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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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치솟는 집값, 임계점 전·월세

내 집, 이참에 사버려?

서울 전세가율 75%, 저금리의 유혹…중도금 무이자 사라지고 원리금상환제도 실시 등 변수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7-12 11: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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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4년 전 서울시 강서구 마곡지구에 들어올 때 아파트(112㎡) 전세가가 2억2000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3억5000만 원으로 올랐어요. 매매가는 3억3000만 원에서 6억 원까지 올랐고요. 처음에 전세로 할까 매매로 할까 고민하다 대출받는 게 싫어 전세로 했는데, 결국 그때 집을 샀어야 했나 봐요.”(직장인 강모 씨·38)

    #2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아파트에 5년째 전세로 살고 있는데 4년 만에 전세가가 1억 원 올랐어요. 매매가와 3000만 원밖에 차이가 안 나서 그냥 집을 사야 하나 고민이에요. 이제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전세난민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주부 김모 씨·40)

    #3 “경기 하남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는데 2년 만에 전세가가 1억 원이나 올랐어요. 요즘 동네 전업주부들은 하남 인근의 ‘미사지구’가 강남라인에 있는 마지막 투자처라며 주말마다 아파트 본보기집을 보러 다녀요.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가만히 있다가는 집 한 채 못 산 채 인생이 끝날 것 같아 불안해요.”(직장맘 박모 씨·36)



    지상 최대 고민거리인 내 집. 집을 사느냐 마느냐로 오늘도 많은 사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인 2명 이상 모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부동산, 재테크 관련 내용이고 혹자는 “세상에는 집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딱 두 부류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집이 우리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하며, 집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심리적·경제적 안정감은 ‘처음부터 소유했던’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이다.





    8년 만에 서울 평균 집값 최고가 경신

    2014년부터 DTI(총부채상환비율)·LTV (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가 완화되면서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의 동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6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사상 최고치인 75%에 이르는 등 수도권 주택의 전셋값 상승은 상상을 초월한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는 전셋값에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는 세입자를 일컫는 ‘전세난민’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만 1만 채 이상 주택이 재건축·재개발로 철거되는 등 주택정비사업에 따른 전세난도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현재 역대 최저인 1.25% 수준)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품귀 현상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월세를 선택하는 이도 늘고 있다. 경기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 역시 77.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이 오를수록 세입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향세 내지 제자리걸음을 보이던 서울 집값이 지난해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평균 5억 원을 넘어섰다. KB국민은행은 7월 4일 “6월 서울 아파트·단독·연립 등 주택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해 1월보다 평균 5400만 원 오른 5억198만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그때 집을 샀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적잖은 이유다. 지금이 최고가라는 점에서 “앞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내다보는 이가 있는 반면,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 자체가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완화 정책이 꾸준히 있어왔고,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하반기 서울 주택시장의 강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냉각과 가열이 반복되면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 ‘부동산114’의 김은진 리서치팀장도 “유동자금과 대출 규모를 고려하고 주택 구매로 얻게 될 심리적 안정감까지 생각한다면 매매를 추진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내 집 마련이 부동산 재테크의 기본’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 어디에, 어떻게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할까. 먼저 무주택자가 쉽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분양이다.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오랜 기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단 경쟁률이 높다 보니 누구나 청약에 성공하는 건 아니고, 분양가도 상당 부분 오른 상태라 중도 상환 능력을 지닌 경우에만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반기에는 2003년 이후 최대 분양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인터넷 부동산 포털사이트 ‘닥터아파트’가 조사한 올해 하반기 서울 분양 예정 물량은 41개 단지 1만806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63가구)보다 약 78%나 늘어난 수치다. 그중 96.8%가 재개발·재건축 물건으로, MB(이명박) 정부 이후 시작된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정책이 현 정부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된 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2014년부터 주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사업 속도가 빨라졌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개발은 21개 단지 1만416가구, 재건축은 17개 단지 7083가구 등 총 1만7499가구로 집계되고 있다.



    무주택자, 분양에 도전하라 

    지역별로 보면 서울 강남권에선 8월 개포주공3단지 디에이치 아너힐즈(70가구)를 시작으로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아파트(2021가구) △서초구 방배3동 주택재건축 방배에코자이(97가구) △서초구 한신18차 신반포 래미안(146가구) △한신5차 아크로리버뷰(41가구), 도심권 및 강서권에서는 △동작구 흑석7구역 아크로리버하임(405가구) △동작구 사당2구역 롯데캐슬(602가구) △중랑구 면목3구역 아이파크(1034가구) △마포구 대흥2구역 신촌그랑자이(492가구) △마포구 마포로6구역 SK VIEW(254가구) △마포구 신수1구역 신촌숲아이파크(561가구) △마포구 창전1구역 태영 웨스트리버(145가구) △관악구 12-2구역 e편한세상 봉천(659가구)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1-1구역 북아현 힐스테이트(349가구) △양천구 신정뉴타운1-1구역 아이파크 위브(1068가구)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강북권에서도 재개발 물량이 대거 쏟아진다. △성북구 석관2구역 래미안(616가구) △성북구 장위1구역 래미안 장위1(490가구) △장위5구역 래미안 장위5(875가구) △청량리4구역 롯데캐슬(1293가구) 등이 줄줄이 분양한다.

