이 모자라 남학생 둘이 한 책상을 쓰는 일이 흔했다.
막상 이들이 2030세대가 된 지금 성비 때문에 결혼을 못 한다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이 세대의 남녀 인구수 차이가 출생 당시보다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성비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 많던 남자애는 다 어디로 갔을까.
많이 태어나는 만큼 많이 죽었다
출생 당시 여아에 비해 남아가 많은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정상적인 남녀 출생 성비를 보통 105 대 100으로 본다. 이후 남아 사망률이 높아 시간이 지날수록 남성의 수가 100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 사이 출생 성비는 110 대 100을 웃돌아 남아의 자연 감소분을 감안해도 100 초반 수준으로 줄어들기는 매우 어렵다.
출생 당시 남초가 심각했던 시기는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이었다. 그중에서도 85년(소띠)과 88년(용띠), 90년(말띠)이 심했다. 당시 여아 100명당 남아의 수는 85년 112명, 88년 113명, 90년 116.5명이었다. 이같이 유례없는 출생 성비 불균형은 남아선호사상 때문이었다. 특히 90년에는 ‘여자가 말띠면 팔자가 사납다’는 인식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남아선호사상이 있었으나 85년 무렵 초음파로 태아 성감별이 가능해지면서 여아를 임신하면 중절하는 경우가 많아 출생 성비의 큰 불균형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성비 불균형이 사회문제화되자 정부는 1987년 태아 성감별을 금지했다. 하지만 여아 낙태 풍조는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9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85~89년생은 남아가 162만6922명, 여아가 146만9193명으로 성비가 110.74였지만, 1990~95년생은 남아가 182만1350명, 여아가 160만6059명으로 성비는 113.4에 달한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최근 통계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 출생한 세대의 성비가 105 대 100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85년생 남성은 105명, 88년생 남성은 107명으로 줄었다. 행정안전부의 2017년 12월 연령별 인구 현황에 따르면 1985~89년생 남성은 총 168만9263명이고 여성은 159만8564명으로, 여성 100명당 남성이 105.6명 정도로 태어났을 때 성비인 110 대 100에 육박했음을 감안하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20대 중·후반인 1990~94년생의 남녀 비율은 111 대 100가량으로 여전히 높다. 하지만 5년 전인 2012년과 10년 전인 2007년에는 113 대 100을 유지했다. 그동안 성비가 많이 낮아진 것. 2005년 현 30대가 10대와 20대 초반이던 시절의 성비가 110 대 100, 111 대 100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성비가 꾸준히 정상치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은 아예 성비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4월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30~34세 한국 국적의 남성은 37만2768명, 여성은 37만3496명으로 여성이 조금 많다. 전국 성비가 111 대 100에 육박하는 25~29세 인구도 남성이 38만7919명, 여성이 39만2888명으로 여성 인구가 더 많다. 서울 남성 인구가 적은 것은 군부대나 남초 직장이 적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군부대가 많은 경기, 강원 일대에는 남녀 성비가 120 대 100 정도로 높다. 공업단지가 있는 경북, 경남, 전남 일대는 여성에 비해 남성의 인구가 압도적이다.
이런 현상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자연적 남성 인구 감소 때문이다. 인구문제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남성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야외활동이 많아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 게다가 남성에 비해 여성이 이촌향도 성향이 강해 도시에서는 남녀 성비 차이가 더 좁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현 20대 후반~30대 초반 남성의 유년 시절인 1990년 유년기 남아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5명으로 21.2명인 여아에 비해 높았다. 이들이 10대가 되자 남성 사망률은 61.3으로 가파르게 올라 30.1인 여성의 2배에 달했다. 이후 2016년까지 줄곧 동 세대 남녀 사망률은 20~30명의 차이를 보였다.