    특히 다자녀가구는 특별공급을 노릴 수 있다.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으로 민법상 미성년자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청약저축에 가입해 6개월 이상 매달 납부한 무주택가구주라면 청약할 수 있다. 또한 자금이 여유롭지 않은 경우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도시공사에서 공급하는 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 분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내곡·세곡·위례·마곡 등 최근 “집값이 2배 이상 올랐다”고 하는 곳은 대부분 택지개발지구다.

    김은진 팀장은 “신혼부부나 무주택자는 청약 시 우선공급제도가 있으니 이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급택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민간 분양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분양부터 받아서는 안 되고, 주변 기반시설과 접근성 등을 잘 따져 실거주를 목적으로 할 만한 곳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7월 1일부터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사라짐에 따라 최근에는 건설사 대부분이 ‘이자 후불제’를 분양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결국 이는 실질적인 분양가 인상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울 때 이 점도 명심해야 한다.   

    신규 분양이 아닌 기존 아파트를 구매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자금력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채 비율이 전체 가격의 30%를 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최근 금리인하로 대출 이자 부담이 과거와 비교해 현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자칫 은행 돈을 자기 돈으로 착각하고 분에 넘치는 도전을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라

    2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먼저 시행된 데 이어 5월 전국으로 확대 시행 중인 원리금상환제도에 따라 이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야 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매매 건수가 늘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소유한 자산뿐 아니라 자신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출 자격 요건이 충족된다면 장기고정금리 주택대출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수익 공유형 모기지대출을 들 수 있는데, 6억 원 이하 주택 구매 시 부부 합산 총소득 6000만 원(생애최초주택구입자는 7000만 원) 아래라면 가구당 2억 원 이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20년 장기대출상품으로 저렴한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1년 또는 3년 거치(이자만 납부) 후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이 가능하다.

    주택 구매 이전에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점은 투자가 아닌 장기 거주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대부분 “웃돈에 대한 기대감은 버리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격 하락을 저지하고 있긴 하지만, 2018년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 공급 과잉으로 가격 조정을 받는 지역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분양가와 전세가가 급등한 경기권 택지지구(동탄·미사·위례·마곡·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의 경우 향후 단기간 가격 하락 조짐이 보일 개연성이 있다. 물론 이 또한 일시적인 현상이리라는 게 중론이긴 하나 ‘무조건 내 집은 오를 것’이란 생각으로 주택 구매를 시도하는 건 현실성에 맞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김 팀장은 “광교지구 역시 입주 초기에는 주변 지역과 공급이 겹치면서 하락세를 보였지만 주변 기반시설을 잘 갖춰놓아 3년 만에 상승세를 기록할 수 있었다. 설령 입주 후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그 기간을 버텨낼 수 있어야만 주택 매매 후 후회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부동산 호재를 따라 서울 외곽 신도시로 눈을 돌리는 경우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해당 지역이 ‘산업코어’로 자족도시 기능이 가능한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현석 교수는 “대기업 입주 등을 통한 인구 유입이 지속적으로 가능한지가 가장 중요하다.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당초 개발 호재로 떠들썩하던 것에 비해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지 못하는 이유도 산업적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인근 산업지역으로 인구가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해당 지역에 핵심 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산업시설이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대출은 피하되 취학 연령대 자녀가 있는 가구라면 어느 정도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로 잘 조성된 주택가라고 해도 학교와 학원 등 교육 관련 편의시설 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대체로 30, 40대에 해당하는 경우인데,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면 이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녀 취학에 맞춰 정착할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 학군이 좋은 곳은 당연히 가격대도 높게 책정돼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상환 능력이 어느 정도 있다면 대출 규모가 좀 더 크더라도 여러 가지 요건이 잘 갖춰진 곳을 선택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30, 40대는 학군뿐 아니라 출퇴근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호재로 꼽히는 곳은 대부분 지하철 내지 KTX 개통 등으로 ‘교통의 요지’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집값 부담으로 서울 외곽에 거주지를 잡더라도 최대한 교통 편의성을 따져 구매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쾌속 교통망이 확보된 곳에 살면 출퇴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데다 퇴근 후 여가생활을 누리는 시간도 확보되기 때문이다. 또한 교통이 확보된 곳은 배후수요가 좋기 때문에 집을 되팔고자 할 때도 환금성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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