사고, 자살도 남성이 많아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사회 특성도 젊은 남성 인구의 빠른 감소에 불을 붙였다. 2014년 국방부가 발표한 군내 사망사고 집계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13년까지 21년간 군에 입대한 장병 가운데 한 해 평균 195.6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말 그대로 사고로 사망한 인원만 고려한 것이다. 개인 질병, 민간인에 의한 피살, 전사 등으로 사망한 장병은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더 많은 젊은 남성이 군에 입대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남녀 사망률의 차이를 벌리는 가장 큰 원인은 자살이다. 통계청의 ‘201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로 사망한 남성이 9559명, 여성은 3954명이다(그래프2 참조).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로 보면 남성이 37.5명, 여성이 15.5명으로 약 2.4배 차이가 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우울증 진료 인원을 집계한 결과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많았다. 여성 진료 인원은 약 211만 명인 반면, 남성은 94만 명에 불과했다.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남성은 자살을 선택할 때 여성에 비해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사망자가 많은 편이다. 여성이 음독 등 구제 확률이 높은 자살을 택한다면 남성은 투신 등 사망 확률이 높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고령인구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수명이 긴 만큼 남녀 사망률 차이도 크다. 하지만 단순히 평균수명 외에도 남성의 생활습관이 건강한 삶과 거리가 먼 탓도 있다. 일례로 건강의 적으로 여겨지는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아 질병에 취약하다. 2016년 기준 매달 1회 이상 음주하는 남성은 전체 남성 인구의 75.3%로 집계됐지만, 여성은 48.9%에 그쳤다. 흡연율은 10년 전에 비해 남성은 크게 감소하고 여성은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남성 흡연율이 워낙 높고, 여성 흡연율은 줄곧 낮은 상태를 유지해 여전히 차이가 크다. 2016년 기준 남성 흡연율은 40.7%, 여성은 6.4%이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사망원인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암으로 사망하는 남성은 188.8명이지만, 여성은 117.2명으로 차이가 컸다.
교통사고 발생률도 남성이 압도적이다. 인터넷 등에서는 운전이 서투른 일부 여성 운전자를 ‘김여사’라 부르며 조롱하는 사례가 많다. 그만큼 남성은 여성에 비해 운전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하지만 실제 사고는 남성이 더 많이 내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중 남성 운전자가 낸 사고의 비율은 71%로 여성 운전자의 3배가 넘는다. 일각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운전을 많이 하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운전자 비율은 남성이 59.4%, 여성이 40.6%이다.
그렇다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운전을 잘해 사고가 적다는 것은 아니다. 건국대와 한밭대 공동연구팀이 운전 경력 1~3년 차 남녀 30명씩을 대상으로 운전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안정적으로 차선을 유지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 운전자가 운전에 더 빨리 익숙해지지만 그만큼 큰 사고를 내는 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여성 운전자는 차량 측면 충돌이나, 제동 실수로 횡단하는 사람을 치는 등 운전 미숙에 따른 사고가 많지만 남성은 중앙선 침범,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추돌 등 대형사고가 많다”고 밝혔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존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속도감, 등반 같은 위험한 행동이나 음주, 흡연 등 건강에 나쁜 기호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를 저질러 격리 조치된 인원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12월 기준 교도소, 소년원 등 교정시설에 수용된 인원은 총 5만5198명. 이 중 5만1425명(93%)이 남성이었다. 여성은 3773명에 불과했다.
한편 여성이 남성에 비해 범죄 피해자가 되는 일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강력범죄의 경우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80%가량이다. 남성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질병, 사고 등 자연발생적 원인과 자발적 해외 취업 및 정착 같은 개인의 선택 때문이라면, 여성은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 남성만큼이나 인구가 빨리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성 살해 범죄 피해자 수는 통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강력범죄 가운데 생명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살인 범죄의 피해자는 남성이 56%, 여성이 44%였다. 살인으로 사망한 비율을 따지면 여성이 51%, 남성이 49%로 여성이 소폭 높다. 국내에서는 살인이 매우 드물게 일어나니 살인 범죄 피해자가 인구통계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한국의 살인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0.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0위권이다.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
남성 수가 빠르게 줄어든 데는 해외에 정착하는 남성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 분위기만 놓고 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한국을 떠나 살려는 경향이 강해 보이나, 실제로 정착에 성공한 사례는 남성이 더 많았다. 한국을 떠나 산다는 의미의 ‘탈조선’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는 여성이다. 실제로 짝 없는 세대의 여성은 해외 취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국가나 민간에서 해외 취업을 알선해 성공한 사례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통계에 따르면 2008~2013년 해외 취업에 성공한 사례는 총 1만5039건. 이 중 여성이 8190명으로 남성에 비해 많았다.
하지만 나가는 만큼 돌아오는 여성도 꽤 있었다. 1년 넘게 해외로 거주지를 옮겨 사는 사람을 ‘장기 국제 이동자’라 하는데 남성이 여성에 비해 장기 국제 이동자가 많았던 것.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해외 장기 국제 이동자 중 20~24세는 남성 1만5647명, 여성 1만5799명이다. 하지만 20~29세 총합은 여성 2만8306명, 남성 3만3606명으로 남성이 5000명가량 많다. 35세까지 총합은 남녀 각각 5만7691명, 4만2335명으로 1만5000명 차이가 난다. 40세까지를 합산하면 남성 장기 국제 이동자는 7만1422명으로 5만887명인 여성에 비해 2만 명 이상 많았다(그래프3 참조).
해외 유학 및 취업알선 업계 관계자는 “남성 해외 취업자의 경우 정보기술(IT), 기술인력 등으로 장기 체류하는 것에 비해 여성 해외 취업자는 현지에서 결혼하지 않으면 정착하는 사례가 드물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해외에 나가 들어오지 않는 남성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IT 관련 프로그래머 등 남성 전공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분야에서 해외 취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게다가 병역 등의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다 국적을 포기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시민권 문제를 다루는 공개 포럼인 아이삭브록소사이어티(IsaacBrockSociety)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해외 이민자의 연평균 국적 포기자 수가 공식 집계가 가능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은 인구 10만 명당 25명, 대만은 152명, 싱가포르는 431명인 데 비해 한국은 1680명이 넘었다. 이들 중 다수는 병역의무를 지지 않고자 ‘국적 이탈’ 신고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꼭 이민 2세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17년 이상 외국에 거주한 경우에는 만 18세 이전에 일종의 한국 국적 포기인 ‘국적 이탈’이 가능하다.
짝 없는 여자 세대 올 수도
2007년이 돼서야 남아선호 바람이 멎었다. 2007년 신생아 성비가 106.2 대 100을 기록했다. 이후 성비는 줄곧 감소해 2016년에는 105에 맞춰졌다. 성비는 자연을 찾아가는데 남성 사망률은 높으니 한국 사회는 이제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여초사회에 가까워졌다. 2015년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5년 6월 말 여성 인구는 2571만5796명으로 남성(2571만5304명)보다 492명이 많다. 여초사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12월 기준 남성 인구는 2488만1520명, 여성 인구는 2497만4276명이다.남녀 성비 비율 역전은 고령화가 심해지고 출생 성비 불균형이 완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사회는 여초 인구 구조를 갖게 된다. 실제로 소말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 내전으로 남성 인구가 부족한 경우를 제외한 북미, 일본, 유럽은 대부분 여초국가다. 특히 고령인구가 많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남녀 성비가 95 미만, 일본은 90 미만으로 심각한 여초현상을 겪고 있다. 추후 한국도 이와 같은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아직 완전한 여초국가로 보기는 힘들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를 합하면 아직도 남성이 많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한국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에 거주하는 여성 인구는 2542만 명으로 남성 인구 2558만 명보다 적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크게 일자리를 찾으러 오는 노동이민자와 배우자를 찾는 결혼이민자로 나뉜다. 최근 결혼이민이 대폭 감소해 상대적으로 남성 노동인구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인 남성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국제결혼은 2010년 2만6274건을 기록한 뒤 2016년까지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2016년에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은 1만4822명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20~30년 뒤에는 결혼적령기 남녀 성비 비율이 역전될 개연성도 있다. 남성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으로 남초사회가 유지되고 있지만 이들이 한국 여성들의 결혼 상대가 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 지난해 한국 여성의 국제결혼 건수는 5966건으로 남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현재 30대 후반 미혼 인구는 이미 여성에 비해 남성이 모자라다.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35~39세 여성 인구가 158만9284명으로 남성에 비해 1만9364명 많다. 특히 서울은 해당 연령대의 미혼 비율이 34%로 높고, 미혼 여성(33만9502명)이 남성에 비해 2만5795명이나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